[Pebbles | 7월호] Where are you my happiness, 💭🤍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좋아하는 것들을 마주하는 하루가 되길 바라며

오늘의 레터 시작합니다💕

Mon
민짱 / 민짱은 강쥐
제토 / 낭만축구 일기장

Thu
주민 / 처음으로 최애가 생겼다
온다 / 다합에왔다합

한 주간 잘 지내셨나요? 최근 들어 날짜를 세는 단위 중에는 일주일이 가장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오늘이 어제가 되고 내일이 오늘이 되면서 하루하루를 지낸 뒤 돌아보면, 어느새 오늘이 저번 주 목요일이 되어있더라고요. 맞습니다. 벌써 두 번째 레터를 발행할 날이 왔다는 뜻이죠. 저번에 언급했던 저의 첫 훼이보릿-영화 <주토피아>에서는 따로 최애를 두진 않았다고 했었죠. 그래도 덕질 이야기를 하는데 최애가 있는 분야 얘기를 안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이번에는 제가 살면서 처음으로 최애가 생겼던 그때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일단, 저는 덕질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습니다. 초딩 시절에는 음악방송 본방사수를 좋아했습니다. 학교가 끝난 뒤 집에 가면 얼추 음악방송 시작 시간과 맞았었거든요. 공중파 3사는 물론, 케이블에서 볼 수 있는 음악방송들도 다 챙겨봤었습니다. 집에 오면 리모컨을 들고 음악방송만 주구장창 틀어놓는 저를 보고 아버지는 ‘가수가 되려고 그러냐’며 핀잔을 하신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이렇게 방송들을 챙겨본 것에 비해서는 무대나 노래는 기억을 못 하는 편입니다. 많은 무대들을 봤지만 딱 한 가수/ 그룹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거나 한 적도 없었거든요. 중학생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는 ‘덕질’을 하기는 했으나 통상적으로 ‘덕질을 한다’에 어떤 행위들이 포함되는지는 몰랐습니다. 만화를 덕질한다면 만화책, 굿즈 등을 구매하는 쪽이겠고 아이돌을 덕질한다면 기본적으로 스밍, 앨범 구매부터 시작할 수 있겠죠. 이것들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저번 레터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저는 무엇이든 한 번 보면 ‘아, 좋았다!’라고 한 뒤 끝인 사람이었어서요. 그런 제가 고등학생이 되면서 덕질을 처음 시작하게 됩니다.

‘덕통사고’라고 하죠. 2019년 1월, 여느 때와 같이 SNS 세상을 돌아보고 있다가 기억도 안 나는 어떠한 경로를 통해 고화질 홈마 사진을 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지도 몰랐던 올드스쿨룩을 입고 세상 밝게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을요. 저는 이때 이미 2D 오타쿠였습니다. 친구들이 대부분 2D의 길을 걷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마침 방학이었고,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던 시기여서 그럴까요? 너무나도 행복해보이는 그 웃는 얼굴이 계속 생각나더라고요. 이게 첫눈에 반하는거구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때 제가 웃는 게 예쁜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죠. 그 흔한 입덕부정기도 없이 홈마 사진을 저장한 뒤에는 정신 차리고 보니 브이앱도 챙겨보고 앨범도 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곧 입시생이었고, 워낙 무언가를 오래 깊이 좋아하지 못하기 때문에 ‘내가 그렇게까지 최애를 좋아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알면 알수록 점점 좋아하게 되더라고요. 최애가 무대 위에 서는 걸, 그 위에서 팬들과 함께 하는 걸, 노래하는 걸 너무 좋아하고 매사 열정적이었어요. ‘좋아하는 걸 직업으로 삼으면 저렇게까지 행복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매번 하면서 동경하게 되더라고요. 잘생긴 얼굴 하나만 보고 좋아하기에는 가진 장점이 너무 많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 뒤로는 덕질을 멈출 수가 없었어요. 덕분에 지금까지도 제 최애로 자리 잡고 계신답니다.

여러분은 처음 최애를 봤을 때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저는 ‘뭐야, 웃는 거 왜 이렇게 예뻐?’라고 생각했었답니다. 지금의 최애, 혹은 인생 첫 최애 등 여러분의 최애 관련 이야기들도 궁금하네요. 제 첫 최애에 대한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아래의 피드백 메일을 통해 언제든지 여러분의 의견과 이야기들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 같이 돌멩이들을 나눠보아요-!

안녕하세요. Onda입니다. 한 주 동안 잘 지내셨나요?
제목이 너무 재미없다는 하우스 메이트들의 외압에 못 이겨 ‘주간다합’에서 ‘다합에왔다합’으로 변경했다는 소식 알려드리며 두번째 레터 시작합니다!

다합에 도착하기 전, 편안함을 느낄 것이라 기대했던 곳은 물 속 뿐이었는데요. 어쩌면 제가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곳은 옥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새벽 두시, 아무도 오지 않는 옥상에서 별이 수놓아진 하늘을 보며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한국을 떠나온 후 느낀 가장 안온한 행복이었습니다. 계속해서 쫓겨왔던 일상에서 벗어난 후에도 여전히 무언가 해야 될 것만 같은 느낌에 숨 막히며 살아왔는데, 이 곳에서 만큼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늘어져만 있어도 괜찮은 기분이었거든요. 방금은 옆 방을 쓰는 하우스 메이트가 올라와 “이 시간에 여기에 올라와 볼 생각은 안 해봤는데.” 라며 낭만 있어 보인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갔습니다.

