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92] 🥦 연진아 나 지금 되게 신나

반갑습니다, 콜리🥦입니다. 밴드 구성 필수 요소! 악기 특집 마지막 시간입니다. 앞선 베이스와 기타 특집이 구독자 님의 음악 감상을 보다 다채롭게 해드렸는지 모르겠어요. 도움이 되었다면 지금쯤 제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가고 있을 텐데요. 이제 마지막 세 번째 악기, 드럼을 만나볼 차례입니다. 음악을 듣다 보면 저는 자꾸 드럼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리마스터링이 됐다거나, 싱글로 나왔다거나 하는 것처럼 같은 곡이라도 버전에 따라 소리가 조금씩 다른 경우가 있잖아요. 드럼 소리가 선명할 때 귀가 쏠리더라고요.

드럼에 귀가 트인 것은 중학생 때부터였어요. 음악이라는 취향이 생기기 시작한 시기였는데요. 라이브 영상을 보며 드럼 연주를 허공에 따라해 보기도 하고, '저길 치면 저런 소리가 나는구나' 하며 음악을 즐겼답니다. 대학생이 되어 밴드 동아리에 들어가서는 드럼을 실제 쳐보고 혼자 감격했더랬죠. 마침내 몇 년 전에는 짧게나마 드럼 학원을 다녀보기도 했습니다. 립 서비스였겠지만 선생님한테 어디서 배운 적 있냐는 말을 들었을 땐 들뜬 맘에 콧구멍이 벌렁거리는 걸 참느라 혼났어요.

드럼 학원 다닐 때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치면 스트레스 해소 되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아아 고단한 현대인의 삶이란! 같은 궁금증을 갖고 계신 분을 위해 답을 드릴게요. 네, 드럼 치면 스트레스 해소됩니다. 재밌으니까요! 그런데 그 질문에는 드럼이 시끄럽고, 드럼은 세게 쳐야 한다는 선입견이 반영된 것 같아요. 물론 드럼 소리가 다른 악기에 비해 기본적으로 크긴 합니다. 소리가 크니 시끄러운 것도 어느 정도 사실이겠죠. 그렇다고 드럼 소리가 항상 크고 시끄러운 것만은 아니랍니다.

얼핏 같은 드럼처럼 보여도 소리가 다양할 수 있다는 뜻인데요. 일단 스틱에 따른 소리 차이가 무척 큽니다. 일반적인 스틱 외에 대나무 뿌리 같은 걸 모아 만든 로드 스틱(Rod Stick), 빗자루처럼 생긴 브러쉬(Brush)처럼요. 드럼에 쓰인 재질이나 부착물, 세팅 등에 따라서도 소리가 다릅니다. 말이 나온 김에 드럼 자체에 관해 조금만 더 이야기 할게요. 드럼은 크게 북과 심벌로 이뤄져 있습니다. 북은 스네어(Snare), 발로 연주하기 때문에 흔히 '킥'이라고 부르는 베이스(Bass), 탐탐(Tomtom), 심벌은 하이햇(Hi-Hat), 크래쉬(Crash), 라이드(Ride)가 일반적인 구성이죠.

같은 연주자가 스네어 하나, 하이햇 하나를 치더라도 어떤 스틱으로 어디를 어떻게 치느냐에 따라 소리가 다릅니다. 그로 인해 음악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고요. 막연하게 드럼을 단순한 악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알고 보면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예요. 이번에도 치열한 예선 끝에 세 곡을 골랐습니다. 맛있게 즐기시길, 나아가 평소 음악 들으실 때 드럼 소리를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3부작으로 준비해본 악기 특집도 여기서 인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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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chael Jackson - Rock With You

얼핏 <Rock With You> 드럼은 심심하게 들릴지 모른다. 인상적인 인트로를 제외하면 드럼 소리가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 곡은 시작부터 듣는 이를 살랑살랑 리듬 타게 만드는데, 휘파람 소리 같은 신시사이저(Synthesizer)와 훵키(Funky)한 기타가 분위기를 주도한다. 그런데 드럼만 그런 게 아니고 신시사이저나 기타도 그리 튀지 않는다.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노래까지 마찬가지다. <Rock With You>은 모난 데 없이 순해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곡일 것이다.

소리가 순하다고 연주가 단순할까, 그렇지 않다. 드럼에 귀를 기울여 보면 16비트와 8비트를 오가면서, 하이햇을 열고 닫으며 은근하게 리듬에 변주를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연주자 내공이 보통 단단한 게 아닌 것 같다. 그 주인공은 존 로빈슨(John JR Robinson), 수많은 뮤지션이 필요로 한 실력자다. 그에게 드럼을 부탁한 뮤지션을 '몇 명만' 옮겨본다. 위켄드(The Weeknd), 레이디 가가(Lady Gaga), 에릭 클랩튼(Eric Clapton), 마돈나(Madonna), 라이오넬 리치(Lionel Richie),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

마이클 잭슨에게 찰떡 같은 곡이지만 <Rock With You>이 처음부터 그를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고 한다. 원래 캐런 카펜터(Karen Carpenter)에게 갔다고 한다. <Top Of The World>로 유명한 남매 듀오 카펜터즈(Carpenters)의 보컬이자 드러머 캐런 카펜터 말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가 거절한 덕분에 <Rock With You>가 마이클 잭슨에게 갈 수 있었다. 청아한 음색의 캐런 카펜터가 <Rock With You>을 불렀으면 어땠을까? 상상이 잘 안 간다. 그럼 캐런이 드럼도 쳤을까?

