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05] 🥦 여기서 한 곡쯤은 마음에 들지 않겠어요?

반갑습니다, 콜리🥦입니다. 부쩍 날이 더워지는데 구독자 님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요 며칠을 보내고 있습니다. 밥벌이 하는 곳이 외부 감사를 받고 있거든요. 그간 했던 일에 혹 하자가 있을까, 사무실에 긴장감이 흐릅니다. 아, 감사하는 마음이라길래 다른 감사인 줄 아셨다고요? 그 감사도 있습니다. 제가 올해 초 삼촌이 되었는데요! 무럭무럭 자라는 조카를 보며 놀랍고 기쁘고 신기하고 막 그렇습니다. 조카 덕분에 집안 분위기도 한결 화기애애해졌으니 그야말로 감사한 일이죠.

이번 호에서는 서문을 조금 줄이는 대신 음악 관련 뉴스레터를 하나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바로 '공연 덕후 뉴스레터 FAPER'인데요! 2020년 '공연 덕후 커뮤니티 페스티벌 라이프(@fstvl.life)'에서 출발했습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멈춰야 했던 시기였잖아요. 공연 없는 아쉬움과 그리움을 달래기 위해 시작되었던 거죠. 취향은 조금씩 달라도 음악엔 진심인 공연 덕후 8명이 매주 페스티벌, 음악 이야기를 전하다 보니 FAPER가 바로 어제 100호를 맞았다고 합니다. 축하드려요! 👏🥳

FAPER는 떼창 포인트, 라이브 영상, 페스티벌 용어, 노래 제목, 앨범 커버 등 음악과 공연에서의 덕질 포인트를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합니다. 새 앨범 등 음악계 새로 들어온 소식을 소개하고, 최근 다녀온 공연 후기를 생생하게 공유하기도 하고요. "FAPER를 읽을 때만큼은 음악에 대한 여러분의 덕심과 덕력이 자극되길 바랍니다"라고 하니, 저희 PRIIISM과 함께 FAPER도 만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 추신1, 페스티벌 라이프에서 발행하는 뉴스레터 FAPER 만나러 가기!

📧 추신2, PRIIISM 뉴스레터는 상단의 '🌏웹에서 보기' 버튼을 누르면 보다 쾌적하게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장기하 - 해

팝, 록, 재즈 같은 분류 말고, 영화 장르로 음악을 나눠보면 어떨까. 사랑 노래는 대체로 멜로 내지는 로맨틱 코미디에 해당하겠다. 슬픈 이별 노래는 드라마로 볼 수도 있겠다. 최근 장기하가 낸 싱글 <해>는 코미디다. 대뜸 "했어?"하고 묻는 장기하는 지금 노래를 하는 것인가, 랩을 하는 것인가? 질문인가, 대사인가? 그걸 따지기 전에 일단 장기하의 음성은, 216만 유튜버 침착맨의 표현을 빌리자면, 묘하게 '킹받게' 하는 구석이 있다.

애당초 장기하의 가사는 특유의 감칠맛으로 유명했다. 2000년대 후반 인디씬을 넘어 대중음악계에 일대 파란을 몰고 왔던 <싸구려 커피> 때부터 그랬다. <해>에서는 작정하고 언어유희로 청자를 가지고 논다. 정확히 26번 등장하는 "해"는 질문이기도 하고(해?), 청유 또는 명령이기도 하고(해~), 추임새이기도 하다(해!). 그래서, 자기가 한다는 거야, 나더러 하라는 거야? 그리고, 목적어는 왜 한 번도 안 나오는데?

<해>가 그저 웃기기만 한 노래는 결코 아니다. 음악을 구성하는 악기들의 연주가 발군이다. 늘이고 조이며 구성진 리듬을 만들어내는 드럼과 베이스, 장기하 목소리에 양념을 더하는 기타에 귀를 기울여보자. 이렇게 재미 있는 곡은 어떻게 나온 건지 궁금하다고? 장기하가 영향을 받았다고 여러 차례 밝힌 미국 포스트 펑크(Post Punk) 밴드 토킹 헤즈(Talking Heads) 음악을 참고해보자.

