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창조해 보려다가 실패작을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흔하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때의 실패작들은 만들어내려고 했던 생명체와 유사하긴 하지만 분명히 다른 점이 있는, 그래서 더 무섭고 징그럽게 느껴지는 존재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프랑켄슈타인', '강철의 연금술사' 등 잠깐만 생각해 보아도 떠오르는 이야기들이 많네요.
하지만 인간의 욕심만이 괴이한 존재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닙니다. 때때로 자연도, 괴물이라고 부르기엔 너무한 것 같지만 생명체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기이한 존재를 만들어내곤 합니다. 무정형 구체(Amorphous globosus)입니다.
무정형 구체는 포유류의 출산 과정에서 간혹 나타나는 기형으로, 피부와 털로 덮인 둥그런 살덩어리입니다. 동물처럼 보이기는 하는데 어디가 머리인지, 어디가 팔다리인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름부터가 그리스어로 '형태가 없다'는 뜻의 αμορφή와 라틴어로 '구체'를 뜻하는 globus를 합친 것입니다. 말 그대로 '형태 없는 공'인 셈입니다.

안을 열어 보면 더 기괴합니다. 지방, 연골 조각, 결합조직, 혈관이 무작위로 섞여 있고, 때로는 뼈 파편이나 이빨까지 발견됩니다. 생명체를 구성하는 세 가지 배엽층의 조직이 모두 들어있지만, 어떤 기관도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습니다. 생존에 필요한 장기가 없으니 당연히 독립적으로 살 수는 없습니다. 생명체라기보다는 조직 덩어리에 가까운 것입니다.
이 현상은 주로 소에게서 발생하는데, 홀스타인 품종의 경우 약 3,500번의 임신 중 1번꼴로 나타납니다. 염소나 말에게서도 보고된 적이 있고, 아주 드물게 사람에게서도 발생합니다.
무정형 구체는 어떻게 생겨날까요? 학자들은 자궁 안에서 두 배아가 함께 자라다가 한쪽이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못한 경우에 생겨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즉 정상적으로 발달했더라면 일란성 쌍둥이로 태어날 수도 있었던 것입니다. 정상 발달에 실패했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도 않고, 정상적인 쌍둥이의 혈액 순환에 기생하면서 불완전한 형태로 살아남습니다. 심장 없이 쌍둥이의 피를 빌려 쓰는 셈이라 '무심장 쌍둥이(acardiac twin. 역시 이미지 검색에는 각오가 필요합니다.)' 유형의 일종입니다.
생명을 창조한다는 게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일인가 봅니다. 비단 인간의 오만함으로만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 탄생하는 게 아니라 자연도 안타까운 실수를 할 만큼 말입니다.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