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맛 팝콘]덕후가 쏘아 올린 작은 공 - 4560 designhaus

안녕하세요 옥수수 여러분! 오랜만에 돌아온 노디🧢입니다. 저를 잊고 계실 즈음 또 이렇게 인사하게 되어 매우 반갑네요. 역시 사람은 적당한 시간을 두고 지내야 더 친밀감이 생긴다는(?)…이상한 소리를 해봅니다. 오늘은 여러분에게 소개해드리고 싶은 내용이 많으니 바로 공간소개로 이어가보도록 할게요!

🧢덕후의 아지트

소개에 앞서 옥수수 여러분에게 질문하나 먼저 던져봅니다.

“여러분들은 무언가의 ‘덕후’가 되어보신적 있으신가요?”

예전엔 덕후라고하면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으로 부정적인 인식으로 평가되었던 거 같아요. 하지만 현재는 어떤 분야에 몰두해 열정과 흥미를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의미로 평가되죠. 오늘 소개해드리려는 곳은 ‘성덕’(성공한 덕후)이라고 할 수 있는 박종만 대표님의 아지트 4560 designhaus입니다.

4560 디자인하우스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대표님이 소유한 Dieter Rams(디터람스)디자이너의 제품들과 독일회사 BRAUN(브라운)의 제품들을 볼 수 있는 전시장입니다. 개인이 콜렉했다는 말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200평 규모의 큰 전시공간인데요. 현재 이곳으로 오기 전에는 사무실 한 켠 40평정도 되는 공간을 사용했다고 하니 지금 콜렉션의 규모가 훨씬 커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의 디자이너

현재는 디터람스에 대한 인지도가 전보다 많이 높아졌지만 불과 몇년 전만해도 국내에서 그는 그리 주목 받았던 디자이너가 아니었어요. 디자인업계에서는 인지도가 있었지만 스타디자이너라고 할 수는 없었죠. 이런 이유는 그가 화려한 형태와 드라마틱한 기술보단 근본적인 문제로 디자인에 접근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디터람스는 독일 출신으로 건축학과를 졸업한 후 미드센추리모던 제품을 구상중인 브라운 사를 만나면서 제품디자이너로 성장하기 시작합니다. 그는 좋은 디자인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이를 디자인 10계명이라고 칭하며 ‘Less, but Better’의 디자인 철학을 고수합니다. 때문에 그의 디자인은 합리적이면서 심미적이었고 조용하면서 강렬했습니다.

그가 디자인한 많은 제품들 중 휴대용 오디오인 TP1을 뺴놓을 수 없죠. 독보적인 기술로 아래쪽에서 바늘이 올라와 레코드판이 돌아가도록 디자인되었는데요. 휴대용 라디오와 미니 턴테이블을 결합하여 최초의 워크맨이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이 제품과 관련해서 유명한 일화가 하나 있습니다. 애플의 전 디자이너였던 조나단 아이브가 디자인한 아이팟이 디터람스의 TP1을 카피했다는 의혹인데요. 다행히 조나단의 현명한(?) 답변으로 훈훈하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조나단은 디터람스를 가장 존경하는 디자이너라고 인정하면서 그가 지휘한 브라운 사의 제품들로부터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실제로 애플의 아이팟과 아이폰에서 디터람스의 디자인을 많이 느낄 수 있죠. 이처럼 디터람스는 후대 디자이너들에게 영향을 끼치며 디자이너의 디자이너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시작은 Atelier 1-81

뭐든지 첫 시작을 하게 된 계기가 있기 마련인데요. 대표님도 디터람스 컬렉터가 된 결정적 계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인생에 힘든 시기를 마주했을 무렵 우연히 길을 지나다가 디터람스가 디자인한 브라운사의 [Atelier 1-81] 턴테이블을 보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그리고 너무 오랜만에 설렘과 두근거리는 감정을 느끼며 음향기기를 구매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군더더기 없는 외관 디자인에서 심리적 만족과 위안을 얻었다고 하는데요. 이것이 디터람스의 제품을 콜렉하게 된 첫 시작입니다. 그 후론 밤 잠을 설쳐가면서 해외 여러 경매사이트를 수시로 체크하면서 도록에 나와있는 브라운 제품들을 하나 둘씩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영화 <디터람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4560디자인하우스에 대해 소개를 해보려고 하는데요. 그에 앞서 디터람스와 관련된 영화 한 편을 옥수수 여러분에게 소개하려고 해요. 2019년에 개봉한 영화 <디터람스>인데요. 다큐멘터리 영화로 디터람스의 디자인 철학, 그리고 그가 몸담았던 회사, ‘브라운’과 ‘Vitseo'(비초에)에서의 작업들을 소개해주는 내용입니다. 영화는 왓챠에서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브라운사는 독일내 잘나가는 라디오 제조회사였는데 디터람스를 영입하면서 사업군을 확대해가기 시작합니다. 영화는 디터람스가 브라운사의 디자인을 이끌었던 시기를 조명하면서, 어떻게 1950~1960년대 독일 디자인의 부흥을 이끌었는지에 대해 알려줍니다. 그와 같이 일했던 동료들의 인터뷰를 통해 객관적으로 디터람스를 소개하기도 하죠. 또한 디터람스가 브라운사를 다니면서 영국의 비초에 회사와 어떻게 같이 일할 수 있었는지. 그 일이 가능하도록 허락해준 브라운사의 비한인드 스토리를 알려줍니다. 영화를 보면 궁극적으로 디터람스가 좋은 디자인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러한 환경과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74분의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이지만 디자이너로서 성장하는 과정, 그리고 평범한 일상에서 만들어가는 자신만의 세상을 잔잔하지만 단호하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눈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소개되는 제품들과 공간이 주는 심미적 경험이 컸던 영화였어요.

