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06] 🥦 축제와 나들이의 계절에 함께하고 있는 노래

반갑습니다, 콜리🥦입니다. 연휴 어떻게 보내셨나요? 저는 사람들과 어울리기도 하고 혼자 보내기도 하며 나흘을 푹 쉬었습니다. 만났던 사람들 중엔 몇 년 전 행사 자리에서 만난, 그러니까 구면이지만 친숙하지는 않은 얼굴이 있었고, 처음 보는 낯선 사람도 있었고, 예전엔 꽤 친했지만 지나가는 세월 속에 뜸해진 얼굴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제법 다채로운 만남을 가졌네요.

이런 저런 자리를 가지고 난 뒤 연휴 마지막 날을 보내면서 질문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구독자 님하고도 나누고 싶은데요. '말이 잘 통한다'는 것은 뭘까요. 같은 주제를 놓고 어떤 사람과는 이야기가 주거니 받거니 오고가며 흥미로운 대화가 전개되는 반면, 다른 어떤 사람과는 피상적이라고 해도 무리 없을 만큼 질문과 단답에 그쳐서 대화가 툭툭 끊기는(그래서 다른 주제를 떠올려야 하는) 경험, 저만 겪은 것은 아니겠지요.

질문에 대한 답은 모르겠습니다. 다만 제 경우에는 이야기가 주거니 받거니 오고갈 수 있는 상대와의 자리를 즐거워한다는 것 정도는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 자리는 흔하지 않으니 함께한 상대는 귀인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겠네요. 어쩌다 보니 조금 진지한 이야기를 늘어놓은 것 같은데, 모쪼록 말이 잘 통하는 상대와 즐거운 대화가 찾은 하루, 주말, 휴일 보내시길 바라봅니다. 요즘 제 말문을 트이게 하는 세 곡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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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Beatles - In My Life

축제의 계절이다. 내가 사는 전주에서는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가 내일(9일)까지 진행된다. 연휴 동안에 행사장 인근에 가보니 전국 각지에서 온 '시네필'과 관광객이 많았다. 영화관과 길거리는 물론 식당과 카페도 북적였다. 나는 영화엔 별로 조예가 없다. 내게 어떤 영향을 줬다며 떠들 수 있는 작품이야 있지만 거기까지다. 좋아하는 장르가 있다거나 신작이 나오면 챙겨보는 감독이나 배우가 딱히 없다.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면서 이런 저런 기회로 꽤 예전부터 전주국제영화제를 접했으면서도 말이다.

올해 3년만에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을 봤다. 일단 연휴 덕분에 시간이 충분했고, 영화제 때문에 서울에서 전주까지 내려온 지인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몇 시간 걸려 내려오는 사람도 있는데!' 하는 자극이 되었다). 그러나 매진, 매진, 매진. 선택지가 거의 없었다. 아니 모처럼 찾아주겠다는데, 이상한 오기가 생겼다. 끈질기게 예매창을 뒤적였다. 마침내 좌석 남은 영화 발견! 휴일 아침 10시 영화라니 최상의 조건은 아니었지만 이 정도는 양보할 용의가 있었다. 영화 소개를 봤다. 제목은 <오늘 우리가 했던 말>, 비틀스(The Beatles)가 1965년에 공연 차 미국 뉴욕에 도착했을 때에서 영화가 시작한단다. 비틀스 영화라고? 바로 결제했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했던 말>은 기대와 달랐다. 솔직히 많이 졸았다. 비틀스는 초반에 잠깐 등장한 게 다였고 영화는 팬들이 공연장까지 가는 각자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였다. 한참 졸다 눈을 떠보니 주변에 빈 자리가 많이 생겨 있었다. 그래도, 그런 대로 괜찮았다. 영화제 특유의 분위기부터 사람이 그득 찬 영화관을 경험한 것으로 만족스러웠다. 다만 영화에서 비틀스 노래가 한 곡도 나오지 않은 점은 못내 아쉬웠다. 그거 들으려고 휴일 아침부터 움직인 건데! 돌아오는 길에 비틀스로 재생 목록을 꾸려 들었다. <In My Life>는 1965년 작 [Rubber Soul]에 수록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비틀스 곡 중 하나다. 서정적인 멜로디와 화음, 가사 모두 참 예쁘다. 하이라이트는 2절 끝나고 나오는 피아노 솔로다. 놓치지 마시길!

