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 산소, 빛, 미생물의 작용 등에 의해 화학적 구조가 무너지면 우리는 음식이 상했다고 이야기합니다('발효'와 '부패'는 그 쓸모에 있어서 차이가 있을 뿐 과학적인 원리는 같습니다.). 따라서 음식이 상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선 산소, 빛, 미생물의 작용 등을 차단해야 합니다.
양념은 이 중 미생물의 작용을 방해합니다. 미생물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살아가기 위해 물이 필요합니다(말 나온 김에 물 한 잔 하고 오세요.). 음식물에서 수분을 제거하는 것도 미생물의 작용을 차단하는 괜찮은 방법입니다. 건조 식품들이 수분을 머금은 음식들에 비해 유통기한이 긴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
그런데 '수분함량(Water content)'을 줄이는 것 외에도 미생물이 물을 마시는 걸 방해할 방법이 또 있습니다. '수분활성도(Water activity)'를 낮추는 것입니다. 수분활성도란, 음식물 내 물 분자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정도를 의미합니다. 음식 내에 H2O 분자가 아무리 많아도, 그 분자가 이미 다른 분자들과 결합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없으면 미생물이 활용할 수 없습니다. 음식물에 소금, 후추 등의 양념을 뿌리면 음식물 내 물 분자가 양념과 결합하여 수분활성도가 낮아집니다. 수분 활성도가 어느 선 아래로 내려가면 미생물들이 활동하지 못합니다(그 정도는 미생물의 종류마다 다릅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음식물의 부패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또 수분함량을 낮추든 수분활성도를 낮추든 진공포장을 하든 현실에는 항상 한계가 있습니다. 괜히 '페퍼노트가 소금 뿌리면 괜찮대!' 하고 의심스러운 음식에 도전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번 페퍼노트 주제는 감사하게도 구독자 님들로부터 제보를 받았습니다. 구독자 님들께 직접 제보받은 첫 주제가 '페퍼노트'라는 이름에 딱 어울리는 주제라 기뻤습니다. 주제 제보 뿐만 아니라 여러분이 주시는 다양한 의견을 감사히 듣고 있습니다. 현재 제가 페퍼노트에 대해 절대로 바꾸지 않고 유지하고 싶은 원칙이 있다면 '제가 좋아서 하는 메일링 서비스일 것' 하나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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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짜맨
수분 지키미 페퍼노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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