🧢Episode.01 디터람스의 서재

영화는 타자기 소리와 함께 디터람스의 서재를 보여주며 시작됩니다. (노디가 꿈꿔왔던 서재가 바로 이런곳인데 말이지요…) 자신이 디자인한 제품들 속에서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지라는 다소 진지한 답변으로 스토리가 시작되는데요. 표면적으로 비춰진 그의 서재는 미니멀하고 실용적인 제품들로 채워져 있지만 그 뒤 너머로는 보이지 않는 디자인에 대한 그의 고민과 생각들이 전달되는 곳이었습니다.

제품은 유용하고 아름답고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는 디자인 원칙에 따라 그의 서재에서 눈여겨 볼 만한 제품이 있는데요. 벽걸이 형식으로 부착이 가능한 L450/TS45/TG60입니다. 이 제품을 소개하려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4560디자인하우스의 이름이 여기서 유래했기 때문입니다.

L450/TS45/TG60은 사실 3가지 각기 다른 제품을 조합해서 만든 조립식 제품입니다. L450은 스피커, TS45는 컨트롤러 그리고 TG60은 오픈릴 테이프 레코드(밀봉된 케이스를 사용하지 않고 테이프가 밖으로 노출된 릴을 사용하는 아날로그 녹음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여기에 ‘비초에’의 하드웨어 가구를 이용하여 PCS5 턴테이블도 같이 조립할 수 있습니다. (이 시대의 이런 조립식 가구라니, 정말 디자이너의 디자이너…)영화에서 볼 수 있듯이 벽걸이에 거는 형식으로 사용이 가능해 실내 장식품으로서 시각적 미가 돋보이는 제품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디터람스가 디자인한 명작 중 하나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습니다.

4560디자인하우스에서는 이 제품이 놓여 있는 디터람스의 서재를 재현해 놓았습니다. 영화에서 보았던 곳을 실제 눈 앞에서 체험하는 느낌은 세트장에 온 것처럼 생생한 현장감을 주는데요. 영화보다 더 영화같았던 부분은 도슨트를 진행해주시는 대표님이 L450/TS45/TG60/PCS5로 노래를 감상하게 해주었다는 것인데요. 현장에서 듣는 “can’t take my eyes off you” 와 노래 사이로 들리는 LP특유의 잡음은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Episode.02 디자인 십계명 제9항, 좋은 디자인은 환경 친화적이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서, 디터람스는 지속적으로 Less, but Better 디자인 철학을 언급하며 삶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관해 얘기합니다. 우리는 지금에서야 언론의 보도와 일상화된 플라스틱 줄이기 운동을 보면서 뒤늦게 환경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데, 그는 1970년대부터 이 부분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멤버 중 한 명이었습니다.

이러한 문제가 배경이 되어 좋은 디자인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찰 끝에 제 9항, 좋은 디자인은 환경 친화적이다라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영화를 보면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그가 이러한 결론에 도달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그의 생각에 의문을 품기보단 같이 돕고 실제 그의 생각이 반영될 수 있도록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개인의 생각이 주변 사람들의 생각에도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만큼 많은 사람들이 동의를 표한것이죠.

4560디자인하우스를 만드신 대표님도 같은 생각이었던거 같습니다. 전시장 한 켠에는 대표님이 만드신 설치작업물이 놓여 있는데요. 오래전 버려졌던 컴퓨터 35개를 모아 그리드에 맞춰 배열해놓았습니다. ‘기능은 다해도 남는건 디자인이다’를 표현하신거라고 하는데 관람자인 저도 다시 한 번 환경오염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들었던 생각은 4560디자인하우스도 디터람스의 철학을 베이스로 파생된 또 하나의 브랜드가 아닐까. 현재는 생산되지 않는 물건들, 또는 버려지는 것에 애착을 느끼고 가치를 매기며, 그 물건들이 역사에 한 요소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기록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건 아닐까요.

🧢덕후가 쏘아올린 작은 공

“설렘을 나눕니다”

4560디자인하우스가 만들어진 취지입니다. 대표님은 본인이 느꼈던 셀럼과 경험을 여러 사람과 나누고 싶어 수집한 것들을 전시하게 되었는데요. 이제는 꿈을 쫓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런 의미에서, 노디는 옥수수 여러분에게 4560디자인하우스를 직접 방문해보는 걸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광고 아님, #내돈내산) 그리고 꼭 도슨트 시간에 맞춰서 한 시간 반의 시간을 할애하시길.

아래에 위해 4560 디자인하우스의 위치, 운영시간, 입장료에 대해 간략히 정리해놓았으니 참고하세요. (아쉽게도 4560 디자인하우스는 노키즈존입니다. 중학생 이상부터 입장 가능합니다.)

도슨트 중간중간 실제 전시 되어있는 제품으로 노래 감상도 하고 대표님이 제품을 구매하게된 비하인드 스토리도 들을 수 있어 기억에 많이 남았던 전시였어요. 무엇보다 디자인을 좋아하는 열정, 수집하는 덕후의 열정이 관람자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어 기분좋은 설렘을 안게 되었던 거 같습니다. 저도 나의 꿈을 쫓아야겠다는 용기가 생기는 곳이랄까. 대표님의 용기와 열정에 박수를 보내며, 디터람스의 인터뷰로 이야기를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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