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9 - 꿈꾸면 언젠가

2026.01.12 |

이 편지쓰기는 힘 닿는대로 계속 써보기로 했다.

내일이면 다시 새 학기가 시작된다. 한국에서의 시간을 뒤로 하고 뉴욕에 들렀다가 나의 또다른 집으로 돌아왔다. 

첨부 이미지

문을 안 잠그고 온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이중으로 잠근 탓에 15분 동안 집에 못 들어갔다. 알고보니 같은 키 하나로 위 아래 다 열어야 하는데 그걸 까먹고 작은 열쇠로 위쪽을 계속 시도한 거다. 집은 그대로 잘 있었다. 

 

뉴욕은 워싱턴 DC행이 너무 비싸기도 하고, 벌써 알게 된 지 10 년이 넘은 친구가 집을 내어준 덕에 다녀오게 되었다. 뉴욕이 처음이었지만 뉴욕에서 하려고 써둔 것은 이게 전부였다. 

첨부 이미지

하지만 뉴욕에 갔다는 것 자체가 내겐 신기한 일이었다. 버킷리스트라는 이름 아래 무언가를 써본 적은 없어도 서른 즈음 뉴욕에 가서 베이글을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꽤 자주 했었으니. 만 서른 하나에 처음 만나게 된 뉴욕에서 삼일 연속으로 베이글을 먹었다. 

첨부 이미지

 

뉴욕에서 나를 재워준 S와 몇 년 전 반포한강공원에서 얘기를 나누던 때가 기억났다. 반포가 이렇게 좋은 동네였냐고 말하던 나와 유학을 가고 싶어했던 S. 

BIRDS OF A FEATHER라는 중식당에서 Happy Hour 메뉴인 리치맛 칵테일을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때, 베이글에 대한 나의 꿈과 유학에 대한 그녀의 꿈이 콜라보레이션된 느낌이 들었다. 물론 이야기 주제는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었지만 뉴욕에서의 시간이 오히려 일상이 된 것 같았달까. 

첨부 이미지

친구 H의 친언니도 뉴욕에서 만났다. 이제는 나의 친구가 된 Y 언니를 만났다가 다시 친구 집으로 돌아가면서 낯선 곳에서도 마음이 통하는 이들을 만날 수 있음에 감사했다. 

 

한 달 전, 서울로 돌아갈 땐 어서 빨리 돌아가고 싶었다. 아끼는 사람들에게 내가 준 것보다 더 많은 사랑을 돌려받았고, 물질적으로도 좀더 풍족해졌다. 그런데 그 시기가 일시적이라고 생각하니 아이러니하게 한국에서의 미래가 잘 그려지지 않아서인지 좋은 시간을 보내면서도 나 혼자 눈치를 보게 됐다. 

 

아무튼 현실로 돌아올 시간. 매일 쉼없이 사람과 함께하는 서울에서 넓은 집으로 돌아왔다. 선물받은 패딩을 고이 옷걸이에 걸고, 황금명태 자석을 냉장고에 붙이고, 사쉐를 차 안에 걸고, 홍삼캔디를 입에서 녹이고, 반팔과 긴팔을 예쁘게 접고, 소중한 친구들이 준 달러를 꼭꼭 숨겨놓았다. 뉴욕에서 Y 언니에게 받은 초콜릿을 씹으며 S가 내 캐리어에 나몰래 숨겨둔 물고기 무갈이(?)도 정체가 무엇인지 들여다보았다. 부엌, 욕실, 옷장, 엄마와 돌아다니며 산 것들을 적당히 정리했다. 실은 주는 것보다도 더 많이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나다. 

 

신년 계획은 없지만 조금씩 새로운 꿈들을 적어나가보려고 한다. 그래야 그 꿈을 잊어갈 때쯤 뉴욕의 베이글처럼 내 삶에 나타날테니. 

 

새 학기를 앞두고, 
Poem Kim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포엠킴의 생존 레시피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다른 뉴스레터

© 2026 포엠킴의 생존 레시피

K-직장인에서 미국 박사과정으로, 살아남고 살아가는 이야기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채팅으로 문의하기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송파구 위례광장로 199, 5층 501-8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