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페퍼노트에서 말의 신체구조를 인간의 신체구조에 빗대면 가운데 손가락, 발가락으로만 서있는 셈이라고 말씀 드린 적이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딱딱한 발굽도 중지의 손톱과 같은 것이어서 너무 많이 쓰면 닳고 너무 안 쓰면 길게 자라다 휘어버리기도 합니다. 야생마들이야 스스로에게 알맞게 걷고 뛰며 자연스럽게 길이 조절이 되겠지만, 가축의 경우 적당히 굽을 다듬어 주고 편자를 박는 등의 관리가 필요합니다. 일본에서는 특이하게 편자 대신 짚신을 신겨 관리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발굽은 말이 걷고 뛰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말이 태어날 때는 어떨까요? 말은 태어난지 얼마 되지도 않아 걸어 다니니 발굽이 없을 것 같진 않습니다. 하지만 발굽이 출산 과정에서 어미를 다치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게다가 인간도 엄마 뱃속에서 곧잘 발차기를 하는데, 말 발굽으로 차이면 꽤나 아플 것 같습니다.
다행히 갓 태어난 망아지의 발굽은 단단하지 않습니다. 영어로 'foal slippers(망아지 슬리퍼)', 'golden slippers(황금 슬리퍼)', 'fairy fingers(요정 손가락)', 'horse feathers(말 깃털)' 등의 이름으로 부르는 젤리같은 느낌의 말랑말랑한 보호막이 발굽을 감싸고 있기 때문입니다. 생긴 것을 보면 왜 요정 손가락, 말 깃털 같은 이름이 붙었는지 이해가 가는 독특한 기관입니다.
이 기관은 비단 말 뿐만 아니라 발굽을 갖고 있는 많은 동물들에게서 발견됩니다. 마치 곤충들이 탈피를 하는 것처럼, 이 새끼 동물들이 서고 움직이면서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간다고 합니다. 이런 귀여운 젤리가 망아지 발굽을 양말처럼 싸고 있으니, 오늘은 어미 말이 다칠까 걱정하지 말고 편하게 주무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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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노트, 코뿔소의 뿔, 말의 발굽, 코끼리의 엄니
Horse Nation, Mythbuster Monday: Foals are Born with Slippers
방구석지구촌, 태어날땐 말랑말랑한 발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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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페퍼노트에 오타가 있어 정정합니다.
'입자들이 규칙적인 격자의 형태로 단단히 결합된 것을 고체, 입자들이 불규칙적인 형태를 띠고 단단히 결합되지 않은 것을 액체라 정의한다면, 액체는 그 중간의 모호한 단계에 있기 때문입니다.' 라는 문장이 있었는데, 중간의 모호한 단계에 있다고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액체'가 아니라 '유리'입니다. 읽는 데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웹 게시물은 곧바로 수정했으나, 이미 발송된 메일은 거둘 방법이 없어 이렇게 정정을 덧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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