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맛 팝콘] 한국에서는 만날 일 없겠죠 - 뮤지컬 <더 북 오브 몰몬>📕

안녕하세요 옥수수🌽 여러분, 새로운 뮤지컬 이야기를 가지고 돌아온 묘나😽입니다. 다가오는 듯하다가도 한 발짝 멀어지는 안정과 변화의 무한 굴레를 건강하게 이겨내고 계신가요? 오늘은 포근해지는 날씨에 싱숭생숭함을 시원하게 날려버릴! 강도 높은 해학이 가득한 작품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외국 원작을 번역하여 수입한 뮤지컬을 ‘라이선스 뮤지컬’이라고 하는데요. ‘캣츠’, ‘오페라의 유령’ 등 유명 고전 작품뿐만 아니라 지난번 소개드린 ‘위키드’를 비롯한 ‘라이온 킹’, ‘레미제라블' 등 한번쯤 들어봤다 싶은 작품은 모두 해외 무대에 기반을 둔 라이선스 뮤지컬에 해당합니다. 수많은 해외 작품이 한국에 상륙한 만큼 이제 “수입할 만한 작품은 다 들어왔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북 오브 몰몬(The Book of Mormon)>, 이 작품은 들어보신 적 있나요?

뮤지컬 <북 오브 몰몬>은 2011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엄청난 호평을 이끌어 내며 토니상 9개 부문을 휩쓴 작품으로 지금도 뉴욕과 영국에서는 표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웬만한 인기작은 다 들어오는 우리나라에 아직까지 (또, 아마 앞으로도) 없는 작품이라니.. 그 정체가 궁금해지지 않나요?

뮤지컬 <더 북 오브 몰몬> 소개

주인공은 두 몰몬교 청년, 케빈 프라이스와 아놀드 커닝엄입니다. 케빈은 흠잡을 데 없이 독실한 반면, 천진한 자기만족적인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신은 나만을 위한 우주를 준비하고 계셔"라며 자기애 가득한 믿음을 가진 케빈은 디즈니랜드가 있는 올랜도로의 파견을 꿈꾸며 희망에 차 있습니다. 그의 선교 파트너인 아놀드는 외모부터 성격까지 정반대입니다. 아놀드는 그들이 전해야할 말씀이 담긴 몰몬 경전조차 제대로 읽어본 적 없어 지식이 박약합니다. 순진하지만 둔한 이 청년은 “이 성경책을 사면 스테이크 칼을 공짜로 드려요!”와 같은 아무말 대잔치는 기본, 입만 열면 성경의 내용을 거짓으로 꾸며내어 본부에서 교육을 받는 중에도 혼나기 일쑤입니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이 함께 떠날 선교지는 가난에 찌든 아프리카의 우간다. 이들의 우당탕탕 선교 여행을 다룬 작품이 바로 뮤지컬 <북 오브 몰몬>입니다.

✔️수입도 영화화도 어려운 뮤지컬계의 이단아

집집마다 초인종을 누르며 “안녕하세요(Hello!)”를 외치며 몰몬교를 영업, 아니, 전도하는 넘버(뮤지컬의 음악)로 극은 시작됩니다. 검정 슬랙스와 이름표를 단 하얀 셔츠, 전형적인 몰몬교 복장을 장착한 엘더(몰몬교도를 지칭)들은 얼굴 가득한 미소를 머금고 종교 활동에 열을 올립니다. 

들어본 적도 없는 종교에, 그들의 선교 이야기라니.. 이쯤되면 어째서 인기 있는 작품인가 싶어집니다. 브로드웨이의 대표 금기인 종교를 가득 다룬 이 작품은 놀랍게도 블랙 코미디인데요. 생소한 종교를 다루었다는 점 외에는 그저 평범해보이는 줄거리와 달리, <북 오브 몰몬>은 몰몬교에 대한 풍자와 불경한 가사, 에이즈와 동성애에 대한 농담 등 충격적인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무엇 하나 가볍게 다룰 수 없는 주제들을 강도 높은 블랙 유머로 다루며 가사 한 마디, 한 마디 웃음 포인트까지 놓치지 않은 점이 바로 이 작품의 인기 비결입니다.

