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은분리법: 조선 덕분에 일본이 은수저 물게 된 사연

세계 은 생산량의 30%를 생산했던 일본, 이 모든 것이 다 조선이 던진 부메랑이었다는데...

2023.07.06 | 조회 9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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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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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개전 당시, 나고야에서 대기 중이던 예비대를 제외하고 배를 타고 건너와 조선을 침공한 병력만 15만 8,700 여 명입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동원한 병력이 175,000~190,000 명이라고 하니 500년 전에 어떻게 저런 숫자의 병력을 먹여 살리며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전쟁을 수행했는지 놀랍습니다. 실제로 역사 기록들을 종합해 보면, 일본은 세계에서도 손 꼽히는 지금의 수준은 아닐지언정 저 당시에도 만만치 않은 수준의 경제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본이 대규모 전쟁을 준비할 수 있을 정도의 생산력을 갖추게 된 데에는 조선의 헛발질도 한몫 했습니다.

연산군 9년, 김감불과 김거동이라는 두 사람이 연산군 앞에서 '연은분리법'을 시연합니다. 납이 포함된 은광석을 재와 함께 화로에 넣고 녹이면, 녹는점의 차이 때문에 납은 재로 스며들고 순수한 은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납 한 근으로 은 두 돈을 불릴 수 있는데, 납은 우리 나라에서 나는 것이니, 은을 넉넉히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연산군일기 49권, 연산 9년(1503년) 5월 18일 계미 3조

연산군은 이제 은을 넉넉하게 쓸 수 있다면서 기뻐합니다. 함경도 단천에는 조선 최대의 은광이 있었는데, 연산군은 이곳에서 연은분리법을 사용해 은을 캐도록 명합니다. 또한 민간에 은 채굴을 허가하고 대신 은으로 세금을 받자는 정책이 건의되고 연산군은 이를 시행합니다.

잘만 됐더라면 조선에서도 훗날 은을 기반으로 한 화폐 경제가 촉진되었을 수도 있는 정책이었습니다. 후에 청을 중심으로 은이 세계 경제의 기반이 되니, "은 코인 가즈아"를 외치는 조선 상인들이 활발한 무역으로 세계 여러 나라와 교류하는 대체 역사를 상상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중종반정으로 연산군이 쫓겨났기 때문입니다. 중종은 반정에 성공한 바로 그 해에 '사치 풍조 척결'을 기치로 은광 채굴을 금지합니다. 정치적으로, 반정을 일으킨 중종은 연산군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 명분을 세워야 했을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연산군 이전의 왕들도 명에서 무리한 조공을 받아 가는 것이 두려워 민간의 금, 은 채굴을 금해 왔었습니다.

재밌는 점은 이 기술이 일본으로 유출 됐다는 점입니다. 조선에서 경수와 종단이라는 두 기술자가 초청 돼 일본에 연은분리법을 전수합니다. 당시 일본은 오늘의 친구가 내일의 적이 되던 전국시대. 은을 쉽게 캐낼 수 있다는 것은 경쟁자들을 앞서갈 좋은 무기였습니다. 특히 '이와미 은광'에서 대박이 터져서 세계 은 생산량의 1/15이 이 은광에서 생산 되기에 이릅니다. 전세계 은 생산량의 30% 가량을 생산하던 일본은 이 어마어마한 양의 은을 바탕으로 다른 나라들과 교류하며 국력을 착실히 키워 갑니다. 그리고 조선에게 이것은 부메랑이 되어 임진왜란이라는 비극으로 돌아옵니다.

혁신은 어떤 천재가 끝내주는 발명, 발견을 한 것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닙니다. 혁신을 낳을 수 있을 만큼 자유로운 사회에서 탄생해, 혁신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개방적인 사회에서 커 나갑니다. 연은분리법의 교훈은 현대 사회에도 유효할 것입니다. 혁신을 하지는 못할지언정, 혁신을 막는 걸림돌은 되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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