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84] 🥦 겨울을 맞는 지금 듣는 노래

반갑습니다, 콜리🥦입니다. 올 가을 잘 보내셨나요. 올해 저는 여느 해보다 은행나무와 가깝게 지낸 가을을 보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연한 연두색 나뭇잎이 막 돋아난 시점부터 노란 낙엽이 지기까지, 그러니까 은행나무의 한 주기를 지켜본 것은 아니지만, 바닥에 폭신한 양탄자처럼 수북이 쌓인 은행잎을 참 오랜만에 보고 밟았거든요. 그 노랗고 정겨운 정취가 무척 좋았습니다.

며칠 전에는 지인과 오래간만에 진득히 대화를 나눴는데요. 오며가며 만날 때 잠깐 안부를 주고 받을 때도 '이 사람은 참 고유의 힘, 분위기가 있다'고 느꼈는데, 그날도 역시 그러했습니다. 그의 말에선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 건강한 태도와 열정 같은 것들이 뚝뚝 묻어났죠. 그날 자리를 마치고 이런 생각이 뒤따랐습니다. '그의 그러한 분위기는 언제부터,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질문은 '나도 나만의 분위기, 색깔을 갖고 있는 사람일까?' '있다면 어떤 것일까?' 하는 생각으로 확장되었습니다. 구독자 님도 이런 생각 해보신 적 있나요?

이번 눈과 비가 그치면 날이 본격적으로 추워진다지요. 이미 추운데 말이죠. 짧은 가을이 가고 겨울에 접어드는 모양입니다. 저는 다가오는 주말에 올해 첫 연말 모임을 가질 예정이에요. 어느덧 그럴 때가 와버렸어요. 올해 누구와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했는지, 그동안 그래왔듯 한 해 결산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구독자 님은 연말을 어떻게 맞이하는지도 궁금하네요. 건강 잘 챙기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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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rateful Dead - Sugar Magnolia

좋아하는 맥줏집이 있다. 그동안 숱하게 주변에 소개했고 진작 PRIIISM에서도 언급한 곳인데, 독일에서 양조를 배운 미국인이, 한국, 그것도 내가 살고 있는 전주에서 다양한 맥주를 빚어 판다. 그곳에 갈 때면 그와 안부를 묻고 짧게나마 몇 마디 나누곤 하는데, 얼마 전 그에게 이런 메시지를 받았다. 언제 맥주 한잔 같이 하자고. 아주 반가운 제안이었다. 이전에도 독대한 적이 있긴 하지만 그가 먼저 제안한 것은 처음이었다.

술집 사장과 안면을 트고 급기야 둘이 잔을 기울인다? 새로운 사람 사귀기에 썩 적극적인 편이 아닌 나로선 드문 일이다. 내가 서울에서 지내다 전주로 돌아온 해에 그 맥줏집이 문을 열었다는 점(전주에 이런 곳이!), 거기서 나오는 음악이 흥미로웠다는 점(음악 좀 듣나 본데?)에서 한두마디 던지고 답을 받은 게 연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맥주에서 신맛은 처음인데 재밌네요, 맛있어요/입에 맞나요, 고마워요.' '프린스(Prince) 노래 잘 들었어요/프린스 너무 좋죠.' 같은.

토요일 저녁, 그와 나란히 앉았다. 처음 보는 메뉴가 눈에 들어왔다. 맥주 이름이 그가 가장 사랑하는 밴드의 곡 명과 같았다. 맥주 '슈가 매그놀리아'는 새콤달콤한 것이 대번에 오미자 맛이 느껴졌다. 오미자가 영어로 'Magnolia Berry'인 데서 착안해 그렇게 메뉴명을 붙였다고. <Sugar Magnolia>는 미국의 전설적인 컨트리 록, 사이키델릭 록 밴드 그레이트풀 데드(Grateful Dead)의 대표 곡 중 하나다. 밝고 따스한 멜로디가 포근하다. 참, 그레이트풀 데드는 라이브가 진짜다. 원곡에서 뻗어나가는 즉흥 연주를 만끽할 수 있다.

🥦 Peter Yarrow - Goodbye Josh

어느덧 단풍이 짙어졌다. 왜 나뭇잎은 가을이 되면 물들고 결국 땅으로 떨어지고 마는 걸까? 그건 나무가 겨울을 나는 방법이다. 곰, 다람쥐 같은 야생동물이 겨울잠을 자는 것처럼, 일부 상록수를 제외한 대개의 나무는 겨울을 나기 위해 잎을 버린다. 겨울은 춥고 건조하다. 다른 계절에 비해 양분을 섭취하기 불리한 조건이다. 섭취하는 양분이 줄어드니 에너지 소비량도 줄여야 한다. 그래서 나무는 잎을 내려놓고 겨울을 맞는다.

겨울철 나무에 나뭇가지만 남아있는 것은 그들 나름대로 치열하게 겨울을 보내고 있는 것인데, 사람은 그런 나무를 앙상하다고 말하며 쓸쓸함을 느끼곤 한다. 추워진 날씨와 겨울을 예고하는 풍경에서 쓸쓸함을 느꼈다면 피터 야로우(Peter Yarrow)의 <Goodbye Josh>가 마음에 가닿을 것 같다. 피터 야로우는 포크(Folk)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친숙할 '피터 폴 앤 메리(Peter, Paul and Mary)'의 피터다.

<Goodbye Josh>는 미국의 가수이자 인권운동가였던 조쉬 화이트(Josh White)를 추모하는 곡이다. 곡은 악기 연주며 목소리며 담담하다. 노래라기보다 말을 건네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2절부터 서서히 고조되어 간다. 하이라이트는 2분 40초경부터 기타 솔로와 하모니카 연주다. 차가운 공기에 산책과 함께 이 곡을 들으면 한 해가 또 저무는 구나, 하는 야속함에 쓸쓸함이 사무친다.

🥦 Noel Gallagher's High Flying Birds - We're Gonna Get There In The End

수능 시험 날에 이렇게 따뜻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던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지역에 따라서는 이번 주 내린 급작스러운 폭설로 여러 불편함과 피해도 발생했다고. 아침에 출근하면 사무실 벽 콘크리트에서 냉기가 느껴지고 공기가 싸늘하다. 유난히 긴 여름과 포근한 가을을 보냈기 때문일까, 추위에 적응하는 데 예년보다 애를 먹게 되는 것 같다.

춥다고 움츠러들면 등이 굽는다. 등이 굽으면 시야가 좁아진다. 시야가 좁아지면 어디 부딪히거나 안 하던 실수도 하게 된다. 옷을 든든하게 껴입고 가슴 펴고 고개를 들자. 생기를 북돋아주는 곡을 들어보자. 그런 의미로 나는 요즘 노엘 갤러거스 하이 플라잉 버즈(Noel Gallagher's High Flying Birds)의 <We're Gonna Get There In The End>를 자주 듣는다. 제목부터 힘이 되지 않는가. 가사도 그러하니 한번 찾아보시길.

이 곡은 시작부터 터져나오는 풍성한 관악 소리가 축제를 연상케 한다. 말하자면 연말 시상식에서 종이 꽃가루가 터져 나오면서 피날레를 장식하는 것 같은 분위기다. 이 곡을 쓴 노엘 갤러거가 얼마 전 동생 리암과 15년만에 화해하고, 오아시스(Oasis)가 재결합을 선언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오아시스의 내년 투어 일정이 발표되었다. 누구보다 갤러거 형제에게 <We're Gonna Get There In The End>를 권하고 싶다(다투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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