🥦 Muse - Resistance

많이들 아시는 것처럼 뮤즈(Muse)는 3인조 밴드다. 밴드는 대개 라이브 공연을 감안하면서 곡을 만든다. 제아무리 매튜 벨라미(Matthew Bellamy)가 노래와 연주를 동시에 훌륭히 소화한다지만 피아노와 기타를 동시에 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뮤즈는 베이스와 드럼이 두드러지는 곡이 많은 편인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셋이서도 꽉찬 소리를 만들어내기 위함일 것이다. 셋으로는 아무래도 역부족이었는지 4집 [Black Holes & Revelations]부터는 투어할 때 아예 보조 연주자를 대동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아무튼 <Resistance>는 도미닉 하워드(Dominic Howard)의 화려한 드럼이 빛나는 곡 중 하나다. 자욱한 안개가 드리워진 듯한 효과음에 낮은 음의 탐탐과 팀파니(Timpani)로 추정되는 드럼 소리가 아득히 울려퍼진다. 피아노가 감성적인 멜로디를 얹으면, 드럼과 베이스 기타가 긴박한 리듬을 만들어낸다. 드럼에 집중해보자. 발은 매 박자마다 킥 드럼을 밟고 손은 그 사이에 탐탐을 네 번씩, 16비트로 두들긴다. 거기에 '두두둥', '두두둥 두두둥'하는 다른 탐탐 연주를 덧붙여서 곡에 긴장감을 더했다.

"It could be wrong, could be wrong" 하는 브릿지로 넘어가면 도미닉과 베이시스트 크리스 볼첸홈(Chris Wolstenholme)의 호흡에 귀가 즐거워진다. 여기서부터 도미닉은 탐탐 대신 하이햇을 16비트로 치는데, 첫 번째 구절에선 하이햇을 닫고 두 번째 구절에선 가사에 맞춰 하이햇을 두 번 열고 닫는다. 이때 하이햇이 열고 닫히면서 '습-습-'하는 소리가 난다. 이렇게 나는 '습-', '스읍-'하는 소리가 나는 이상하리 만치 좋다. 거의 미친다. 습-습-.

코러스에서 직선적인 드럼 연주는 도리어 무난하게 들린다. 매튜 벨라미 보컬이 사운드의 중심이 된다. 2절까지 끝나면 곡이 클라이맥스로 향한다. 드럼도 고조된다. 두 손 두 발로 스네어, 하이햇, 탐, 킥 드럼 모두를 쉴 새 없이 두들긴다. 말 그대로 '달린다'. 이윽고 매튜 벨라미가 "Re-si-stan-ce"하며 고음으로 노래를 매조짓는 순간, 도미닉도 크래쉬 두 개와 킥 드럼을 동시에 시원하게 때리며 연주를 마친다. 이렇게 치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리긴 할 것 같다. 아, 드럼 학원을 다시 다닐까?

🥦 Fiona Apple - Limp

음악에서 '솔로'는 말 그대로 독주를 뜻한다. 솔로가 시작되면 다른 악기는 소리를 죽여준다. 솔로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악기는 두말 할 것 없이 기타다. 다음으로 피아노를 포함한 키보드 그 다음이 베이스 정도 될 것 같다. 그렇다. 드럼 솔로는 좀체 보기 힘들다. 사전에서 정의한 음악이란 "박자, 가락, 음성 따위를 갖가지 형식으로 조화하고 결합"한 것이다. 드럼은 박자를 만들어낸다. 갖가지 북과 심벌 모두 음과 소리가 다르지만 다른 악기에 비해 가락과 음성의 폭이 다양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때문에 드럼 솔로는 좀처럼 보기 어렵다.

피오나 애플(Fiona Apple)의 <Limp>는 드럼 솔로가 나오는 귀한 곡 중 하나다. 그렇다고 솔로 연주만을 위해 듣는 곡은 아니다. 메인 비트 자체가 매력적이다. 피오나 애플 특유의 심상찮고 음산한 분위기를 드럼이 이끈다. 이 곡의 드럼에서 가장 주목하고 싶은 점은 스네어 소리다. 지름이 큰 북을 썼는지 소리가 넓고 단단하며 건조하다. 스네어에 주는 고스트 노트(Ghost Note)가 리듬감을 한껏 살린다. 고스트 노트란 악기를 친 듯 치지 않은 듯 가볍게 건드려서 음악에 한결 리듬감을 부여하는 주법을 가리킨다.

대망의 드럼 솔로는 여느 솔로처럼 2절이 끝난 뒤, 스네어와 하이햇을 동시에 타격하며 시작된다. 특이한 점은 드럼 한 대가 현란한 연주 실력을 뽐내는 것이 아니라 기본 비트에 다른 드럼과 퍼커션(Percussion) 연주를 덧씌웠다는 점이다. 맷 챔벌레인(Matt Chamberlain)이 연주한 메인 비트를 가운데 두고 귀 양쪽에서 덧씌워지는 악기가 주거니 받거니 연주되니, 어지간한 스피커가 아닌 한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사용하기를 권장한다. 솔로 연주로서 기승전결이 다소 밋밋하다는 점만이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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