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한파에 거리가 얼었다. 학교 건물에 깔린 눈을 어그부츠로 쿡쿡 찔러보니 쨍그랑 소리가 난다.
날씨가 추운 걸 핑계삼아 하루종일 전기장판 속에서 꾸물대고 싶지만 실제로 그렇게 해보면 힘들어지는 건 나일 뿐.
어느덧 2월이다. 올해의 청사진을 그려볼 때가 됐다.
작년 1월 1일에는 일기장에 사랑, 용기, 믿음이 필요하다고 적어두었다. 아직 다 채워지지 않은 것들이지만 거기에 더해 올해는 '또렷한 의식'을 연습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미국에 온 지 딱 6 개월이 지났다. 짧은 기간이라 위안 삼을 수도 있지만 귀한 기회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의식적인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우연히 유튜브에서 30대는 '숫자 이야기'를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영상을 보게 됐다.
지금 직장생활을 하는 것도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30대에 다시 남의 손을 빌려야 하는 학생이 된 내게 노력과 성과를 구분해야 한다는 말은 꽤나 인상깊었다. 내 상황에 대입해본다면 나의 연구가 가져올 가치가 무엇인지 명쾌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열심히 살고 있다는 느낌에 취하기보다는 내가 지금 투자하고 있는 시간과 노력을 어떻게 가치로 전환시킬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 같다.
한 가지 소식이 있다면 4월에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학회에서 자원봉사를 하게 됐다. 우리 연구분야에서 는 가장 유명한 학회고, 석사 때부터 한 번쯤은 가보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다. 물론 아직 학회 비용을 안 내도 되는 것 말고는 숙소와 비행기가 고민이지만 1200여명 중에 200명이 '당첨'되었으니 운이 좋았다.
사실 이런 기회도 몇 년 동안 생각만 했던 게 현실이 된 아주 기쁜 일에 속한다. 그런데도 막 엄청 기쁜 마음이 잘 들지 않았다. 작년에 마음이 지쳤다는 이유로 좋다, 싫다, 재미있다, 힘들다 등등 구분하기를 포기했었기 때문이다.
감정도 구분을 못하게 된 가운데 남들이 졸업 후에 뭐할 거냐고 물어보면 애매하게 '열려있다'고 대답한 것 역시 회피였다. 아주 많은 시도와 거절 끝에 이 곳에 다다른 것처럼 이제는 계획대로 되지 않더라도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판단하는 연습을 더 많이 해야겠다.
별로 재미있는 얘기는 아니었죠?
미국에서 딸기가 맛이 없다길래 얼마나 맛이 없을까 하고 $3.99 짜리 딸기를 사먹어봤는데 딸기에서 단 맛이 하나도 안 나서 녹차 아이스크림이랑 같이 먹어줬다. 이건 내가 여의도에서 사먹었던 딸기녹차라뗴라고 주문을 외우면서!
일요일을 떠나보내며,
Poem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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