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23] 🌻 몸과 마음이 지칠 때 듣는 노래가 있나요?

한 주도 잘 지내셨나요? 숑🌻입니다. 9월의 첫 번째 목요일이네요. 저의 지난 3주는 유난히도 빨리 흘렀어요. 그래선지 9월 1일로 넘어가던 새벽이 조금 아쉬웠던 것 같습니다. 아무리 땀을 줄줄 흘려도 8월에 겪은 일들은 뭐가 됐든 '여름날'이라는 필터가 한 겹 씌워지는 것 같았거든요. 한동안 어김없이 더울 테지만 9월로 시작하는 하루는 어디로 보나 한여름보단 가을에 더 기울어 있을 테니까요. 어쩌다 이렇게 떠나는 여름을 아쉬워 하는 사람이 됐는지 모를 일입니다. 20년 이상 여름은 제게 네 번째로 좋아하는 계절이었는데 말이죠.

물론 날씨가 한 풀 선선해지니 숨통이 트이긴 합니다. 올해 여름이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웠다는 뉴스를 봤는데, 아마 매년 갱신할 일만 남았겠죠. 여름만의 낭만이 있긴 하지만 무더운 공기를 하루하루 견디는 일 자체만으로도 체력이 꽤 소모되잖아요. 앞으로는 후텁지근한 이 공기가 어떻게 차츰 옅어지는지, 저녁은 어떤 속도로 서서히 빠르게 찾아오는지 관찰하는 나날이 될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새로운 달이 기대되고 기다려집니다. 구독자 님은 어떤 마음으로 9월을 맞이하고 있나요?

저의 9월은 업무적으로 꽤 바쁠 것 같아서 각오를 다지고 있습니다. (늘 바쁘긴 했지만.. 더...) 그래서 오늘 나누고 싶은 세 곡은 최근 바빴던 나날에 노동요처럼 반복해 들은 노래들입니다. 누가 가사를 보여주지 않아도 입이 알아서 노랫말을 읊을 만큼 너무나 친숙하거나 키보드 위 손가락을 가뿐하게 만들어준, 그래서 꽉 뭉쳤던 어깨를 잠시나마 가볍게 풀어준 고마운 노래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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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고도 - 우리 같은 사람들

출근길 만원 지하철을 탈 때 불현듯 기묘함을 느낄 때가 있다. 내가 풍경에 속해 있다기보다, 나와 풍경 사이 1픽셀 정도 떨어져 사람들을 새삼스런 눈으로 관찰하게 되는 순간. 모두가 목적지를 향해 초조한 걸음을 옮긴다. 이렇게 이른 시간 저 젊은 여자는 어디로 가는 걸까. 저 아저씨는 어떤 중요한 약속이 있길래 옷을 빼 입고 나왔을까. 다들 '거북목의 위험성' 같은 뉴스 기사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듯 각자의 스마트폰에 구부정한 시선이 붙박여 있다. 외계인의 지령이라도 받은 것처럼 똑같은 자세와 점잖은 무표정의 군중. 그리고 그들을 멀찍이서 관조하는 나.

사실 기묘한 순간은 찰나에 불과하다. 나도 늘상 그런 사람들에 속해 있으니까. 스스로 자각하지도 못한 채 바쁘고 바쁜 현대인이라는 1인분의 조연을 매일 충실히 해내고 있다. 전주부터 어딘지 쿨한 이고도의 이 노래를 들을 때면 이 엄정한 사실이 조금은 산뜻하게 느껴진다. 저마다의 방향으로 흐르는 인파 속에서도 내가 속한 현실을 조금은 낙관적으로 흥얼거리게 된달까. '있는 듯 없는 듯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같은 사람들.' 가끔은 그 사람의 홍수 안에서 위안을 얻기도 하니까.

🌻 SM TOWN - Hot Mail (여름편지)

그런 시절이 있었다. SM 엔터테인먼트(이른바 에쎔 타운)에서 여름, 겨울 시즌마다 단체로 부른 곡을 꼬박꼬박 발매하던 시절이... 열댓 명 되는 인원이 파트를 나노 단위로 쪼개느라 거의 한 문장씩 부르지만 그 덕분에 누구 목소리인지 떠올리는 재미가 있는 그 노래들. 2000년대 가요를 노동요로 쭉 듣다가 추억에 걸려 넘어져 이 노랠 한참 듣고 또 들었다. 무려 작사 작곡은 켄지(KENZI)라니. 2004년 그 시절엔 여름이니까 떠나자는 얘기를 메일로 보내는 낭만이 있었다...

뮤직비디오에는 신인 시절 풋풋한 동방신기와 보아, 강타, 배우 서현진, 플라이 투 더 스카이, S.E.S., 결성하기도 전의 천상지희 등 풋풋하고 친숙한 얼굴들이 한가득이다. 개성 넘치는 보컬이 각양각색이어서 그런지 저마다 가진 음색의 매력이 유독 잘 느껴지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보컬 능력치는 물론 애티튜드 면에서도(?) 이미 원숙한 여유가 흘러 넘치는 보아 파트를 좋아한다.

🌻 버즈 - 비망록 (스물의 노래)

직장인에게는 3년 주기로 위기가 찾아온다고 했던가. 사실 직장인의 회의감이야 숙명처럼 따라다니는 존재고 3년, 6년, 9년에 속하는 사람은 늘 있었을 테니 책임감 없이 태어난 낭설일 확률이 크다. 그래도 괜히 그 말을 자주 떠올리게 되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뭔가를 혼자 해내야 한다는 부담과 물리적 과로가 지속되어선지 올해는 유독 내면의 번민이 많다. 여기 아닌 다른 어디에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일이 있진 않을까. 하지만 도망친 곳에 낙원이 있나. 그러다 결국 눈앞의 책임감에 붙잡혀 이도 저도 아닌 결론을 안고 내일의 출근을 기다리는 밤의 연속.

그래선지 지난 3주간 버즈의 이 노래를 유독 자주 들었다. 어떤 날은 일어나자마자 틀어놓고, 출근길에도 흥얼거리고, 퇴근한 뒤 운동하면서도 들었다. <비망록>은 곡의 부제처럼 스무 살이 된 첫 날로부터 시작한다. 듣다 보면 어느덧 까마득한 스물의 기억까지 갈 것도 없이 몇 해 전의 나를 자꾸 떠올리게 된다. 나만의 길을 가고 있다고 믿은 날도 있었고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 없이 나의 지금이 맘에 들던 시기도 있었다. 요즘의 나는 어떤 시기로 기억하게 될까. 결국 다른 삶을 꿈꾸고 행동하게 될까? 오늘도 정답 없이 물음표만 가득 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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