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93] 🍄 잠 못 이뤄 뒤척이고 있다면 이 노래를 들어보세요

평안한 한주 보내셨나요? 어느새 3월이네요. 긴 겨울이 지나고 봄을 맞이하는 시기가 되었네요. 이제는 전기장판을 꺼도 될 것 같습니다. 

이번 주에는 소소하지만 재미있는 경험이 있었는데요. 한 밤중에 잠깐 일이 생겨서 운전을 하러 나섰어요. 그런데 휴대폰을 집에 두고 나온 거 있죠? 다행히 금방 들어갈 거라 휴대폰이 꼭 필요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운전할 때마다 휴대폰을 연결해 음악을 듣는 습관이 있어 운전하는 동안 "심심하겠구나" 싶었답니다. 그렇게 아무 음악 없이 멍하니 운전하다가 문득 라디오 생각이 나서 무릎을 탁 쳤어요.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요? 바로 라디오를 켰어요. 부끄럽지만 차를 장만한 뒤 처음으로 켠 라디오였어요. 

자정을 넘긴 시간에 라디오를 들으며 달린 경험은 매우 신선하고 즐거웠어요. 예전에는 라디오를 꽤 자주 들었는데 언젠가부터 휴대폰에 의지했던 것 같아요. 어떤 방송이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라디오에서 추천해 주는 음악도 들었지요. 새삼스럽지만 라디오야말로 진정한 음악 큐레이션 역할을 하고 있더군요. DJ의 취향이 담긴 음악과 설명, 그리고 사연과 함께 듣는 것. 우리 PRIIISM도 라디오 큐레이션과 궤를 같이하고 있었습니다. 

갈수록 새로운 음악을 듣는 기회가 줄어드는 것 같아요. 그래서 계속해서 발버둥 치면서 새로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찾고 있죠. 그러다 이번 주에는 가장 가까웠지만 정작 관심이 없었던 라디오를 통해 새로운 음악을 경험했답니다. 오늘은 그중 한 곡을 시작으로 실에 구슬을 꿰어가듯 노래를 이어볼게요. 

📧 추신, PRIIISM 뉴스레터는 상단의 '🌏웹에서 보기' 버튼을 누르면 보다 쾌적하게 읽으실 수 있습니다.

📧 PRIIISM 인스타그램을 본격적으로 운영해보고자 해요. 저희가 그동안 소개했던 노래들을 이제 인스타그램에서도 만날 수 있어요.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팔로우하러 가기! ❤️

🍄 안녕하신가영 - 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밤

누구나 한번 쯤 잠들지 못하는 밤을 경험한 적이 있을 테다. 이를 불면 장애로 해석한다면 어떠한 외부적, 내부적 작용이 수면에 교란을 주어 수면을 시작하거나 유지하지 못하게 하는 경험을 뜻할 텐데, 반드시 불면증을 동반한 상태를 뜻하지 않아도 마음속 깊은 곳에 어떠한 생각들이 솜뭉치 처럼 꽉 막혀있다면 불면증이 아니더라도 쉬이 잠에 들지 못할 것이다.  

솜뭉치들이 어디서 불어나왔는지 딱히 까닭을 알 수 없는, 그래서 왜 잠들지 못하는지 자신조차 알지 못하는 것만큼 답답한 것은 없다. 하지만 분명 시간이 꽤 많이 흐른 뒤에 불현듯 지나가는 감각에 스르르 솜뭉치들이 풀어질 것이다. 라디오를 통해 알게된 안녕하신가영의 <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밤>은 쉬이 잠들지 못하는 그 밤을 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밤이라고 한다. 

떠나보낸 그 사람 때문인지, 후회스러운 과거 때문인지, 다가올 불안한 미래 때문인지 지금은 설명하기 힘들다면, 언젠가 자연스럽게 그 실마리가 풀릴 수 있도록 나중으로 미뤄두자. 반드시 속 시원하게 풀릴 것이다. 지금은 나를 위해 편안한 밤을 보내자.

🍄 브로콜리너마저 - 다섯시 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이 들지 못했다면, 계속해서 우울감이 나를 감싸고 까닭 모를 눈물이 멈추지 않아 아침 해가 가까워지는 새벽녘 5시까지 밤을 지새웠다면, 그래도 괜찮다. 우리 처방약으로 브로콜리너마저의 <다섯시 반>을 듣도록 하자. 늘 그렇듯 브로콜리너마저의 노래들은 우리의 일상을 꿰뚫는다. 청춘의 불안한 감정과 미래, 관계에 대해서 이들 만큼이나 깊은 통찰력으로 노래하는 아티스트들은 몇 없을 것이다. 

특히나 이 곡은 나의 불안했던 밤에 탁월한 위로를 주었던 곡이다. 적어도 나에겐 임상효과가 매우 뛰어났던 것. 당시 상실의 아픔으로 거의 한 달 동안 잠들지 못하고 있었는데, 새벽 3~4시가 되도록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잡생각과 망상 가득한 가정 때문에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던 그날 밤에 우연히 이 노래가 다가와 편안한 밤을 선사했던 기억이 있다.

덕원의 목소리는 따뜻하고 아름다웠다. 그의 목소리를 통해 들리는 가사는 나를 포근히 감싸주었다. 불안이 너를 데려가는 시간을 멈추고 노래하자. 그렇게 잠이 들면 아침 해가 날아들 거야. 정말로 개운한 아침을 맞았다.

🍄 김건모 - 잠못드는 밤 비는 내리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페이스 포스>의 등장인물 안젤라는 생각이 많아져 잠을 설치거나 스트레스로 일찍 깨면 미친 듯이 방에서 드럼을 두들긴다. 한바탕 드럼 속주를 갈기면서 스트레스를 땀에 날려버리는 것이다(반대로 옆집 스트레스는 늘어나겠지). 

이렇듯 슬픔을 이겨내는 슬픔이라는 공식이 통하지 않는 분들을 위해 마지막으로는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는 클래식한 노래를 준비했다. 전설적인 국민가수 김건모의 1992년 데뷔곡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다. 워낙 데뷔와 함께 큰 임팩트를 남긴지라 이 곡을 김건모의 오리지널 곡으로 알고 있는 분이 많겠지만 (아닌가 혹시 아이유 노래로 알고 계실까...?) 사실은 이승철이 1989년 발표한 <잠도 오지 않은 밤에>를 커버한 곡이다.

이승철의 원곡은 제목과 딱 어울리는 서정적인 재즈풍의 감성 충만한 곡이었는데, 김건모와 작곡가 김창환을 통해 R&B, 뉴잭스윙 스타일로 다시 탄생한 것이다. 추가된 랩은 곡의 정체성과 분위기를 완전히 새롭게 했다. 깊은 밤 다시 찾아올 그리움 때문에 슬픈 노래 따위는 듣고 싶지 않다면, 이 노래를 들으며 흐르는 비에 지독한 그리움일랑 씻겨버리고 심야의 춤을 추자.

🎤 이번 주 소개드린 노래와 글은 어떠셨나요?

링크로 자유롭게 의견을 남겨주세요. 👉🏻 https://forms.gle/fCh3VBhXtHCCkaci8

📬 PRIIISM은 3인의 발행자가 매주 순차적으로 발송합니다. (숑-콜리-로이 순)

📌 PRIIISM이 마음에 드셨나요? 그럼 수줍게 구독과 공유를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