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노트를 쓰며 가장 안타까웠던 소재 중 하나가 '연은분리법'에 대한 글이었습니다. 이 글은 은 생산량을 폭발적으로 늘릴 수 있는 기술을 조선에서 발견했지만, 정작 조선은 써먹지 못하고 일본에서 적극 활용하여 일본만 부강해진 사례에 관한 글이었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실수를 일본 역시 한 적이 있는데요, 바로 오늘 소개 드릴 '야기-우다 안테나'의 발명입니다.
1926년, 도호쿠제국대학의 우다 신타로는 획기적인 안테나를 개발했습니다. 다음은 이 안테나의 사진인데요, TV 안테나로 사용되는 모습을 보신 적이 있으실지도 모릅니다.
우다 신타로가 발명했음에도 '우다 안테나'가 아니라 '야기-우다 안테나'로 불리는 이유는, 우다가 야기 히데츠구 교수의 조수였기 때문입니다. 야기 교수는 우다와 공동으로 논문을 발표했고, 특허는 야기 교수의 이름으로 단독 출원했습니다. 이로 인해 오히려 우다의 이름을 뺀 '야기 안테나'라는 이름도 사용됩니다. 모든 대학원생 여러분께 응원을 보냅니다.
이 안테나의 특징은 '지향성'입니다. 전방향으로 전자기파를 뿜어내는 게 아니라 원하는 방향으로 전자기파를 송수신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특징 때문에 야기-우다 안테나는 '전자기파를 이용한 탐지 및 거리 측정', 줄여서 '레이더'를 발명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야기-우다 안테나의 발명은 금세 서구 국가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특히 영국은 이 기술의 잠재력을 즉각 파악하고 레이더 개발에 적극 활용했습니다. 반면 일본 군부는 이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전자기파를 쏘아가며 아군의 위치를 들킬 위험을 감내하는 것보다 직접 눈으로 파악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일본도 디지털보다 아날로그를 선호하는 문화로 유명한데, 어쩌면 꽤나 뿌리깊은 문화일 수 있겠습니다.
일본이 이 기술에 얼마나 무심했는지 전해지는 일화가 있습니다. 싱가포르 전투에서 일본군은 영국 레이더 기술자의 노트를 압수했는데 여기서 'Yagi'라는 단어를 발견했습니다. 모르는 영단어가 나오자 일본군은 영국 기술자에게 이 단어의 뜻을 물었고, 영국 기술자는 일본인 교수의 이름을 자신에게 묻는 일본군에 황당해 했다고 합니다.
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고, 레이더의 중요성이 명확해졌을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영국을 비롯한 연합국들은 뛰어난 레이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고, 이는 해전과 공중전에서 큰 우위를 점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반면 일본군은 레이더 개발에 늦었고, 질적으로도 열악하고 양적으로도 부족한 레이더를 운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유명한 미드웨이 해전 역시 미군은 레이더를 운용했으나 일본군은 레이더가 없었던 것이 결과를 가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같이 볼 링크
페퍼노트, '연은분리법: 조선 덕분에 일본이 은수저 물게 된 사연'
유튜브 '지식은 날리지 [Jisik is Knowledge]', '레이더 기술을 발명했으면서, 레이더를 쓰지 않아 전쟁에서 진 일본 이야기 | 야기-우다 안테나'
나무위키, '야기-우다 안테나'
위키피디아, 'History of Radar'
나무위키, '미드웨이 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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