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에서 폭약을 빼면 뭐가 남을까요? 그냥 쇳덩이? 맞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강력한 쇳덩이입니다.
콘크리트를 채운 폭탄
2011년 리비아, 프랑스 공군에게 도심 한복판의 장갑차를 파괴해야 하는 임무가 떨어졌습니다. 장갑차를 파괴하려면 강력한 폭탄을 써야 하지만, 도심 한복판이기 때문에 주변 민간인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이때 프랑스가 꺼내 든 건 300kg짜리 '콘크리트 폭탄'이었습니다.
콘크리트 폭탄(Concrete bomb). 말 그대로 커다란 폭탄을 껍데기만 남기고 폭약이 있어야 할 자리에 콘크리트를 채워 넣은 폭탄입니다. 폭발이 일어나지 않으니 파편도, 폭풍도 없습니다. GPS 유도장치에 이끌려 목표물 위에 정확히 떨어지는 300kg 콘크리트 덩어리가 운동에너지만으로 장갑차를 박살냈습니다. 미국도 1990년대부터 이라크 비행금지구역에서 콘크리트 폭탄을 사용했고, 2003년 이라크전에서는 훈련용 폭탄에 콘크리트를 채운 뒤 GPS 유도 키트를 달아 도심 속 차량을 타격하기도 했습니다.
칼날을 단 미사일
같은 고민을 미사일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요? 미국은 헬파이어 미사일(AGM-114)에서 폭약을 빼고 그 자리에 6개의 접이식 금속 칼날을 달았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AGM-114R9X는 '닌자 미사일'이라는 별명으로 불립니다.
마하 1.3으로 날아간 이 미사일은 충돌 직전 칼날을 활짝 펼칩니다. 폭발은 없습니다. 대신 45kg의 금속 덩어리가 시속 1,600km로 표적을 관통하고, 펼쳐진 칼날이 주변을 베어냅니다. 차량 지붕에 깔끔한 구멍 하나만 남기고, 옆 좌석 사람은 무사할 수 있을 정도의 정밀함입니다.

2022년, 이 미사일은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한 주택 발코니에 서 있던 알카에다 지도자 아이만 알자와히리를 제거했습니다. 같은 건물의 다른 거주자는 다치지 않았습니다. 닌자 미사일은 2017년부터 비밀리에 사용되다 2019년 월스트리트저널 보도로 존재가 알려졌고, 2025년 2월에야 미 정부가 처음으로 타격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이걸 우주에서 떨어뜨리면?
콘크리트 폭탄과 닌자 미사일이 '폭약 없이 정밀하게'의 전술적 해답이라면, 같은 원리를 전략 무기 스케일로 키운 구상도 있습니다.
1950년대, 엔지니어이자 훗날 SF 작가가 되는 제리 퍼넬은 보잉에서 일하던 중 이런 생각을 합니다. "텅스텐 막대를 궤도 위성에 실어놓고 지상에 떨어뜨리면 어떨까?"
'프로젝트 토르(Project Thor)', 별명은 '신의 지팡이(Rods from God)'. 길이 6.1m, 직경 30cm의 텅스텐 막대를 인공위성에서 투하하면 대기권을 뚫고 내려오며 마하 10까지 가속됩니다. 충돌 에너지는 TNT 약 11.5톤. 더 빠르게 떨어뜨리면 120톤, 소형 핵무기 수준까지 올라갑니다. 그럼에도 핵무기가 아니니 방사능 낙진도 없고, 1967년 우주조약이 금지하는 '대량살상무기의 궤도 배치'에도 해당하지 않는 법적 회색지대에 있습니다.
다만 막대 하나를 궤도에 올리는 비용이 수천만 달러인 데다, 2023년 중국의 실험에서는 이론만큼의 관통력이 나오지 않아 아직은 구상에 머물러 있습니다.
예술은 폭발이다, 참 유명한 문장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폭발하지 않는 폭탄, 그래서 부수적인 피해를 줄이는 폭탄에도 나름 예술이 있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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