처음 옥상 문을 열어보자마자 '밤에 꼭 올라와 봐야겠다' 는 생각을 했어요. 다합에서 가장 손 쉽게 낭만을 누릴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여기라고 확신합니다. 낮에는 빨래를 걸어 두면 채 하루도 안되어 다 마를 정도로 건조하고, 눈이 부시게 햇빛을 맞다 어두운 실내로 들어오면 잠시 눈이 먼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해가 강한 곳이지만, 밤에는 적당히 따듯한 바람과 적당히 하늘을 채운 별, 그리고 조용히 곁을 내주는 누군가까지 저에게는 과연 편안함의 총체라고 말할 수 있는 곳이에요.

소파에 누워 하늘을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으면 그 수많은 점과 점이 이어져 선이 그려집니다. 그래서 옛 목동들이 별자리를 만들어 냈는지도 모르겠어요. 별자리 어플 -제가 벌써 열 명 넘게 전파한 Star walk2 입니다!- 을 사용하면 그들이 어떤 점을 선으로 이어 형을 만들어냈는지 수월하게 볼 수 있는데요. 저는 이제 어플의 도움 없이도 카시오페아와 페가수스, 전갈자리 그리고 여름의 대삼각형을 쉽게 찾아낼 수 있답니다. 별들에게는 몇 밤의 관심만 쏟아도 금방 이름을 불러줄 수 있어요. 그럼에도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은 많지 않기에 또 금방 낭만적인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고작 별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이렇게 충만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니. 행복은 하늘의 별과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항상 그 자리에 있지만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다가, 특정한 위치나 날씨처럼 환경이 갖춰지기만 하면 단번에 찾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성질을 갖고 있지 않나 싶어서요. 행복이 멀리 있는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멀리에 있을 줄이야…… 앞으로도 열심히 행복을 찾아다녀야 겠습니다.

이런 밤들에 곁에 머무는 누군가는 가끔 사람일 때도 있지만, 아닌 날들이 훨씬 많아요. 사람일 경우 보통 제가 곁을 내주기는 쪽이기에. 요즈음 제게 곁을 내주는 건 바로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부터 옥상에서 시간을 보내주던 고양이 ‘보’ 입니다. 지금도 제 옆에 꼭 붙어 잠을 청하다, 타이핑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니 한 글자 누르기도 조심스럽도록 저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원하는 게 있을 때만 머리를 부비며 애교 부리고, 호시탐탐 집 안으로 들어갈 기회를 노리지만, 발이나 얼굴을 만져도 절대 발톱을 세우지 않고, 가만히 누워 손을 타는 맹랑하고 사랑스러운 고양이에요. 특히 미간을 살살 쓸어 올려주면 눈을 감고 가르릉거리며 좋아한답니다. 이제는 이름을 부르며 소파를 탁탁 두 번 두드리면 올라 오라는 표시인 줄 알아듣는 똑똑한 고양이이기도 해요.

늦은 밤부터 새벽 시간대, 옥상에 올라오게 되면 약 70%의 확률로 저와 보 둘 중 하나를 만나볼 수 있어요. 함께 자고 있는 날도 종종 있습니다. 보통 제가 먼저 누워 있으면 보가 팔 안쪽으로 몸을 붙여오고, 보를 쓰다듬다가 스르르 잠에 드는 식입니다. 따끈따끈 전해져 오는 체온, 부드러운 털, 그리고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느껴지는 움직임이 평소 잠이 들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제게 노곤한 기분을 건내 줘요. 이 작고 부드러운 털뭉치와 숨을 맞춰보면 고양이는 생각보다 빠르게 숨을 쉰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고양이는 마음에 드는 행동이 생기면 하루 루틴에 넣는다는 것 알고 계신가요? 보가 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마음에 들어 했으면 좋겠는데…고양이의 마음이란 참 쉽지 않네요🥺 사실 오늘도 “보가 너 기다린다.” 라는 이야기를 듣고 옥상에 올라왔거든요. 보와 함께 옥상에서 잔다는 건 뜨거운 열기로 인해 아침 여덟 시면 눈을 떠야함을 감수해야 하는 일인데도 말이죠. 문을 열어 놓았는데도 실내로 들어가지 않는 걸 보니, 정말 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은 건…제 착각일까요?

저의 행복은 불어오는 이집트의 모래 섞인 더운 바람과 별이 떠있는 조용한 옥상, 그리고 낯선 제 옆에 누워 고롱거리는 고양이 한 마리로부터 찾을 수 있었어요. 물론 그동안 언제, 어디서, 무언가를 하며 찾을 수 있는 행복도 여럿이었지만 혼자인 상태로 고요하고 잔잔하게, 아주 온전히 내 것이라고 느껴지는 행복은 오랜만이라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행복은 어디에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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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짱🌈 : 이 세상의 귀여운 모든 것들을 사랑합니다!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
제토🧚 : 주로 갓생을 추구합니다. 밖으로 쏘다니는 외향 인간.
주민💎 : 언젠가는 알게 되겠죠, 고양이가 우주 최고입니다.
온다🫧 : 직업은 트래블러, 취미는 여유와 낭만 사이에서 유영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