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2 - 바르셀로나에서

2026.04.20 |
첨부 이미지

바르셀로나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빠를 따라 초등학교 졸업식 대신 여행했던 도시다. 마드리드였는지 바르셀로나였는지 헷갈리지만 좁은 골목길에서 산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되는 유리공예들을 샀는데 한국에 와보니 어디갔는지 사라져버렸다. 엄마가 jamon을 보고 하몽이 아닌 자몽이라 생각하고 빵을 사먹었는데 달지 않고 짭짤했던 기억. 그때나 지금이나 내가 지나가는 사람에게 길을 물어보길 바라는 엄마 덕에 Excuse me만 스페인어로 외워서 그 다음은 영어로 길을 물어봤던 기억. 아, 여권을 너무 잘 넣어둔다고 캐리어 안쪽 주머니에 잘 놔뒀는데 그땐 다같이 뭐에 씌였는지 내 여권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출국하는 날 아빠 손잡고 뛰어가서 대사관 가서 다시 사진 찍고 비행기 시간 직전에 공항에 왔던 기억도 조금 남아있다.

 

이번에는 관광지가 아닌 학회 부근으로만 다녀서 El Poblenou라는 동네 부근에서 학회장까지 30분 정도 걸어갈 일이 있었다. 이렇게 뻥 뚫린 길을 걷고 있으면 한강 생각도 나고, 한 번 살아보고 싶기도 하고. 

첨부 이미지

아무튼 학회를 위해 19 만에 다시 스페인에 오게 되다니. 인생 해외 학회기도 하고 CHI 대학원 때부터 언젠가 기회가 오기를 바랐지만 닿을 없는 학회였다. 어떤 회사들은 출장을 보내주기도 하는 아주 학회인데 내가 다니던 곳에서는 그럴 일이 영영 없다는 것을 깨닫고 그럼 이런 학회를 보내주는 곳으로 가야겠다 생각한 것도 없잖아 있다. 사실 그냥 회사 다니면서 내돈내산으로 가면 되는 것도 맞지.

첨부 이미지

죽을 만큼 간절했던 것도 아닌데 계속 마음에 품고 있다보면 나도 모르는 바람을 이루는 날도 온다니, 인생은 신기하다. 아, 그리고 전세계 학교를 찾아보던 시절, 바르셀로나에 있는 Universitat Pompeu Fabraf라고 sound and music computing 석사를 알아봤었는데... 바로 그 학교를 지나가다 발견하기도 했다. 

첨부 이미지

 

아는 것이 꽤나 있는 사회인에서 다시 아무것도 모르고 모든 게 새롭고 또 어려운 1학년이 되는 일. 겨우 갖게 된 편안한 관계와 일상을 내 손으로 뿌리치고 왔으니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이루어내야만 한다는 압박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게다가 미국의 신용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커피챗과 네트워킹은 필수인데 남의 귀한 시간을 부탁하는 용기는 좀처럼 갖기가 어려웠다. 

첨부 이미지

패널로 워크샵에 참여하고 자원봉사하는 것 외에는 새로운 용기를 장착하는 데 집중했다. 평균 수면시간 4-5시간으로 일주일을 빼곡하게 보냈고, 스물 네 명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먼저 연락했던 분들을 포함 일곱 분과는 커피챗을, 그리고 우연히 알게 된 몇 명과는 다음을 기약하는 친구가 되기도 했다. 두 다리 정도 건너면 다 알게 되는 걸 보니 꽤나 좁은 세상이라 해야할까? 

첨부 이미지

일주일 동안 요리를 안 해먹어도 되는 게 내심 좋기도 했다. 꼭 가보고 싶었던 집앞 카페를 기어코 7일차가 되어서야 갈 수 있을 만큼 바빠서 하루에 한 끼만 크게 사먹었지만 팁 없는 유럽이 다 저렴하게 느껴지고... 학회 기간 내내 의지했던, 대학원 시절에 만난 H 언니와 마지막 밤에 먹었던 김치찌개, 비빔밥, 레몬맥주의 조합은 최고였다. 

첨부 이미지

내내 춥고 바람불다가 금요일이 되어서야 따뜻해지길래 '아, 왜 이제!'하고 아쉬웠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와 구엘 공원은 보지도 못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바르셀로나에 다시 갈 이유를 남겨둬서 좋기도 하다. 가는 길마다 강아지가 있고 내가 사랑하는 감자가 잘 나와서 좋은 도시:) 

첨부 이미지

아쉬움이 무색하게 우리(?) 동네의 푸릇푸릇함이 또 반갑다. 

꿈과 사랑을 담아,
Poem Kim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포엠킴의 생존 레시피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2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 형석의 프로필 이미지

    형석

    1
    16일 전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ㄴ 답글 (1)

다른 뉴스레터

© 2026 포엠킴의 생존 레시피

K-직장인에서 미국 박사과정으로, 살아남고 살아가는 이야기

메일리 로고

도움말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채팅으로 문의하기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송파구 위례광장로 199, 5층 501-8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