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31] 🥦 첫눈이 내렸고 이제 겨울이에요

반갑습니다, 콜리🥦입니다. 지난 주 전국 곳곳에서 첫눈이 내렸어요. 구독자 님이 계신 곳은 어땠나요? 제가 살고 있는 전주는 밤까진 비에 조금 섞여 내리는 정도여서, 당시 일행과 첫눈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했는데(쌓일 만큼은 내려야 첫눈이지!), 다음 날 아침 창밖을 보니 밤새 내린 눈이 얇게 쌓여있는 것 아니겠어요. 예상치 못했고 오랜만에 보는 눈이라 그 풍경이 참 예뻤습니다. 그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 이번 PRIIISM 표지로 담아봤어요.

눈 내리는 거 좋아하세요? 제 답을 먼저 하자면 솔직히 저는 좋지 않은 마음이 먼저 들어요. 걱정이 앞선다고 하는 게 정확하겠네요. 눈길은 운전하기 부담스럽거든요. 녹아내린 눈 때문에 차가 금방 더러워져서 세차 소요가 발생하는 것도 신경쓰이고요. 낭만이 없다고요? 함박눈은 저도 좋아요. 예쁘잖아요. 눈 내릴 때 특유의 감각 같은 게 있죠. 추워야 내리는 게 눈인데 소복하게 쌓인 눈은 왠지 따뜻해보이는 묘한 대조도 마음에 들고요.

이제 질문을 돌려드릴 차례입니다. 구독자 님은 눈 좋아하시나요? 비는 사시사철 내리지만 눈은 겨울에만 볼 수 있죠. 그래서 겨울철에만 누릴 수 있는 낭만을 좋아하실까요. 어쩌면 추위를 많이 타서 눈이고 뭐고 겨울 자체를 그다지 안 좋아하실지도 모르겠네요. 그런가 하면 요즘 독감이 유행인가 봐요. 주변에 고생하는 분들이 많네요. 낭만도 좋지만 감기 조심하시길 바라요. 이번 PRIIISM에는 최근 발매되어 자주 듣고 있는 곡부터 겨울철 어울리는 곡을 골라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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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Beatles - Now And Then

2023년 11월 2일, 비틀스가 신곡을 냈다. 응? 존 레논과 조지 해리슨이 고인이 된 지가 언젠데 무슨 소리냐고? 사실이다. 존 레논이 1970년대 후반 자택에서 피아노 치며 부른 데모 버전 <Now And Then>이 2023년에야 완성되어 세상에 공식 발표된 것이다. 뮤직비디오에서 팔순이 넘은 폴 매카트니와 링고 스타, 오십대 초반의 조지 해리슨(2001년 작고), 서른아홉 시절의 존 레논(1980년 작고)이 함께 호흡한다. 게다가 여러 시간대의 모습이 마구 겹쳐서 등장하니 감정이 이상해진다. 비틀스 팬에게 <Now And Then>은 시간 여행이다.

<Now And Then>을 남은 비틀스 멤버들이 완성지으려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1990년대 중반 '앤솔로지 프로젝트'가 있었다. 프로젝트를 통해 <Free As A Bird>, <Real Love>가 신곡으로 나왔지만 <Now And Then>은 예외였다. 당시 기술로는 데모 음원에서 존 레논 음성과 피아노 소리를 깔끔하게 분리할 수 없었다. 2021년에야 비틀스 다큐멘터리 <겟 백>을 작업한 영화 감독 피터 잭슨 사단이 존 레논 목소리를 추출해냈다. 거기에 앤솔로지 프로젝트 때 조지 해리슨이 남긴 연주를 녹여서, 폴 매카트니와 링고 스타가 곡을 마무리했다.

<Now And Then>에는 '비틀스의 마지막 신곡'이라는 수식이 붙여졌다. 재미있는 점은 <Now And Then> 싱글에 그들의 미국 데뷔 곡 <Love Me Do>가 실렸다는 점이다. 즉, <Now And Then> 싱글에 비틀스의 시작과 끝이 담겼다. 그에 걸맞게 <Now And Then>은 비틀스 음악 특징을 여럿 담고 있다.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가 함께 노래한다. <Yesterday>처럼 현악 세션도 등장한다. 지금이야 그리 낯설지 않은 조합이지만, 록 음악에 현악을 동원한 것은 비틀스가 처음이었다고 한다.