🥦 Oasis - Rockin' Chair

갈수록 자주 쓰게 되는 말이 있다. '벌써' 그리고 '어느새'. 벌써 5월에 접어들었다. 어느새 일 년의 절반 가까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오늘은 남아 있는 내 삶에서 가장 젊은 날이라던가, 하루 하루를 가급적 성실하게 살아가려고 하지만 이따금 훌쩍 지나가버린 시간을 실감할 때면 세월이 참말로 야속하게만 느껴진다. 나는, 내 일상은 그대로인 것 같은데 왜 시간은 이다지도 빠른가!

<Rockin' Chair>는 오아시스(Oasis)의 숨겨진 진주 같은 곡이다. 오아시스 전성기 시절 대표 곡 <Roll With It> 싱글에 일명 ‘B-Side'로 실렸고, 나중에 'B-Side 모음집' [The Masterplan]에 수록되었다. 요즘 <Rockin' Chair>를 자주 듣는다. 이 곡 가사 첫마디부터 앞서 말한 시간의 야속함, 속절없음을 후벼파기 때문이다. ”I'm older than I'd wish to be / 난 내가 바란 것보다 나이 들어버렸네"

나이 타령을 하는 리암 갤러거 목소리가 앳되다. 청춘의 목소리 같달까, 이 시절 리암 갤러거 음색엔 묘한 멜랑콜리가 배어 있다. 사실 이 곡이 처음 발매되었을 때 리암 갤러거는 우리나라 나이로 스물다섯밖에 되지 않았다. 스물다섯이 'Old' 라니. 그런데 돌이켜보면 나도 그 나이대에 내가 언제 이렇게 나이가 들었지, 하고 우울해하던 시기가 있었다. 어쩌면 그게 청춘인지도 모르겠다. 참, <Rockin' Chair> 가사엔 이런 구절도 있다. "All my life, I've been trying to make better day"

🥦 Pulp - Spike Island

90년대 중후반 영국 대중음악계를 휘어잡았던 브릿팝(Brit Pop)을 말할 때 빼놓지 말아야 하는 밴드가 있다. 우리나라에선 오아시스나 블러(Blur), 또는 스웨이드(Suede)에 비해 인지도가 많이 떨어지는 듯하지만 이들은 분명 브릿팝의 주역 중 하나다. 펄프(Pulp) 말이다. 오아시스가 청춘 같고 블러는 명랑하며 스웨이드는 퇴폐적이라면, 펄프는 익살스럽다. B급 정서로 무장한 풍자 코미디 같다(보컬 자비스 코커(Jarvis Cocker)의 요망한 음색과 라이브 무대에서의 몸놀림을 보라!) 이들의 음악은 신디사이저 중심의 복고풍 사운드로 사람들을 춤추게 만들었다.

전성기로부터 30여 년이 흐르는 동안 펄프는 해체와 재결성을 반복했다. 그렇다면 현재는? 재결성, 활동 중이다. 지난 4월에 발매된 <Spike Island>는 무려 24년만의 신곡이다. 그리고 펄프를 소개하는 까닭은, 물론 <Spike Island>가 마음에 들어서인 것도 있지만, 올해 이들의 내한 공연이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8월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첫 내한이다. 환갑이 지났어도 90년대와 별 달라지지 않은 자비스 코커의 목소리를 실제로 들을 수 있다 생각하니, 이거 꽤 끌리는 기회다. 기분 좋은 고민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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