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인 '프로젝트 헤일메리' 보셨나요? 작품 초반에 태양계에 어떤 문제가 생기고, 인류는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금성으로 탐사선을 보내게 됩니다. 그래도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인 금성까지만 보내면 되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같은 작가의 '마션'에서도 금성만큼이나 가까운 화성을 다녀와야 하는 일이어서 다행이었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잠깐만요. 정말로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이 금성일까요?
2019년, Physics Today에 도발적인 제목의 논문이 하나 실렸습니다. "Venus is not Earth's closest neighbor." 금성은 지구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누가 가장 가깝다는 걸까요? 수성입니다.
우리가 '가장 가까운 행성'을 따질 때, 보통 궤도 반지름의 차이로 계산합니다. 지구 궤도 반지름은 1 AU, 금성은 0.72 AU이니, 그 차이인 0.28 AU가 두 행성 사이의 거리라는 계산입니다. 궤도 반지름을 기준으로 하면 금성이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이 맞습니다. 하지만 이건 두 행성이 항상 나란히 붙어 있을 때만 맞는 계산입니다. 실제로는 행성들이 각자의 속도로 끊임없이 태양을 돌고 있으니, 금성이 궤도 반대편에 있을 때는 거리가 1.72 AU까지 벌어지는 것입니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나 '마션'에서처럼 금성으로, 화성으로 사람을 보내야 한다면, 궤도 반지름의 차이보다 실제로 금성, 화성과의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가 더 궁금할 것입니다. 이 거리는 시시각각 변하고 있으니, 이 거리가 가장 가까운 행성이 무엇이냐는 건 평균적으로 가장 가까이에 있는 행성이 무엇이냐는 질문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수성은 태양에 바짝 붙어서 88일마다 태양을 한 바퀴 돕니다. 이 작고 빠른 궤도 덕분에, 수성은 어느 위치에 있든 지구로부터 극단적으로 멀어지지 않습니다. 연구진이 10,000년간의 행성 위치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지구와 수성의 평균 거리는 1.04 AU, 지구와 금성의 평균 거리는 1.14 AU였습니다.
게다가 수성은 지구에게만 가장 가까운 게 아닙니다. 태양계 모든 행성에게 평균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이 수성입니다. 금성에게도, 화성에게도, 심지어 태양계 끝자락의 해왕성에게도 말입니다. 궤도가 클수록 행성이 반대편으로 멀어져 있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가장 작은 궤도를 가진 수성이 결국 모두에게 가장 꾸준한 동반자가 됩니다.
이렇게 두 궤도를 도는 천체 사이의 평균 거리는 안쪽 궤도의 반지름이 작아질수록 줄어든다는 발견에 대해 연구진은 'Whirly Dirly Corollary(월리덜리 따름정리)'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애니메이션 '릭 앤 모티'의 에피소드 제목에서 따온 것입니다.
수성의 영어 이름 Mercury는 로마 신화의 메르쿠리우스에서 왔고, 그 원형은 그리스 신화의 헤르메스입니다. 날개 달린 샌들을 신고 올림포스의 신들 사이를 누비던 전령이자 세계의 경계를 넘나드는 연결자 헤르메스. 하늘에서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행성에 전령의 신의 이름을 붙인 것도 절묘하지만, 이 행성이 태양계 모든 행성에게 가장 가까운 이웃이었다니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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