2절이 끝나고 나오는 슬라이드 기타는 대번에 조지 해리슨이 떠오른다. 이는 폴 매카트니가 연주한 것인데 물론 조지 해리슨에 대한 오마주일 것이다. 노래는 비틀스 후반기를 장식했던 사이키델릭 록을 거쳐, 진한 향수를 남기면서 끝을 맺는다. 비틀스 선생님 마음 아릿한 가을날에 너무나 어울리는 곡을 선물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폴 매카트니, 링고 스타 옹이여 오래 오래 건강하세요. 추신, <Now And Then> 발매와 더불어 공개된 짤막한 다큐멘터리 영상도 공개되었다. 비틀스에게 관심 있는 분이라면 놓치지 마시길.

🥦 Noel Gallagher's High Flying Birds - Open The Door, See What You Find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처음 맞는 겨울이다. 들려오는 각종 공연 소식에서 연말이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한다. 3년의 기다림이 얼마나 컸는지 보여주기라도 하듯 국내외 뮤지션들 공연 소식이 유난히 빼곡하다. 이미 지난 10월 샘 스미스와 찰리 푸스가 내한 공연을 마쳤으며, 김동률과 김창완밴드도 콘서트를 치렀다. 12월로 넘어가면 이소라, 다니엘 시저, 성시경 등이 기다리고 있다. 11월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이 뉴스레터가 발행되고 이틀 뒤부터 세 차례에 걸쳐 노엘 갤러거스 하이 플라잉 버즈도 내한 공연을 갖는다.

<Open The Door, See What You Find>는 올 6월에 발매된 노엘 갤러거스 하이 플라잉 버즈의 4집 [Council Skies]에 수록된 곡이다. 먼저 드럼이 박자를 만들면 온갖 악기가 일제히 울려버진다. 가장 먼저 귀를 사로잡는 것은 현악이다. 밝은 멜로디에 종소리까지 얹어지니 대번에 성탄절, 연말 분위기가 연상된다. 이 곡은 내한 공연에서도 연주될 것으로 예상된다. 콘서트장에서 미리 느끼는 연말 분위기도 좋을 것 같다. 내한 공연 이야기를 꺼냈으니 말인데, 혹시 모른다. 2009년 오아시스 시절 그랬던 것처럼 깜짝 선곡이 있을지. 있다면 멋진 연말 선물이 될 것이다.

🥦 George Michael - One More Try

겨울은 밤이 길다. 이제 막 초겨울에 진입하는 듯한데 18시에 칼퇴근을 해도 하늘이 어두컴컴하다. 겨울 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가로등 불빛이다. 요즘은 백색등이 많은 듯하지만 나는 누런 전구색 가로등을 더 좋아한다. <One More Try>를 처음 들은 것도 전구색 가로등이 비치는 거리에서였다. 정확히는 신호 대기하는 차 안이었고, 라디오에서 노래가 흐르고 있었다. 반주는 단출하지만 음악이 꽉 차 있었다. 보컬의 음색이 압도적이었다. 1분 40초경 뿜어져 나오는 가성에 주목해보자. 이런 목소리는 그 자체가 최고의 무기다.

가만 들어보니 처음 듣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머릿속에 누군가의 이름이 떠올랐다. 노래가 끝나자 라디오 진행자가 노래를 소개했다. "조지 마이클의 <One More Try>였습니다." 과연 그랬다. 머라이어 캐리와 쌍벽을 이루는 최고의 캐럴 <Last Christmas>를 부른 왬(Wham!)의 조지 마이클이 그 주인공이었다. 1986년 왬 해체 후 조지 마이클은 홀로서기에 나섰다. <One More Try>은 그의 솔로 1집 [Faith]에 실려서 큰 사랑을 받았다. 그냥 들어도 좋은 곡이지만 <One More Try>은 추운 날에, 따뜻한 조명이 둥실 떠오른 밤이 제격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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