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스펀지'에서는 몇몇 동물들에게 최면을 거는 법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닭의 머리를 날개에 감추고 좌우로 몇 번만 흔들면 닭은 곧바로 잠에 빠지고 맙니다. 또 닭의 눈 앞에 분필로 선만 그어도 닭은 그 선을 보며 그대로 얼어 버립니다.
니체의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도 '분필 자국은 암탉을 홀리고'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헤밍웨이도 '위험한 여름'이라는 책에서 이 과정을 간략히 설명한 바 있습니다.
비슷하게 토끼의 경우에도 단순히 눕혀 놓기만 하면 그대로 죽은듯 누워 있는 모습을 보입니다. 개구리의 경우에도 배를 문지르면 꼼짝을 못합니다.
송어를 간지럽히는 것은 이 방면에서도 유구한 역사를 자랑합니다. 셰익스피어의 희극 '십이야'에는 '여기 간지럽혀 잡아야 할 송어가 온다'라는 문구가 나옵니다. 우연히 비유가 맞아 떨어진 게 아니라 다른 작가들의 작품 속에서도 비슷한 구절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손가락으로 송어의 배를 1분 정도 문지르다 보면 송어가 황홀경에 빠져서, 쉽게 잡아 올릴 수 있습니다. 어떤 낚시 도구도 없이 송어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이다 보니 낚시 허가를 받지 못했을 때 몰래 송어를 잡는 방법으로 애용되었다고 합니다.
백기흉상어, 레몬상어, 돔발상어 등 일부 상어들 또한 거꾸로 눕혀 놓는 방법으로 못 움직이게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1997년, 범고래가 상어의 이런 특징을 이용해 자기보다 훨씬 큰 상어를 들이 받아 잠깐 기절하게 만든 뒤, 그 상어를 뒤집어 15분 정도 꼼짝 못하게 만들어 놓고 잡아 먹는 모습이 관찰된 바 있습니다. 길이가 수 미터에 달하는 무시무시한 뱀상어는 눈 주변의 주둥이 옆에 사람이 손을 가볍게 얹어 놓으면 최면에 걸린다고 하니, 혹시 뱀상어를 마주치신다면 죽기 전 최후의 수단으로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있겠습니다.
염소 중에는 아예 '기절하는 염소'라는 이름이 붙은 품종이 있습니다. 이 염소는 흥분하거나 놀라면 그대로 굳어 쓰러져 버립니다. 유전적으로 선천성 근긴장증을 갖고 있기 때문인데, 신기하게도 이 염소들에게 물을 먹이지 않으면 3일 이내에 근긴장증이 사라지고, 다시 물을 먹이면 3일 이내에 근긴장증이 돌아온다고 합니다.
더 알아보기
Wikipedia, Apparent death
Wikipedia, Chicken hypnotism
Wikipedia, Trout tickling
Wikipedia, Fainting goat
The Complete Angler by Izaak Walton & Charles Cotton, Trout fishing
The Guardian, Orcas vs great white sharks: in a battle of the apex predators who w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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