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J 샌드위치'라고 들어보셨나요? Peanut Butter & Jelly, 그러니까 땅콩버터와 젤리를 빵 사이에 바른 샌드위치입니다. 샌드위치에 젤리라니 끔찍하죠? 사실 여기서 젤리는 우리가 아는 그 쫀득한 젤리가 아니라 과일즙만으로 만든 잼의 한 종류를 뜻하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PB&J 샌드위치는 빵 사이에 땅콩버터와 과일잼을 바른 음식입니다.

우리에겐 그리 익숙한 음식이 아니지만 미국에서는 국민 간식입니다. 기록에 처음 등장하는 건 1901년이고 제2차 세계대전 때 전국적으로 유명해졌습니다. 잘 상하지 않고 열량이 높은 데다 조리도 필요 없어서 미군 보급품에 들어갔는데, 참전 용사들이 고향에 가서도 만들어 먹었던 것입니다. 미국 땅콩 협회에 따르면 미국 아이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평균 1,500개의 PB&J를 먹는다고 합니다. 우리로 치면 김밥 쯤 되는, 초등학생 도시락의 상징 같은 음식입니다.
딱 봐도 별로 건강식 같아 보이진 않습니다. 그런데 NBA 역사상 가장 많이 이겼던 팀이 PB&J 샌드위치를 먹기 위해 투쟁했던 적이 있습니다.
저는 어릴 때 NBA를 좋아했습니다. 2007-08 시즌 보스턴 셀틱스는 케빈 가넷, 레이 알렌을 영입하며 게임에서나 볼 법한 강력한 팀을 만들었습니다. 마이클 조던 시대의 시카고 불스가 1995-96 시즌에 세운 72승 10패를 깰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셀틱스는 66승 16패로 시즌을 마쳤습니다. 그걸 보고 저는 '저 팀도 66승 밖에 못하는 거면 72승은 안 깨질 기록이구나'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10년도 안 지나서 2015-16 시즌에 기록이 깨졌습니다. 스테픈 커리가 이끄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73승 9패를 기록한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팀이 이 위대한 기록을 세우는 동안, 팀 내부에서는 PB&J 샌드위치에 대한 싸움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이야기의 출발점은 앞서 말한 그 셀틱스입니다. NBA의 PB&J 열풍은 2007-08 시즌 보스턴 라커룸에서 시작됐습니다. 어느 12월 경기 전, 배가 고프다는 동료의 말에 케빈 가넷이 맞장구를 치며 PB&J 샌드위치를 먹었습니다. 가넷은 평소 유니폼 정리하는 순서까지 정해져 있을 정도로 루틴을 강박적으로 지키는 타입의 선수였습니다('언컷 젬스'라는 영화를 아시나요? 가넷은 그 영화에 본인 역할로 출연하는데, 영화에서도 '이 보석만 있으면 내가 경기를 더 잘할 수 있어' 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날 PB&J 샌드위치를 먹고 경기를 잘 뛴 가넷은, PB&J 샌드위치를 먹는 걸 아예 루틴으로 삼아버렸습니다.
원래 옆에서 누가 뭘 먹고 있으면 맛있어 보이는 법이죠. 이런 가넷의 습관은 리그 전체로 번졌습니다. 밀워키 벅스의 경우 경기 당 20~30개씩 소비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2015년 여름, 워리어스는 호주 럭비 리그의 우승팀 시드니 루스터스의 피지컬을 책임졌던 라클런 펜폴드를 피지컬 퍼포먼스 및 스포츠 의학 총괄로 영입합니다. 그는 워리어스 선수들의 식단에서 설탕을 과감하게 제거해 나갑니다. 우승을 열망하던 선수들도 좋아하던 음식을 자제하며 그 방침을 따릅니다. 하지만 펜폴드가 비행기에서 PB&J 샌드위치를 못 먹게 하자 사건이 시작되었습니다.
반란을 이끈 건 선수가 아니라 코치였습니다. 당시 스티브 커 감독이 등 수술 후유증을 앓아서 루크 월튼이 감독 대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월튼은 원정 비행기에서 승무원이 뭘 먹겠느냐 물을 때마다 펜폴드에게 들리도록 큰 소리로 "땅콩버터 잼 샌드위치요!"라고 외쳤다고 합니다. 나중에는 그거 아니면 아무 것도 안 먹겠다고까지 했다네요.
루크 월튼은 팀의 중심인 스테픈 커리를 꼬드깁니다. 월튼은 커리에게 "네가 나서면 이 싸움을 이길 수 있다"라며 합류를 요청했습니다. 커리도 경기 전 루틴으로 PB&J 샌드위치를 먹어 왔던 터라 아쉬움이 있었나 봅니다. 평소 과묵한 커리가 ESPN에 "그게 그 자리에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좀 흔들리더군요"라고 심정을 밝혔습니다.
그러다 12월이 되었을 때, 개막 24연승을 달리던 워리어스가 PB&J가 준비되지 않은 비행기를 타고 밀워키에 원정을 갔다가 연승이 끊기고 맙니다. 이 때 워리어스 단장 밥 마이어스가 "이건 땅콩버터 탓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하고 농담을 던집니다. "땅콩버터 잼이 커리의 루틴 중 하나라면, 그걸 빼앗은 건 애초에 무책임한 일이었습니다."
결국 펜폴드가 백기를 들었습니다. 코치를 중심으로 반란에 성공한 워리어스는 그들의 소중한 PB&J 샌드위치를 되찾았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 때문이라고 보기야 어렵겠지만, 펜폴드는 이 한 시즌이 끝나자마자 워리어스를 떠나 호주로 돌아갔습니다.
40대인 호날두가 설탕과 우유를 아예 먹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으면 역시 일반인과는 차원이 다른 자기 관리를 하는구나 하고 거리감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NBA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팀 중 하나인 워리어스가 초등학생 간식을 먹기 위해 저항까지 했다는 얘기를 들으니 조금은 가깝게 느껴지네요.
그럼 경기력을 끌어올리려면 뭘 먹으면 좋을까요? '베이킹 소다 도핑' 이야기를 다뤘던 페퍼노트도 복습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funfact.wiki를 소개합니다.
funfact.wiki 는 페퍼노트를 위키의 형태, 숏폼의 형태로 만든 새로운 웹사이트입니다. 그동안 페퍼노트를 재밌게 읽으셨던 분들이라면 좋아하실 펀팩트들을 300자 이내의 짧은 카드로 공유하는 위키 사이트입니다. funfact.wiki 에서 새로운 재밌는 지식들을 많이 가져가시고 또 나눠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의견을 남겨주세요
Hyungnam
식물성 단백질과 건강한 지방이 풍부하지만, 정제 탄수화물과 설탕이 많아 섭취 시 주의가 필요합니다.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