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으로도 깰 수 없지만 톡 쳐서 깰 수도 있는 유리, 루퍼트 왕자의 눈물과 볼로냐 병

투명한 유리구슬처럼 보이지만 그렇게 쉽게 깨지진 않을 거야

2025.02.09 | 조회 3.05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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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유리구슬처럼 보이지만 그렇게 쉽게 깨지진 않을 거야

여자친구, <유리구슬>

부상이 잦은 운동 선수에게 '유리몸', 정신력이 약한 사람에게 '유리멘탈'이라고 부르는 등, 우리는 유리를 깨지기 쉬운 것의 상징으로 곧잘 사용합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유리는 놀랄 만큼 단단해질 수도 있습니다. 영화 '아저씨'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방탄유리와 같은 강화유리들이 그렇습니다. 강화유리는 왠지 현대의 기술을 통해 이것저것 다른 소재들을 섞어 만들어낸 발명품일 것 같지만, 사실은 못해도 17세기 초부터 특별히 다른 재료를 섞지 않고 만들어졌습니다.

'루퍼트 왕자의 눈물'이라는 멋진 이름을 가진 유리구슬이 있습니다. 뜨겁게 녹여 액체가 된 유리 방울을 차가운 물에 떨어뜨려 급격하게 식히면 눈물 방울 모양 내지는 올챙이 모양의 유리구슬이 만들어지는데, 이를 루퍼트 왕자의 눈물이라 합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 어떻게 그런 멋진 이름을 가졌는지 단박에 이해가 됩니다.

루퍼트 왕자의 눈물. 이름에 있는 루퍼트 왕자는 이 유리구슬을 영국에 처음으로 가지고 온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가 루퍼트 왕자의 눈물을 영국에 소개한 건 1660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적어도 17세기 초에 이미 네덜란드에서 생산되고 있었고 이미 로마 제국의 유리 제조업자들도 만드는 법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루퍼트 왕자의 눈물. 이름에 있는 루퍼트 왕자는 이 유리구슬을 영국에 처음으로 가지고 온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가 루퍼트 왕자의 눈물을 영국에 소개한 건 1660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적어도 17세기 초에 이미 네덜란드에서 생산되고 있었고 이미 로마 제국의 유리 제조업자들도 만드는 법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루퍼트 왕자의 눈물은 그 이름과 생김새만 멋진 것이 아닙니다. 루퍼트 왕자의 눈물의 머리 부분은 망치로 때려도 깨지지 않습니다. 아예 총을 쏴도 오히려 총알이 깨져 버리는 경우가 있으며, 유압 프레스에 넣고 누르면 꽤 오래 견뎌내면서 오히려 유압 프레스에 자국을 남기는 정도의 단단함을 보여줍니다.

루퍼트 왕자의 눈물이 총알과 유압 프레스를 견디는 모습

이렇게 단단한 루퍼트 왕자의 눈물이지만 깨는 법도 아주 간단합니다. 꼬리 부분을 플라이어로 톡 잘라내면 구슬 전체가 폭발하듯 박살이 나 가루로 분해됩니다. 총알도 견뎌내는 물체가 한 손에 쥐는 플라이어로 아주 간단하게 부서지는 것입니다.

루퍼트 왕자의 눈물이 이렇게까지 단단해지는 이유는 그 만드는 방법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액체 유리를 차가운 물에 넣으면 차가운 물에 닿은 유리의 겉부분이 빠르게 식으면서 단단하게 굳습니다. 반면 찬 물에 닿지 않은 내부는 아직 액체로 남아 있는데, 이것이 천천히 식으면서 점점 수축합니다. 겉면은 이미 딱딱하게 굳은 상태이기 때문에 내부처럼 수축하지 못하고, 내부의 수축에 의해 잔뜩 끌어당겨집니다. 이로 인해 루퍼트 왕자의 눈물을 구성하는 분자들이 서로를 단단히 끌어당기고 있는 꼴이 되는데, 루퍼트 왕자의 눈물을 부수기 위해선 이 끌어당김을 한 번에 모두 끊어내야 하므로 쉽지 않습니다. 다만 꼬리 부분에 충격을 가하면 균형이 깨지면서, 그 강한 끌어당김이 미끄러져서 전체를 박살내고 맙니다. 마치 사람들끼리 서로의 팔을 강하게 잡아 당기고 있는 상태에서 한 사람이 갑자기 빠져 나가면 모두가 넘어지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볼로냐 병'이라는 것도 비슷한 원리로 만들어집니다. 유리병을 가열한 뒤 외부는 급속히 냉각하고 내부는 천천히 냉각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볼로냐 병은, 망치를 대신하여 못을 박을 수 있을 만큼 외부의 충격에 대해서는 강합니다. 그러나 그 내부에는 아주 조금의 힘만 가해도 전체가 박살나고야 맙니다.

겉면으론 못도 박는데 안에는 아주 약간의 물건만 넣어도 박살이 나고 마는 볼로냐 병

더 알아보기

Wikipedia, Prince Rupert's drop
Popular Mechanics, Why ‘Prince Rupert’s Drop’ Glass Is Strong Enough to Shatter a Bullet
SmarterEveryDay, Bullet vs Prince Rupert's Drop at 150,000 fps - Smarter Every Day 165
Wikipedia, Bologna bot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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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nny의 프로필 이미지

    danny

    1
    10달 전

    오늘도 재밌었습니다 꼬리 부분이 계속 당기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며 읽었네요 한편 단단한 부분 뿐 아니라 꼬리라는 인지된 취약점이 루퍼트눈물의 장점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습니다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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