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생존 얘기는 그만하려 했는데 예상치 못한 폭설과 강추위가 찾아왔다. 마트는 며칠 전부터 좀비가 다녀간 것 마냥 텅텅 비었다.
평소에는 실내 주차장에 매일 주차했는데 안타깝게도 눈이 올 때가 되니 실내주차장 자리를 놓쳐서 차에 눈이 한가득 쌓였다. 우리 동네의 겨울은 다 끝난 줄 알고 동부 날씨가 생각보다 온화하다 싶었는데 겨울은 이제 시작이었구나. 가진 도구라곤 천 원짜리 이케아의 잇템인 유리닦이(?)밖에 없어서 그걸로 10cm 정도 되는 눈들을 차 표면에서 쓸어내렸다. 이렇게 눈을 치워보기는 처음이라 기스도 조금 난 듯 하다. 무방비 상태로 가서 장갑도 없고 신발과 양말도 다 젖었지만 생각보다 괜찮았다.
혼자서 어설프게 일을 처리할 때면 어이없는 웃음이 나온다. 혼잣말로 중얼중얼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올 때는 더 많다. 그렇지만 결국 지나가고야 마는 일들이라는 걸 알아차릴 때마다 혼자서도 살아갈 용기를 야금야금 쌓아간다.

혼자서도 잘 살아갈 수 있다는 마음을 뒤로 하고 이 낯선 땅에서 최소 몇 년간 이 사회에 알맞은 존재로 살아가기 위해 어떻게 해야할 지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한다. 한국에서의 나는 어떤 형태로든 열심히 사회에 편입되려고 했었다. 수많은 껍데기들로 나를 감싸지 않고서는 나를 드러내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지금도 안전하게 학교라는 울타리 하나를 쥐고 있기에 망정이지 그것 없이는 내가 누구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이 곳에서도 아주 천천히 관계를 넓혀가고 있지만 한국에서 그간 쌓아온 관계도 점차 희미해지는 것도 느껴진다. 게다가 누군가의 농담 한 마디를 못 알아듣고 눈치로 웃을 때면 부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혼자 살 수 있을까 없을까, 아주 작은 즐거움으로만 매일을 채워도 충분한 걸까 아니면 젊을 때 뭔가 이룰 수 있게 좀더 치열해져야하는 걸까 매일 손바닥 뒤집듯 생각을 갈아끼우며 산다.
차가운 겨울,
Poem Kim
P.S. 일주일의 기다림 끝에 커피 테이블을 구했다. 159불이었는데 할인해서 78불 정도에 샀다. 원래 있던 자리에 다른 테이블이 있길래 내 것이 아닌가보다 하며 돌아다녔는데, 알고보니 계산대 옆에서 얌전히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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