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병을 사랑한 딱정벌레

인간의 디자인이 야생동물들에게 끼친 영향

2025.04.19 | 조회 9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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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한국에서만 연간 800만 마리의 새가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다는 통계를 소개 드린 적 있습니다. 인간이 조용히 건물만 지어도 얼마나 많은 야생동물을 죽일 수 있는지 보여주는 무시무시한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유사하게 인간의 디자인이 야생동물에게 미친 영향을 몇 가지 살펴보려 합니다.

유리창에 부딪혀 죽고 있는 새들과 달리 반대로 인간의 도구를 역이용해 살아가고 있는 새들이 있습니다. 유럽의 까치와 까마귀는 아이러니하게도 새를 쫓기 위해 설치한 못(anti-bird spikes)을 둥지 재료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새들을 쫓기 위해 디자인한 구조물이, 까치와 까마귀들에게도 다른 새들이 둥지로 접근하는 것을 막기에 안성맞춤인 디자인이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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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게들은 인간이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를 집으로 삼아 살고 있음이 발견되었습니다. 연구에 따르소라게 종의 3분의 2가 인간이 버린 쓰레기를 패각 대신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플라스틱 뚜껑, 전구 조각, 금속 병뚜껑 등을 집 삼아 사는 386마리의 소라게를 발견했습니다.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껍데기가 줄어들면서, 소라게에게는 가볍고 운반하기 쉬운 플라스틱 뚜껑이 대안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소라게에게 도움이 되는지 해로운지는 아직 연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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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는 맥주병 디자인이 한 딱정벌레 종의 위기를 불러온 사건이 있었습니다. 1980년대, 두 젊은 생물학자는 호주 서부 지역에서 현장 조사를 하던 중 황금빛 갈색의 맥주병 아래쪽에 매달려 있는 딱정벌레를 발견했습니다. 자세히 보니 이 딱정벌레는 맥주병과 짝짓기를 시도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더 많은 병을 조사해보았고, 놀랍게도 여러 개의 맥주병에서 동일한 행동을 하는 수컷 딱정벌레들을 발견했습니다.

이 수컷들은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맥주병과 짝짓기를 시도하다가 죽기도 하고, 심지어 지나가던 개미들이 그들의 생식기를 먹어 치우는 와중에도 맥주병과의 짝짓기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이들이 이렇게까지 맥주병에 집착한 이유는 다름아닌 맥주병의 디자인 때문이었습니다. 맥주병의 갈색은 암컷 딱정벌레의 색깔과 비슷했습니다. 이 종은 원래 암컷이 수컷보다 큰데, 맥주병은 그들에게 엄청나게 컸습니다. 무엇보다도, 맥주병 아래에는 작은 돌기들이 나 있었는데, 암컷 딱정벌레의 몸에 나 있는 돌기와 유사했습니다. 즉 이 맥주병은 딱정벌레들에게 슈퍼 섹시 다이너마이트였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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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 딱정벌레들이 이 슈퍼 섹시 다이너마이트 맥주병과 짝짓기를 계속 시도한다면 궁극적으로 멸종까지 갈 수도 있었습니다. 결국 이 문제를 인식한 호주 맥주 회사들은 병 디자인을 변경하여 돌기를 제거했고, 그 후 풍뎅이들은 맥주병에 더 이상 관심을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진화적 함정에 빠진 사례는 더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바다거북이는 산란 후 달빛을 보며 바다로 돌아가는데, 해변의 호텔 불빛 때문에 방향을 잃기도 합니다. 벌새들은 빨간색 전기 절연체를 빨간 꽃으로 착각해 감전돼 죽기도 합니다. 본의 아니게 동물들을 죽이지 않기 위해서는 디자인 하나하나에까지 신경써야만 하겠습니다.


더 알아보기

페퍼노트, 인간은 얼마나 많이 죽이고 얼마나 많이 죽을까요
Audubon, Apparently Magpies and Crows Are Using "Anti-Bird Spikes" to Make Their Nests
동아사이언스, 플라스틱 쓰레기 짊어지고 사는 소라게
Krulwich Wonders, The Love That Dared Not Speak Its Name, Of A Beetle For A Beer Bot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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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iv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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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days 전

    슈펔ㅋㅋ섹싴ㅋㅋ다이너마이틐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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