실제로 이 작품은 상연 초창기부터 영화로 탄생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와 의구심, 영화화에 대한 루머가 끊이지 않았는데요. 우선, 미국 몰몬교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미국적 유머와 해학으로 가득한 무대가 타 문화나 언어권에서는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금기의 경계가 모호해질 정도로 다채로워지는 작품들의 세계에서도 대놓고 “빌어먹을 신이여!(F**k you, God!)”를 외치는 이 작품은 수입 혹은 영화화의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판단되는데요. 대체로 영화화되는 뮤지컬은 정치, 종교, 사회적으로 편향된 색채보다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다루었다는 점에서도 향후 이 작품을 만나볼 수 있을지에 대해 거대한 물음표가 그려집니다.

✔️발칙한 상상력의 소유자들 - 로버트 로페즈 사단

유명 비평가들로부터 “브로드웨이의 천국(heaven)”이라는 찬사를 받은 <북 오브 몰몬>은 뮤지컬 <애비뉴 Q>의 제작자로 유명한 로버트 로페즈를 축으로 트레이 파커·매트 스톤, 세 명의 작가가 의기투합해 만든 작품입니다. 이 황금 트리오가 작곡·극본·가사 모두 공동작업한 결과물로 프로듀서가 아닌 순수 작가들에 의해 성공적인 무대가 완성되었다는 점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MTV에서 도발적인 내용으로 유명했던 애니메이션 <사우스 파크(South Park)>가 이들의 대표작인데요. 이 시리즈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한층 과격하고 과감한 심슨 가족(The Simpsons)” 정도가 되겠습니다. 사실 묘나와 룸메(뮤지컬 ‘위키드’를 보다 졸아서 묘나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던 그 룸메 맞습니다...(특집 <위키드 편> 참고)는 미취학 아동 시절 책가방에 사우스 파크의 캐릭터 키링을 달고 다니기도 했는데요. 성인이 되어 이 순수한 얼굴의 캐릭터들이 상스러운 언어를 내뱉으며 다채로운 사회 풍자를 하는 블랙 코미디의 주인공들임을 알고 입을 틀어 막기도 했답니다.

🎫 [묘나's 뮤지컬 팁] 로터리 티켓(Lottery Ticket)

작품 관람 전까지 몰몬교라는 종교의 존재조차 몰랐던 묘나는 작품명이 “구약성경”, “팔만대장경” 같은 셈인 이 작품의 내용도, 장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기억이 납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작품을 만나게 된 묘나의 사연과 함께 막간 브로드웨이 극장 팁을 하나 공유해보려 합니다. 

어떠한 작품이든 무대와 가까운 앞쪽, 중앙 열 좌석일수록 인기가 높고 가격이 비싼 것이 당연할 텐데요. 브로드웨이의 일부 작품들은 1열 정중앙 좌석을 로터리(말 그대로 복권이죠) 티켓으로 판매하기도 합니다. 정해진 시간에 공연장 앞에서 응모권을 제출하여 제비뽑기하는 형식으로 로터리 티켓 판매가 이루어지는데요. 가장 좋은 좌석을 아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현장에 함께하는 많은 관객 동지들의 축하를 받는 특별한 경험까지 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이렇게 어마무시한 기회에도 공연 당일에 현장에서 직접 응모하여 구입해야 한다는 한계 때문에 생각보다 경쟁률이 높지 않은 편인데요. 1~20만원대까지 호가하는 인기 뮤지컬의 최고 좌석을 3만원대에 선점할 수 있으니 브로드웨이를 방문한다면 이 기회 꼭 놓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뮤지컬 <마틸다>를 관람하고 싶었던 묘나는 평소와 같이 현장 로터리에 응모하여 광탈의 쓴맛과 함께 자리를 뜨고 있었는데요. 떨리는 로터리 현장을 함께하던 나홀로 관광객이 다음 행선지로 <북 오브 몰몬>의 로터리를 제안한 것이 이렇게 옥수수 여러분과 글로 만나는 역사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로터리 당첨자는 2장의 티켓 구매가 가능하니 짝궁이 있다면 당첨의 기회는 2배가 되는 것이죠.)

✔️코미디니까 마음껏 웃어도 되죠?

