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애플이 문제가 아니에요, 피자에 생선이 올라갔다고요

'피자에 담긴 세계사'와 함께 알아보는 피자 이야기. 이벤트도 놓치지 마세요!

2026.10.29 | 조회 49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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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새내기 시절, 전공 강의를 듣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아리랑'의 상당수가 근대에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아리랑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본조아리랑('십리도 못 가서 발병난다')은 1926년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의 주제곡입니다. 경기 지방의 아리랑을 편곡하고 가사를 새로 붙인 곡인데, 사실상 새로 만든 곡이나 다름없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밀양아리랑('날 좀 보소'), 진도아리랑('문경 새재는 웬 고갠가')은 본조아리랑의 유행 후 각 지방에서 잇따라 나온 것으로, 1920-30년대에 만들어졌습니다. 정선아리랑('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은 수백 년을 이어오는 향토민요를 바탕으로 한 것이 맞습니다만, 국립국악원 국악사전은 그 정선아리랑도 20세기 중반에 재해석한 것이라 밝히고 있습니다.

우리가 전통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들 중에 이런 반전이 있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농악은 오랜 세월에 걸쳐 내려오는 게 맞지만, 네 개의 악기만 떼어내 사물놀이를 만든 건 1978년의 일입니다. 부채춤은 1954년에 만든 무용입니다. 조선시대 궁중 떡볶이는 간장으로 볶는 형태였고 빨간 고추장 떡볶이는 1950년대에 만들어졌습니다.

배신감이 드시나요? 한국만 이런 게 아닙니다. 중국의 치파오는 1920년대 상하이에서 만든 옷입니다. 멕시코의 망자의 날에 퍼레이드를 한 건 2016년부터의 일입니다. 영화 '007: 스펙터'를 통해 망자의 날 퍼레이드를 보고 멕시코를 찾은 관광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없던 퍼레이드를 멕시코 정부가 뒤늦게 만들어냈습니다. '공식이 뭘 알아'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네요.

오늘 소개드릴 '피자에 담긴 세계사'는 제목처럼 피자의 역사를 따라가보는 책입니다. '정통 나폴리 피자' 같은 문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과연 그게 뭘까요? 피자 하면 떠오르는 '전통'은 무엇인가요? 그 전통은 진짜 전통일까요?

루카 체사리, '피자에 담긴 세계사', 이현경 옮김, 한스미디어
루카 체사리, '피자에 담긴 세계사', 이현경 옮김, 한스미디어

피자는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유래하여 미국을 거쳐 전 세계로 뻗어나간 음식입니다. 2021년 Pixsy의 조사에 따르면 피자는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로 가장 많이 등록되는 음식으로, 2위인 스시보다 거의 두 배나 많은 게시물을 기록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전 세계에서 사랑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피자를 이탈리아 음식으로 생각합니다. '이탈리아인에게 파인애플 피자 먹이기' 같은 콘텐츠가 유행하는 걸 보면 말이죠.

이탈리아 축구 레전드들의 파인애플 피자 반응. 받자마자 갖다버리네요. 저는 파인애플 피자 정말 좋아하는데요.

오늘날 피자엔 정말 다양한 형태가 있습니다. 그중 '피자' 하면 가장 기본적으로 떠오르는 형태는 무엇인가요? 아마 토마토 소스와 모차렐라 치즈를 중심으로 한 피자, 마르게리타를 베이스로 한 피자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게 바로 전통적인 나폴리 피자일까요?

물론 마르게리타가 나폴리에서 시작된 피자는 맞습니다만, 처음부터 나폴리 피자의 중심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마치 떡볶이 하면 빨간 떡볶이가 먼저 떠오르지만 원조 떡볶이는 간장을 쓴 까만 떡볶이인 것과 비슷합니다. 19세기 나폴리의 피자는 토마토 소스가 들어간 빨간 피자보다는 염장 비계, 라드, 올리브유 등의 기름만으로 맛을 낸 흰 피자가 주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토핑으로 흔했던 것은, 그날그날 나폴리에 많이 들어온 작은 생선들이었습니다(생선 피자라니! 파인애플 피자에 조금 더 관대해져도 되지 않을까요?). 19세기 나폴리로 시간 여행을 가게 된다면, 두툼한 빵에 라드를 바르고 엔초비를 올린 흰 피자를 쉽게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아마 어떤 분들은 이렇게 생각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탈리아 국기 색을 본떠 바질, 모차렐라 치즈, 토마토 소스를 써서 만든 피자를 마르게리타 왕비에게 선보인 뒤에 그 피자에 마르게리타라는 이름이 붙었다던데, 그럼 그때부터 마르게리타가 피자의 대표격이 된 건가?' 마르게리타에 얽힌 유명한 전설이죠. 지금도 나폴리의 한 피제리아에는 이를 증명하는 궁정의 감사장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책에 따르면 이 감사장의 인장, 필체, 서명 등 의심스러운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궁정의 공식 서신 대장에도 이 감사장은 등록되어 있지 않고요. 감사장에 적힌 날짜보다 9년이나 앞선 1880년 신문에 왕비가 피자를 먹은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요, 그 기사에 등장하는 피자의 토핑은 치어와 작은 새우입니다. 마르게리타 전설이 진짜라고 뒷받침하는 근거는 충분해 보이지 않습니다.

'피자에 담긴 세계사'는 이와 같이 피자에 담긴 역사 이모저모를 재밌게 파헤치는 책입니다. 피자가 탄생한 배경, 지금과는 많이 달랐던 초창기 피자의 모습, 한국의 군밤 장수를 떠올리게 하는 피자 장수의 모습, 마르게리타 피자의 전설, 뉴욕에서 겪은 피자의 변화, 피자가 세계로 퍼진 과정 등을 따라가다 보면 문득 군침이 돕니다. 속표지에 담긴 예쁜 피자 사진도 읽는 이로 하여금 피자 생각이 깊어지게 만듭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부록에 실린 피자를 손으로 먹는 게 맞는가, 나이프와 포크로 먹는 게 맞는가, 하는 문제가 정말 궁금했는데요(손으로 먹는 게 편한데 식당에서 그렇게 먹으면 눈치 보이더라고요.). 아무래도 피자가 대중의 음식이었다 보니 오래된 예절 지침서에는 등장하지 않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1882년 삽화에는 피제리아에서 포크로 피자를 먹는 사람들이 나오는가 하면, 1967년 다큐멘터리에는 길거리에서 피자를 지갑 모양으로 접어서 손으로 먹는 모습이 나옵니다. 일관된 원칙은 없으니 선호하시는 방식대로 당당하게 먹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재밌는 이야기들이 담긴 '피자에 담긴 세계사'! 출판사인 한스미디어에서 페퍼노트 독자분들을 위해 이벤트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아래의 이벤트 신청 폼을 통해 총 다섯 분을 선정하여 '피자에 담긴 세계사'를 보내드립니다(당첨자 선정 및 도서 발송은 한스미디어에서 진행합니다.). 이번 기회에 집에 예쁜 피자 책 한 권 들여보시길 바랍니다.

이벤트 신청 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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