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55] 🌻 마음에 위안을 준 봄바람 같은 음악, 순수한 노랫말

한 주도 잘 지내셨나요? 숑🌻입니다. 5월의 두 번째 목요일입니다. 며칠 날이 흐리고 봄비가 내리더니 다시 완연한 봄 날씨가 돌아왔네요. 볕은 따스하고 공기는 깨끗하고 바람은 시원한 데다 먼 곳의 아카시아 향까지 데려다주는, 일 년에 며칠 되지 않는 날씨죠. 이런 날이면 일이고 뭐고 그냥 발 닿는 대로 어디까지고 걷고 싶어집니다.

아이슬란드에는 '날씨가 화창하다는 이유만으로 예정에 없이 주어지는 휴가를 뜻하는 '솔라르프리(solarfri)'라는 단어가 있다고 합니다. 워낙 맑은 날이 귀한 나라니까 그렇겠다 싶으면서도 만약 내게 뜻밖의 반차가 생긴다면 어딜 가볼까 하는 상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여러분이라면 지금의 날씨를 누리기 위해 어디로 향할 예정인가요? 저라면 일단 무조건 야외 테라스 자리가 마련된 식당에서 맥주부터 주문해 놓고 고민할 것 같습니다.

저는 너무 바쁜 4월을 보내선지 사실 아직도 5월이란 단어가 얼떨떨한 느낌이에요. 아직 4월 33일쯤 된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럼에도 차근차근 여물어가는 봄 날씨에 눈과 귀를 활짝 열어놓고 부지런히 즐겨보려고 합니다. 그런 의미로 오늘은 찰나의 5월 날씨에 곁들여 듣기 좋은 노래 세 곡을 소개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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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ueen - Cool Cat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제목과 가수를 다시 확인해야 했다. 퀸이 이런 스타일의 곡도 불렀다니!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당장 어디 모던한 분위기 카페에 BGM으로 흘러 나오는 요즘 가수(?)의 재즈라고 해도 믿을 것 같다. 특히 익숙하게 알던 프레디 머큐리의 쩌렁쩌렁한 발성이기보다 봄바람처럼 가늘고 느긋한 미성이 신선하다. 일말의 놀라움과 함께 최근 봄의 산책길마다 이 노래를 자주 찾아 들었다.

<Cool Cat>은 1982년 발매한 퀸의 10집 [Hot Space]에 실렸다. 앨범에는 <Cool Cat>만큼이나 평소 퀸의 음악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디스코)의 곡이 많이 실려 당시에는 평단의 혹평을 받았다고 한다(그러기엔 데이빗 보위와 부른 <Under Pressure>도 있는데?!). 아무래도 발매된 지 40년 이상 흘렀으니 대중의 평가는 강산이 네 번 바뀌듯 변하리라고 본다. 한국의 봄에, 특히 밤공기가 다정하고 경쾌한 시간에 이렇게나 잘 어울리니까.

🌻 찰리빈웍스 - 우리 사랑은

아날로그, 옛것을 노래하는 인디 가수의 노래에 나는 매번 치여 넘어지곤 한다. 실제 과거에 발매한 오래된 노래를 들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좋음의 이유를 곰곰이 파고들어가자면 '반가움'이란 감정과도 닿는 듯하다. 모두가 아이패드로 필기하는 강의실에서 꿋꿋하게 펜으로 종이 노트를 누르는 사람을 발견한 느낌이랄까? 매끈하지 않고 가끔은 귀찮은 그 레트로함을 굳이 지지하고 아껴 나간다는 면이 그렇다.

종이를 연필로 긁는 듯한 서걱한 질감의 사운드도 좋았지만 못지않게 공들였을 노랫말도 인상적이었다. '만약 우리 사는 동안 슬픔이 없다면 스쳐가는 80년이 의미가 있을까?' 하루치의 일상에도 밀물처럼 들이치는 고난과 썰물처럼 개운해지는 기쁨이 있기 마련이다. 늘상 행복만 하라는 말은 결코 축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껏 땀 흘린 뒤 마시는 물 한 컵의 달콤함처럼 한풀 꺾이고 꾸질한 순간들이 기쁨을 더 기쁨답게 만든다. 노랫말 내내 이 사실을 가만히 상기시켜준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 페퍼톤스 - 라이더스

지난 달 페퍼톤스의 (무려) 20주년 기념 앨범이 나왔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사실 좀 놀랐다. 물론 학생 때부터 페퍼톤스의 음악을 듣기는 했는데, 그만큼 그들의 음악을 들은 세월이 꽤 되긴 했지만, 아니 그렇다고 무슨 벌써 20주년이라니? 청량하기 짝이 없는 페퍼톤스라는 단어와 일견 중후한 느낌을 주는 '데뷔 20주년'이란 단어가 쉽게 매치되지 않았다. 그만큼 내게 페퍼톤스는 언제까지고 청춘의 대명사이자 인생의 송가, 응원가를 전하는 밴드다.

앨범 소개의 첫 줄은 "우리는 아직도 이렇게 분하고 또 기뻐". 타이틀 곡인 <라이더스>는 듣자마자 당장 페스티벌 잔디밭에서 두 손을 들고 떼창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눈썹 휘날리게 바빴던 4월 틈틈이 이 노래를 들으며 얼마나 힘을 얻었는지. '영원한 것은 없다고 모두 말하지만 하늘은 아직도 푸르네, 눈부신 바다를 꿈꾸네~' 오늘도 1인분의 밥벌이를 하기 위해 좌충우돌했지만 이 노랠 듣고 있자면, 난 우주의 먼지고 세상 어딘가엔 이렇게 여전히 순수한 가사를 쓰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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