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너무 배가 고팠는데 건강에 안 좋은 메뉴로 야식을 먹고 싶진 않아서 고민을 좀 했습니다. 결국 반숙 두 개를 먹었는데요. 제가 요리에 능한 사람은 아닙니다만 반숙엔 좀 자신이 있습니다. 반숙이 되기를 기다리면서 이번 주 페퍼노트는 반숙 잘 만드는 법을 소개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결론을 먼저 말해놓고 시작하겠습니다. 물이 끓으면 그때 계란을 넣으시고 불 끄고 뚜껑 닫아 놓으세요. 얼마나 오래 담가놓느냐는 각자의 반숙 취향에 달린 거라 여러분의 경험에 맡기겠습니다.
왜 이 방법이 잘 먹히는지 이유를 설명드리겠습니다. 반숙이 잘 됐다는 건 어떤 걸까요. 저는 세 가지를 꼽고 싶은데요. 껍데기가 잘 벗겨지고, 흰자는 탱글탱글하고, 노른자는 촉촉해야겠습니다.
먼저 껍데기입니다. 계란을 찬물에 넣고 서서히 삶으면 흰자와 껍데기가 붙어 잘 안 떨어집니다. 이미 끓고 있는 물에 넣으면 껍데기가 쉽게 벗겨집니다. 처음부터 높은 온도에 닿으면 흰자 단백질이 빠르게 변성되는데, 그러면 단백질이 자기들끼리 먼저 엉겨 붙느라 껍데기 안쪽 막과 잘 붙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흰자와 노른자에 대해서 생각해보겠습니다.
음식은 바깥에서부터 익습니다. 열이 바깥에서 오니까요. 음식과 음식 밖의 온도 차이가 클수록, 음식의 겉과 속의 익힘 정도 차이도 커집니다. 고기를 구울 때 센 불에 구우면 겉면은 바짝 익고 속은 촉촉하게 시어링되는 걸 생각해보면 당연합니다.
그렇다면 껍데기가 쉽게 떨어지도록 끓는 물에 넣었을 때 어떤 일이 있을 수 있을까요? 물이 끓는 100°C는 계란에게 상당히 높은 온도입니다. 흰자 단백질 중 오보트란스페린은 약 60°C에서 굳기 시작합니다. 흰자 단백질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오브알부민은 약 80°C에서 굳습니다. 이보다 높은 온도에서 오래 익히면 단백질이 과하게 엉겨 흰자가 고무처럼 질겨집니다. 따라서 끓는 물에 계란을 계속 담가 놓으면 계란의 안쪽 부분이 적당히 익기 전에 바깥 부분이 먼저 확 익어서 질겨질 수 있습니다.
비슷한 문제를 노른자도 겪습니다. 노른자는 약 65°C에서 걸쭉해지고 70°C쯤에서 굳습니다. 반숙의 촉촉한 노른자를 원한다면 이 선을 넘지 않아야 합니다. 계란을 과하게 익히면 노른자 둘레에 녹회색 테두리가 생깁니다. 흰자에서 생긴 황화수소가 노른자의 철과 만나 황화철이 되기 때문입니다. 몸에 해롭지는 않지만 보기에 좋지 않고, 황화수소 때문에 유황 냄새도 납니다.
따라서 껍데기를 벗기기 쉽게 하기 위해 끓는 물에서 삶기 시작하되, 그 뒤로는 생각보다 낮은 온도에서 계란을 익혀야 합니다. 대략 흰자는 68~82°C, 노른자는 65~70°C 정도에서 익혀야 맛있는 반숙이 됩니다.
이렇게 하려면 어떻게 삶으면 될까요? 2025년 이탈리아 나폴리 페데리코 2세 대학 연구진이 발표한 방법에 따르면, 100°C 물과 30°C 물에 2분씩 번갈아 32분 동안 옮겨 담아 노른자를 67°C 정도로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참나, 계란 하나 삶는 데 32분을 어떻게 쓰나요. 전 배고픈데요.
그래서 제가 추천드리는 방법이 바로 끓는 물에 계란을 넣자마자 불을 끄고 뚜껑을 닫는 것입니다. 일단 100°C 물에서 익기 시작해서 껍데기는 잘 까지는데, 그 뒤로는 물이 100°C보다는 좀 식은 상태가 되니까 과하지 않은 온도에서 계란을 삶는 게 가능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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