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가 사람을 아프게 하고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알아볼 이야기는 조금 다른 종류의 죽음입니다. 담배를 피우면 물리적 방법으로 죽을 수 있었던 나라에 대해 알아 보겠습니다.
오스만 제국의 17대 술탄(1623 ~ 1640 재위) 무라트 4세는 담배를 몹시 싫어했습니다. 무라트 4세의 통치 하에서는 담배를 피우다가 적발되면 막대한 벌금형에 처해졌으며, 두 번째부터는 처형되었습니다. 약 3만 명에 달하는 사람이 담배를 피우다 처형당했습니다. 몰래 피우는 사람이 있을까봐 본인이 직접 변장을 하고 거리에 나가는 열의까지 보였다고 합니다. (나무위키에는 담배를 피운 프랑스 대사의 귀까지 잘랐다는 일화가 나와 있는데, 이 이야기는 제가 출처를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했을까요? 1633년 현재의 이스탄불에 위치한 코스탄티니예에 대형화재가 났었는데, 무라트 4세는 이 화재의 원인이 담뱃불이었다고 믿었다고 합니다. 또 무라트 4세는 담배만 금한 것이 아니라 커피도 함께 금했는데, 정치적으로 불온한 세력이 카페에 모여서 작당 모의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 뿌리를 뽑고자 담배와 커피를 금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다른 어떤 이유가 있든 본인이 담배를 엄청나게 혐오하는 마음이 있지 않고서는 3만 명을 처형하는 건 어려운 일 같습니다.
더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건 오스만 제국 흡연자들의 대처입니다. 관용적 표현으로 '곧 죽어도 ~는 (안) 한다'라는 표현이 쓰이는데, 이 당시 오스만에는 말 그대로 곧 죽어도 담배는 피워야겠는 사람들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백 명 쯤 죽었으면 사려야겠다고 생각할 법도 한데 3만 명이 죽어 나갔다는 기록만 보아도 그렇습니다. 지금도 튀르키예에서는 레몬 향수이자 세정제인 '콜로냐'를 많이 쓰는데, 튀르키예에 콜로냐가 생겨난 시기가 무라트 4세 통치 시기와 얼추 비슷합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마치 선생님에게 걸리기 싫어서 나무 젓가락으로 담배를 피우고 탈취제를 뿌리는 고등학생들처럼, 오스만 제국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우고 콜로냐로 냄새를 지웠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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