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타블로의 팟캐스트에서 타블로가 영어로 시원하게 욕해줄 때 거의 유일하게 웃는다. 신기하게도 7 년 전 업로드한 블로그 일상글에 타블로가 강연한 짤이 있었다. “인간은 불행에는 관대하고 행복에는 매우 엄격한 존재”라고.

겨울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엄마가 오는 봄방학을 오는 기다리는 마음보다 이 생활도 흐리멍텅한 내 자신도 뭔가 잘못된 건 아닌지 의심하는 마음이 더 컸다. 겨우 붙들고 있던 관계마저 삐걱거리자 글을 쓸 수가 없었다. 한 번 아무렇지 않게 내려놓으면 다시 붙들기가 힘들다는 걸 알면서도 아무 말도 남길 수 없었다. 8 년째 쓰는 몰스킨 일기장처럼 채우지 못한 페이지는 공백 그대로 두려 한다. 그러니 24, 25, 26번 글은 없다.

그 사이 봄방학은 지나갔고, 엄마와 뉴욕을 다녀온 후 우리 동네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내가 반 년 동안 모아둔 곳을 며칠 안에 둘러보다보니 이 동네에 할 게 꽤나 많은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지만 갈 만한 곳이 뻔해서 마트가 아닌 이상 명소라 할 만한 곳은 처음에 남자친구와 가보고 나서 혼자서는 미처 가보지 못한 곳들이었다. 그리하여 처음 이 곳에 올 때 남자친구와 함께 왔었고, 덕분에 이 많은 짐들을 옮기고 동네 이 곳 저 곳 다녀봤다고, 몇 달이 지나서야 털어놓았다.
같은 공항, 같은 장소에서 이번에는 엄마를 보내줘야 했다. 지금이 도전할 때라고, 어디서든 혼자 잘 살 수 있는 자신감을 갖고 싶다고 여기까지 왔지만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이렇게 인사를 하면 눈물이 안 날까, 지금 나에게 주어진 기회는 무엇과 맞바꾼 것일까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아마 혼자서 잘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은 허풍이었을지도.

다음날 바로 개강이라 마음을 다잡으면서 오랜만에 운동도 하고 앞머리까지 잘랐다. 그리고는 노트북 캘린더를 열어보니 내일이 3월 8일? 8일? 3월이 된 줄 몰랐던 건지, 집세 내는 기한을 놓쳤다. 집세는 1일부터 5일 사이에 내는데, 2주 단위로 월급이 들어오고 2000불 정도가 늘 통장에 있는 게 아니라서 자동이체 대신 매번 잔금을 확인하고 직접 내고 있었다. 그런데 8일이라니? 시스템에 들어가보니 200불을 더 내야 했다. 그리고 Savings 계좌에서 돈을 꺼내지 않으면 150불 정도가 모자랐다. 미국 은행은 Savings 계좌에 300불 이상을 늘 넣어둬야만 계좌유지비 월별 25불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그걸 꼭 유지하고 있었는데…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 다음날 은행에 가서 귀한 현금 200불을 입금시켰다. 분명 월요일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도대체 나는 왜이럴까 현타도 잠시, 몇 달째 바꿔주지 않는 이전 이메일 주소로 들어가보니 며칠 더 집세를 늦게 내면 소송에 걸릴 수 있다는 법적 문서가 날아와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200불을 그대로 날릴 순 없어서 ChatGPT에게 하소연을 했더니 One-time waiver를 요청해보라고 했다. 그래서 매니저에게 이메일 변경 요청을 다시 한 번 확인해달라는 말과 함께 waiver를 요청하고, 자동이체도 신청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며칠 후에 다음달 월세 credit으로 돌려주겠다는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역시 미국은 두드려봐야 한다.
금요일에는 열쇠 꾸러미를 버스에 두고 내렸다. 바람이 엄청 부는 날이었고 학과에 합격한 학생들을 초대해서 점심을 먹는 자리에 가고 있었다. 열쇠 꾸러미를 잃어버리면 집도 차도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급하게 학교 버스 서비스에 전화해보니 그냥 돌아오는 버스를 다시 타라고 했다. 내 생각에도 그게 나을 것 같아서 에어태그가 잘 움직이는지 30분 내내 초조하게 기다리며 같은 버스에 올라탔고, 다행히 찾을 수 있었다.
이렇게 매일이 수습의 연속이고, 작은 일에도 마음이 부자였다가 가난해지고를 반복한다. 기온이 27도까지 올랐다 다음날이면 언제 그랬냐는듯 영하 1도가 되기도 하고. 재밌는 사실은 다 지나간다는 것이다. 오늘의 사건, 오늘의 날씨, 오늘의 마음. 모두 희미해진다.
모두 다 희미해질테니 그저 흘려보내며 살면 된다는 말이 또 하나의 생존 재료이려나.
겨우 글을 마무리하며,
Poem Kim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