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44] 🍄 두바이에서 부치는 노래 편지

안녕하세요, 여러분! 로이🍄입니다. 잘 지내셨나요? 편지를 보내는 오늘 서울에서는 갑작스러운 눈, 비가 내렸다고 들었어요. 일부 지역은 대설경보까지 떴고 눈 때문에 항공 지연과 결항도 많이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보다 하루 앞선 어제 수요일 아랍에미레이트의 두바이에 도착했어요. 웬 두바이냐고요? 갑작스럽게 출장을 오게 되었답니다.

코로나로 하늘길이 막히기 전이었던 2019년 이후로 해외여행을 가지 않다가 올해 조금씩 다시 해외비행을 하기 시작했어요. 지난 2월에는 가족과 함께 베트남 여행을 가기 위해 5시간 비행을 경험했지요. 이번에는 11시간 비행이었어요. 유럽과 미국에 이어 3번째로 긴 비행시간이었는데, 이제는 도저히 즐겁게 비행기를 탈 순 없겠더라고요. 왜 이렇게 힘들고 지치는지, 건조함에 뻑뻑해지는 눈에, 높은 기압 때문인지 코는 너무 아프고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답니다. 

오랜 비행시간 동안 저와 함께한 것도 역시 음악이었어요(물론, 영화도 두 편이나 보긴 했지만요). 비행기에서 들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애플뮤직에서 오프라인 다운로드도 미리 해놓았답니다. 여러분은 비행기를 타면 어떻게 시간을 보내시나요? 책을 읽을 수도 있고, 영화를 보기도 하고, 드라마 정주행을 하시기도 하겠죠? 어쩌면 맥주 한 잔에 깊은 잠을 청하실 수도 있겠어요. 혹시 음악은 어떤 것을 준비해 가시나요? 곧 도착할 여행지를 기대하며 비행기에서 듣는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봐도 좋겠어요. 하와이 여행을 위해 비행시간에 딱 맞는 8시간 와이키키 플레이리스트 같은 거 말이죠. 그 전에 일단 오늘 소개해 드리는 노래들도 매우 추천 드리니 꼭 한 번씩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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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IFIKA - Melody

가끔 음악을 듣다 보면 유난히 따스하고 포근한 노래들이 있다. 보통은 발라드나 포크 같은 음악들이 일반적인 것 같다. 비트도 멜로디도 서정적인 경우가 많아 그러한 감성을 주기에 유리하리라. 그런데 씨피카(CIFIKA)의 음악을 듣고 나의 좁은 생각임을 깨달았다. 일렉트로닉 장르를 주로 선보이는 그녀의 음악에서 이상하리만큼 따뜻함과 위로 같은 것들을 느꼈다. 그녀의 정규앨범 [ION]에 수록된 <Melody>을 듣고서 살짝 코가 시큰해지고 눈가가 촉촉해 질 정도였다. 일렉트로닉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새로운 지평을 선사한 노래라고나 할까. 

씨피카는 올해 상반기의 소중한 발견이다. 언젠가 소개한 와일드베리(Wildberry)의 음악을 듣던 중 알고리즘의 파도가 인도해 주었는데, 처음엔 뤽 베송(Luc Besson)의 1997년 영화 <제5원소>의 외계인 디바 플라발라구나↗︎가 생각나는 비주얼(씨피카님 죄송합니다)이 살짝 낯설었는데, 그녀의 앨범들을 들어보니 목소리에 매료되고 창의적인 비주얼에 압도되면서 점점 그녀의 음악에 스며들었다. 그녀는 광고회사 아트 디렉터 출신답게 독특한 세계관과 비주얼로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설계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메이저 아티스트와의 협업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크러쉬(Crush), 바밍타이거(Balming Tiger) 등과 협업↗︎했으며, 최근에는 레드벨벳 슬기의 일렉트로닉 앨범에 참여해 협업 트랙↗︎을 선보이기도 했다. 

🍄 Kali Uchis - After The Storm (ft. Tyler, The Creator, Bootsy Collins)

처음 모 카페에서 칼리 우치스(Kali Uchis)의 <After the Storm>을 듣고 당연하게도 힙스터들의 칠-아웃한 노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위로와 일침(!)의 노래일 줄이야. 그녀의 살벌한 싱글 앨범커버를 보라. 누가 따듯한 위로를 주는 노래라고 생각했을까? 가사를 곱씹어보자. "너의 영웅을 찾고 싶다면, 거울을 봐. 거기에 네 영웅이 있을 거야", "해봤어? 해보지 않고도 왜 망연자실해 있어?"라며 허공 속의 위로가 아니라 진심 어린 충고와 일침을 준다. 

음악을 돋보이게 만드는 것은 뮤직비디오다. 애니메이션이 적절히 섞인 뮤직비디오를 보니 더 귀엽고 따뜻하다. 이쯤에서 다시 생각은 도대체 왜 앨범커버를 이렇게 만들었냐는 것(...). 앨범커버가 궁금하다면 여기↗︎를 살펴보자. 뮤직비디오는 영국의 감독 나디아 코헨(Nadia Lee Cohen)이 제작했다. 92년생의 어린 이 여성 감독은 영상감독이자 포토그래퍼, 모델... 그리고 배우이기도 하다. 레트로한 영상미와 귀여운 애니메이션이 칼리 우치스가 노래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더 잘 드러나게 한다.

🍄 커피소년 – 다시, 김동률

나는 김동률 키즈다. 김동률의 음악을 들으면서 사랑을 배웠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취중진담(1996)을 들으며 "나는 술김에 고백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고, 사랑한다는 말(2001)처럼 "속삭이듯 로맨틱하게 고백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2001)로 이별이 완전한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다시 시작해보자(2021)로 관계라는 것이 그리 쉽게 끊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 고별(2004)로 사랑의 완전한 끝이란 이런 마음이라는 걸 느꼈다. 무수히 많은 김동률의 사랑 노래를 들으며 언젠가 이것들을 모아 한편의 뮤지컬로 만들어보고 싶기도 했다. 

커피소년도 그랬던가? 아니 어쩌면 같은 뮤지션으로서 나와는 비교할 수 없이 더 많은 영향과 영감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아예 그의 이름을 대놓고 이야기하며 <다시, 김동률>이라고 노래하고 있으니 말이다. 가사에 많은 공감이 갔다. 씨피카의 음악을 듣고, 칼리 우치스의 칠한 음악을 들으며 새로운 음악을 듣고 취향을 넓혀가다가도 어느샌가 다시 김동률의 노래를 듣는다. 전람회 시절부터 카니발, 베란다 프로젝트, 그리고 김동률 그만의 노래까지. 그의 지난 발자취를 따라가면 내 지난 역사도 다시 들여다보고 그때 그 향기가 잔향(2004)처럼 떠오른다. <다시, 김동률>을 지은 배경을 설명하는 커피소년의 말을 빌려, 나도 존경과 사랑을 담아. 다시 김동률의 노래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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