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프랑스, 궁정 무도회에서 누군가가 한 여성에게 키스를 했습니다. 이 행동에 분노한 귀족 세 명이 결투를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이 사람은 신묘한 검술로 셋을 꺾어버렸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이 사람이 여성이었다는 점입니다.

이름은 '줄리 도비니(Julie d'Aubigny)', 예명 '라 모팽(La Maupin)'. 1670년 또는 1673년에 파리 근교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가 루이 14세 궁정에서 시동들을 훈련시키는 일을 했는데, 딸에게도 남자아이들과 똑같이 검술을 가르쳤습니다. 어린 나이에 검을 잡은 줄리는 금세 성인 남성도 이기는 실력이 되었습니다.
17세기 기록, 그것도 지체 높은 인물이나 역사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오늘 소개할 그녀에 대한 기록은 교차 검증이 어렵기도 하고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확신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모든 기록들이 공통적으로 증언하는 것은 그녀가 남성들을 이길 만큼 검술에 능했고 남녀를 가리지 않고 불 같은 사랑을 하며 살았다는 점입니다.
1687년경 그녀는 결혼했지만, 한 사람에게 안주하는 스타일이 아니었습니다. 남편이 남부 프랑스로 파견된 사이 그녀는 검술 교관과 사랑에 빠져 도주합니다. 줄리는 검술만큼이나 노래에도 재능이 있어서, 검객 겸 오페라 가수로 생계를 이어갑니다. 하지만 그 생활에도 금방 질렸는지, 이번에는 한 소녀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2026년 현재도 자식이 동성애자라는 걸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는 부모가 많은데, 17세기 프랑스에서 오죽했을까요? 소녀의 가족은 딸을 수녀원으로 보내버렸습니다. 하지만 줄리 도비니의 사랑은 불같았습니다. 그녀는 애인을 빼내기 위해 수련 수녀가 되어 직접 수녀원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사망한 다른 수녀의 시신을 훔쳐 연인의 침대에 놓고, 방에 불을 질렀습니다. 애인이 화재 사고로 죽은 것처럼 꾸민 것입니다. 그렇게 혼란을 틈타 연인과 함께 탈출했지만 결국 발각되어 시체 절도와 방화 등으로 화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도망쳤습니다.
도망친 곳에서도 그녀의 생활은 거칠었습니다. 어느 귀족 청년과 결투 끝에 그를 상처 입혔는데, 사과를 전하러 갔다가 눈이 맞아 그를 간호하고 사귀기도 했다고 전해집니다. 17세기 판 "날 이렇게 대한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일까요?
그 뒤로 그녀는 오페라 가수로서 생계를 이어갑니다. 한 후작은 줄리의 목소리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라고 기록했다고 하니 노래도 보통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경력 전체에 걸쳐 25개 오페라의 역할을 초연했고, 1702년에는 캉프라가 오페라 '탕크레드'의 클로랭드 역을 줄리의 음역에 맞춰 작곡했는데, 이것이 프랑스 오페라에서 콘트랄토가 주역을 맡은 최초의 사례입니다.
물론 무대 밖에서의 성격은 여전했습니다. 테너 가수 뒤메니가 여성 단원들을 모욕하자 남장을 하고 밤에 기다렸다가 지팡이로 두들겨 팼고, 전 연인이자 동료 가수인 테브나르가 줄리를 모욕했을 때는 3주 동안 매일 밤 극장 밖에서 기다렸습니다. 테브나르는 분장실에서 먹고 자다가 결국 공개 사과를 해야 했습니다.
지난 달에는 여성 해적들의 이야기를 전해 드렸었습니다. 줄리 도비니는 해적은 아니었지만 어느 해적보다도 자유롭고 방탕한 삶을 살았던 여성이었습니다. 현대에 태어났더라면 재니스 조플린이나 에이미 와인하우스 같이 이름을 떨치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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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애요
이런 내용 재밌어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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