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기어'를 달고 있는 동물, 멸구

점프의 비결은 다름 아닌 다리에 달린 기어!

2026.02.08 | 조회 4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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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품 중에는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얻어온 것이 많습니다. 반대로 자연에서는 그 모습을 찾아 보기 어려운, 지극히 인위적인 물건들도 있죠. 톱니바퀴, 기어는 어떤가요? 아무래도 자연과는 거리가 멀어보이지 않나요? 그런데 몸에 기어를 갖고 있는 곤충이 있습니다.

멸구 약충의 뒷다리 기어 (출처: Burrows/Sutton, University of Cambridge)
멸구 약충의 뒷다리 기어 (출처: Burrows/Sutton, University of Cambridge)

유럽의 정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멸구의 일종(학명: Issus coleoptratus)의 약충의 뒷다리에는 기어처럼 생긴, 그리고 기어처럼 작동하는 기관이 있습니다. 여기서 '약충'이라 함은 불완전변태하는 곤충, 즉 번데기 과정이 없는 곤충의 애벌레를 말합니다.

멸구 약충의 기어는 인간으로 치면 고관절 쯤에 해당하는 부분에 위치해 있습니다. 각 다리에는 10~12개의 톱니가 있고, 톱니 하나의 너비는 약 80마이크로미터, 기어 스트립 전체 길이는 약 400마이크로미터 정도입니다. 참고로 머리카락 굵기가 보통 70~100마이크로미터 정도입니다.

왜 이들의 다리에는 기어가 필요할까요? 멸구는 몸집에 비해 엄청난 점프력을 자랑합니다. 2밀리초 만에 400G의 가속도로 도약해 최고 시속 13km 속도에 도달합니다. 약 1미터 높이까지 뛰어오를 수 있습니다. 이 정도의 점프를 하려면 양쪽 뒷다리가 정확히 동시에 움직여야 합니다. 로켓을 발사할 때 균형을 잘 맞춰야 하는 것처럼요. 만약 한쪽 다리가 조금이라도 먼저 움직이면 점프하는 순간 몸이 빙글빙글 돌아가 버립니다.

그런데 뇌에서 양쪽 다리에 "점프!"라는 신호를 보내도, 신경 전달 과정에서 미세한 시간차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멸구의 해결책이 바로 기어입니다. 양쪽 다리의 기어가 서로 맞물려 돌아가면서, 30마이크로초 이내로 두 다리의 움직임을 동기화시킵니다. 메뚜기는 양쪽 다리 사이에 2~3밀리초의 시간차가 생긴다고 하니, 멸구가 100배 정밀한 셈입니다.

멸구의 점프 순간을 고속 촬영한 영상

이 기어는 약충에게만 있고, 성체가 되면 사라집니다. 왜 그럴까요? 약충은 성체가 될 때까지 5~6번 탈피를 합니다. 탈피할 때마다 새로운 기어가 생기기 때문에, 기어가 손상되어도 다음 탈피 때 새것으로 교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체는 더 이상 탈피하지 않습니다. 만약 성체의 기어가 손상되면 평생 고장 난 기어를 달고 살아야 합니다. 포식자에게서 도망치는 멸구의 무기가 고장나 있다면 생존에 치명적일 것입니다.

그래서 성체는 다른 전략을 씁니다. 기어 대신 다리의 돌출부를 서로 밀어서 동기화하는 '마찰' 방식을 사용합니다. 이 방식은 기어만큼 정밀하진 못합니다. 대신 손상 위험이 적은 안전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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