공연시간 내내 어깨를 들썩이며 웃음을 터뜨린 묘나는 막이 내린 뒤, 옆자리 할머니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Can I say this was the funniest show I’ve ever seen?” (제 인생 뮤지컬을 만난 것 같은데요. 이렇게 웃겨도 되는건가요?)

할머니가 입을 떼기도 전에 대답은 뒷 열에 앉아있던 아저씨에게서 돌아왔습니다. 

“I can say it for sure cuz I’m a Mormon.” (그럼. 내가 몰몬교거든. 나도 완전 인정해.)

문득 ‘내 옆자리에 독실한 몰몬교 신자가 앉아있다면 이토록 시원하게 웃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고 있었다는 마음을 읽은 것 같은 답변에 묘나는 잠시 당황하면서도 안심했습니다. (물론 그 분이 모든 몰몬교인의 의견을 대변한다고 할 순 없겠지만요.) 너무나 당연하게 이 작품의 등장에 몰몬교단의 항의도 빗발쳤지만, 공연 공식 팜플렛에 당당히 자신들의 경전인 ‘진짜 몰몬경’ 광고를 개재하는 해프닝도 있었다고 합니다.

✔️금기를 향한 웃음의 끝엔.

금기에 가까운 요소들을 촌철살인으로 다룬 이 작품은 단순히 웃기기만 하는 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종교가 갖는 허구성을 지적하며 허풍과 거짓으로 전달된 믿음이 사람들과 그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과감하게 묘사합니다. 사실 블랙 코미디를 관람할 때면 시원하게 터져나오는 웃음에 즐겁다가도 특정 대상을 비판 섞인 웃음이나 조롱의 소재로 겨냥해도 되는가에 대한 의문에 마음 한 켠이 불편해오는 것도 사실인데요. 이에 대해 제작진은 이 작품의 공격성은 몰몬교뿐만 아니라 모두를 향해 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몰몬교만을 풍자하는 것이 아닌 종교의 허구성을, 기근이 만연한 아프리카 아닌 이들을 향한 미국인들의 문화적 우월주의와 편향성을, 동성애자가 아닌 이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 등을 모두 풍자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맥락입니다. 제작진은 이렇듯 깊고 음울한 메세지를 재미있고 신나는 방식으로 창작하는 것을 목표로 했고, 이에 성공을 이룬 셈입니다. 

묘나는 해학과 풍자, 비극과 희극.. 작품의 성격이 어떠하든지 그 형태가 다를 뿐, 우리가 살아내는 삶의 순간들을 돌아보는 기회를 준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점에서 뮤지컬 <북 오브 몰몬>은 낯선 소재를 희극의 대상으로 삼아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애정이 담긴 날카로운 시선을 즐겁게 선보였다고 봅니다. 블랙 코미디 작품의 특성상 풍자와 해학의 경계에 대한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겠지만, (묘나와 같은) 뮤지컬 팬이라면 이 작품의 탄탄한 음악성과 대본의 문학성, 출연진의 섬세하고 환상적인 호흡에 매료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묘나는 이 작품을 관람할 때를 떠올리면, 말 그대로 배꼽 잡고 웃은 기억 뿐이라 코미디 작품의 소개글에는 희극적인 면을 최대치로 전달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그 웃음 뒤에 숨은 이면을 생각하다 보니 어느새 유쾌한 기억도 점점 진지함으로 굳어지는 얼굴에 묻혀지더라고요. 마냥 좋고 즐거운 때에도 문득 떠오르는 불안과 두려움에 웃음을 거두곤 하는 제 모습이 블랙코미디와 닮아있다는 생각까지 해보았는데요. 한 작품이 갖는 사회적 의미와 깊은 메세지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우리가 온전히 긍정적 에너지를 분출할 수 있는 시간의 소중함에 더욱 집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여러분도 묘나처럼 행복한 순간에도 그 행복이 깨질까 두려워 먼저 웃음을 거둔 적이 있지 않으신가요? 뻔한 말이지만 순간의 즐거움에 마음껏 즐기고, 찰나의 행복을 온전히 누리는 나날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무수한 걱정과 두려움은 잠시 내려놓고 다가올 따뜻함이 가득한 날들을 기대하며 오늘의 글을 마무리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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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   윤프🤴 / 영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