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Raining Men'이나 '사랑비' 같은 곡은 비현실적인 비가 내려오는 모습을 가사로 삼아 노래했습니다. 그런데 세상에 정말 이렇게 특이한 비가 내렸다는 기록이 있다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저는 고대의 전설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왕이 폭정을 하자 가뭄이 오고 하늘에선 지네가 비처럼 내렸다.'라든지 '신을 욕 보인 땅에 황충 떼가 들끓고 하늘에선 개구리가 비처럼 내렸다.' 같은 얘기는 고대에 돌았을 법합니다. 그러나 허황된 전설이 아니라 현대에 명확히 관측된 바가 있습니다.
1861년 싱가포르, 2008년 인도 케랄라, 2010년 호주 라자마누 등 물고기 비가 내렸던 기록은 생각보다 흔합니다. 가장 최근 기록으로는 2021년 미국 텍사스에서 물고기 비가 내린 바 있습니다. 특히 온두라스의 요로 지방에서는 100년 넘게 매년 물고기 비(Lluvia de peces)가 오고 있어, 1998년부터는 아예 축제(Festival de lluvia de peces)까지 개최하고 있습니다.
뭐가 더 끔찍한지 모르겠습니다만, 1974년 호주 앨버리, 2013년 브라질 산토 안토니오 다 플라티나, 2015년 호주 골번에선 거미 비가 내린 바 있고, 2009년 일본 이시카와, 2010년 헝가리 Rákóczifalva(읽는 법을 모르겠습니다. 댓글로 제보 바랍니다.), 2011년 우루과이 카보 폴로니오에서는 개구리, 두꺼비, 올챙이 등이 비로 내려온 적이 있습니다.
동물비라고 하는 이 B급 영화스러운 현상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용오름(토네이도) 현상에 수중 생물들이 휩쓸렸다, 동물들이 떼지어 있다가 폭풍에 휩쓸렸다, 새가 물고기를 떨어뜨렸다, 등 다양한 가설들만 존재하고 있습니다.
동물비보다 더 특이한 경우로는 1876년 켄터키 고기비 사건을 꼽을 수 있습니다. 수분에 걸쳐 91m * 44m 정도의 공간에 고기 조각들이 비처럼 쏟아진 사건입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당시 날씨도 맑았고, 고기는 완벽히 신선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먹어본(정말 용감하지 않습니까?) 사람들의 증언에 의하면 양고기나 사슴고기, 또는 곰고기 같은 맛이었다고 합니다. 이 현상의 원인으로 대머리수리가 떨어뜨린 것이 아니냐는 가설이 있지만, 역시나 명확히 밝혀진 바 없습니다.
인도의 케랄라 지방에서는 때때로 색깔 있는 비가 관측됩니다. 1957년에는 핏빛의 붉은 비가 내렸고, 2001년에도 붉은 비 현상이 관측됐으며 시간에 따라 노란 비, 녹색 비, 검은 비도 보고되었습니다. 원인으로는 사막의 먼지, 화산 폭발의 잔해, 유성 폭발, 심지어는 외계인 등이 지목되었었으나 현재는 Trentepohlia라고 하는 조류의 포자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사실은 저도 비에 관한 특이한 체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연남동에서 직경 5m 정도의 아주 작은 지역에만 비가 내리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너무 신기해서 어떻게 된 일인지 계속 관찰을 하고 싶었는데, 하필이면 그 때가 소개팅 중이었어서 소개팅 상대였던 분과 10분 정도 밖에 관찰하지 못하고 지나갔던 것이 지금도 아쉽습니다.
댓글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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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발쟁이
윅셔너리에 따르면 "라코치팔바"라고 하면 될 것 같습니다: https://en.wiktionary.org/wiki/R%C3%A1k%C3%B3czifalva 이번주도 재밌는 글 감사합니다. 그 소개팅은 잘 되셨는지요:)
페퍼노트
감사합니다 앞으로 발음을 잘 모르겠을 때에는 윅셔너리에서 찾아 봐야겠네요 ㅎㅎ 그 소개팅은 상대가 누구였는지도 기억이 안 나는 까마득한 과거가 되었습니다 ㅋㅋ
matplotlib
ChatGPT와 Copilot도 '라코치팔바'라고 같은 의견을 줬네요ㅎㅎ https://sl.bing.net/ksSjTeKSmc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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