🥦 Blur - Coffee & TV

더운 날에는 평소보다 몸이 쉽게 늘어지는 것 같다. 이전과 별 다를 것 없는 일상인데 아침에 잠에서 깨는 데 조금 더 힘이 들고 불과 열 시를 조금 넘기면 슬슬 잠이 온다. 아무래도 이번 주말엔 하루쯤 늘어져 있어야겠다. 편안하고 순하게 보내는 하루가 필요하다. 그럴 땐 음악도 격정적이고 기승전결이 뚜렷하기보다는 완만한 게 좋겠다. 영국 밴드 블러(Blur)의 <Coffee & TV>가 그런 곡이다.

블러는 오아시스(Oasis)와 함께 흔히 브릿팝(Brit Pop) '투 톱'으로 불린다. 그러나 블러를 브릿팝으로 한정하는 것은 그들을 반만 아는 것과 다름없다. 90년대 후반 이후 블러는 다양한 음악을 선보여왔다. 다만 <Coffee & TV>는 90년대 후반 이후 블러 음악 중에선 보기 드문 브릿팝 감성 짙은 곡이다. 이 곡에서는 메인 보컬 데이먼 알반(Damon Albarn) 대신 기타리스트 그레이엄 콕슨(Graham Coxon)이 노래를 불렀다.

보시다시피 <Coffee & TV>는 뮤직비디오가 귀엽다. 우유갑 캐릭터 '밀키'가 사라진 그레이엄 콕슨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다. 밀키 덕분에 MTV 등에서 뮤직비디오 상도 받았다. 그동안 블러는 활동을 멈췄다 돌아오길 반복했다. 올해 영국과 일본 록 페스티벌 공연 소식을 불쑥 발표하더니만, 얼마 전 싱글 <The Narcissist>에 이어 신보까지 낸다고 한다. 아홉 번째 정규 앨범 [The Ballad Of Darren]이 오는 7월 공개된다.

🥦 Foo Fighters - Rescued

지난 달 록 밴드 푸 파이터스(Foo Fighters)가 새 싱글 <Rescued>를 발표했다. 푸 파이터스 팬이라면 구출, 구조를 뜻하는 제목에서부터 마음이 뭉클해졌을 것이다. 밴드의 드러머 테일러 호킨스(Taylor Hawkins)가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지 어언 1년이 지났다. 당시 전 세계를 돌며 한창 투어 공연을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충격이 더욱 컸다. 추모 콘서트를 끝으로 휴지기에 들어갔던 푸 파이터스가 공백을 깨고 처음으로 내놓은 곡이 <Rescued>다.

간단한 일렉트릭 기타 코드 진행에 이어 데이브 그롤(Dave Grohl) 특유의 샤우팅으로 노래가 시작된다. 드럼과 베이스가 뒤를 따른다. 두툼한 스네어 드럼과 시원하게 울려퍼지는 심벌 소리가 전형적인 푸 파이터스 음악이다. 테일러 호킨스 대신 드럼 세트에 앉은 이는 누구일까. 데이브 그롤이지 않을까. 잘 알려진 것과 같이 그는 90년대 초반 너바나(Nirvana)의 드러머로 처음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최근까지도 종종 드럼을 연주했으니까.

그러고 보니 데이브 그롤에게 테일러 호킨스는 너바나 시절 커트 코베인(Kurt Cobain)에 이어 두 번째 상실이다. 커트 코베인의 죽음으로 너바나는 끝을 맺었지만 푸 파이터스는 계속 된다. <Rescued>에 이어 새 앨범 [But Here We Are]가 유월에 발매된다고 한다. 앨범 제목에서 다시 한번 마음에 동요가 일어난다. 이번에는 뭉클보다는 감동이다. 우리는 누구나 상실을 겪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기 남아 있다. 푸 파이터스식 극복과 위로를 기다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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