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04] 🍄 흥겹지 않을 수 없는 음악 3곡 추천 바로 갑니다!

반가워요, 여러분! 이번 주 PRIIISM으로 인사드리는 로이🍄입니다. 부쩍 따뜻해진 요즘이에요. 옷차림은 점점 가벼워지고, 나들이나 야외 활동을 즐기는 분들도 점점 늘어나는 것 같아요. 저는 요즘 알러지 때문에 꽤 고생하고 있어요. 작년까지만 해도 이 정도로 힘들진 않았는데, 올해는 약을 먹지 않으면 안 될 정도더라고요. 해가 하루 바뀌었을 뿐인데도, 이렇게 몸이 달라지는 걸 보니 나이 들어감을 실감하게 됩니다.

건강도, 일도 참 쉽지 않은 요즘.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그래도 음악이 있기에 즐거울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가끔은 삶이 너무 벅차서 감당할 수 없는 무게를 느낄 때도 있지만, 좋아하는 음악이나 새롭게 발견한 좋은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잠시나마 그 무게에서 벗어나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그래서 바쁜 일상 속에서도 틈틈이 공연을 놓치지 않으려 하고, 이렇게 PRIIISM을 쓰는 것도 계속 음악을 듣는 동기가 되지요.

지난 시간들 속에서도 좋은 음악들을 정말 많이 들었어요. 그중엔 듣자마자 감격스러워 눈물이 난 음악도 있었고요. 빨리 구독자님께 소개해드리고 싶었답니다. 눈물이 날 것 같기도 하고, 신선하기도 하고, 흥겨운 곡들도 있어요. 공통적인 건, 요즘 참 듣기 좋은 노래들이라는 거죠. 오늘 소개해드리는 곡들이 구독자님의 취향 감각에 닿기를 바랍니다. 그럼, 오늘도 함께 즐겨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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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icchi E Poveri - Sarà perché ti amo

추위가 가시고 봄이 찾아왔다. 출근을 위해 운전대를 잡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마음이 텅 빈 것만 같을까.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인 것 같다. 요즘 나는 허무주의에 빠지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인생이 어렵다, 추구하던 것이 참 의미 없다’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그런 마음은 결코 건강하지 않기에 이럴 바엔 그냥 노래나 듣자며 오늘도 재생 버튼을 눌렀다.

그렇게 흘러나온 노래 <Sarà perché ti amo>를 듣다가 왈칵 눈물이 났다. 멜로디도, 가사도, 목소리도 너무나 아름다워 갑작스럽게 눈물이 쏟아졌다. 운전대를 잡고 출근하는 길, 그 뜻밖의 눈물 덕분에 뻑뻑하던 눈도, 묵직하던 두통도 조금은 가신 듯했다. 그제야 봄 햇살이 피부에 와닿았다. 흐리던 하늘도 어느새 푸르게 변했고, 진작부터 가로수엔 풍성한 잎새가 자라나 있었다. 이 노래는 내가 찾아낸 게 아니라, 나에게 찾아온 노래 같았다. 힘들고 지친 마음을 조용히 위로하듯 다가왔다.

<Sarà perché ti amo>는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그룹 Ricchi e Poveri(리키 에 포베리)의 대표곡이자, 이탈리아의 국민가요다. 제목을 우리말로 풀면 ‘그건 아마 너를 사랑해서일 거야’라는 뜻이다. 사랑에 울고 웃는 이탈리아답게, “혼란스러운 건 아마 너를 사랑해서일 거야. 이 감정, 이 떨림, 이 모든 것들이 아마 너를 사랑해서일 거야”라고 노래하며, 세상의 모든 감정이 결국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라 말한다. 그래, 사랑이 있다! 이 노래를 들어보자. 그리고 힘내보자. 두 손을 높이 들고 손뼉을 치자 !이 글을 읽고 있는 구독자님도, 지금 이 순간 함께 손을 들고 박자에 맞춰 손뼉을 쳐보자!

🍄 看日早晚 - 台北

지난 토요일 저녁, 오랜만에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공연(↗︎)을 다녀왔다. 신도시에서 열린 공연이었는데, 역시나 에너지 넘치고 재미있는 무대였다. 지난 마지막 공연이 정규 5집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이었다면, 이번에는 다양한 앨범의 곡들을 고루 들을 수 있어 더욱 즐거웠다. 공연이 열린 신도시(↗︎)는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펍이자 음악 공간이다. (5월 10일까지 10주년 기념 이벤트도 진행 중이라니, 자세한 내용은 링크된 인스타그램을 참고해보자.)

구남의 공연을 기다리던 중, 신도시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귀를 사로잡았다. 찾아보니 看日早晚(간일조만)이라는 대만 밴드의 <台北>이라는 곡이었다. 밴드 이름 看日早晚은 ‘뜨고 지는 해를 바라본다’는 의미로 직역할 수 있는데, 알고 보니 중국의 시인이자 화가인 이숙동의 문장 “看日早晚，與時浮沉.”(일출과 일몰을 바라보며 시대의 흐름에 따라 떠오르고 가라앉는다)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꽤 철학적인 이름이다. 같은 대만 밴드 선셋 롤러코스터(Sunset Rollercoaster)가 ‘낙일비차’인 것처럼, 看日早晚도 영어 이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자어로 유튜브에서 음악 검색하기가 너무 어렵다! <台北>는 말 그대로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를 의미한다. 가사의 의미는 직접 찾아보는 재미로 남겨두기로 하자.

이 곡은 언니네이발관의 이석원을 떠올리게 하는 보컬의 음색과, 몽환적인 사운드, 노래 중반부의 변화하는 분위기, 그리고 기타와 피아노 연주의 조화가 인상적이다. 그러고 보면 대만 밴드들은 이런 사운드를 참 잘 만드는 것 같다. 여기에 중국어, 정확히는 대만 민난어로 된 가사와 보컬이 묘한 신비감을 더한다. 아직 앨범이 하나뿐인 것 같지만, 앞으로도 계속 활동해줬으면 좋겠다. 마침 이번 주말에는 혁오 & 선셋 롤러코스터의 콘서트를 가는데, 솔직히 선셋 롤러코스터가 너무 유명해진 게 살짝 아쉽기도 했다. 그런데 괜찮다. 이제 看日早晚를 알게 되었으니.

🍄 르세라핌 - Come Over

음악을 듣자마자, 춤을 보자마자 “응? 어디서 많이 들어본 사운드인데?”, “안무도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짐작했겠지만, 르세라핌의 이번 곡 <Come Over>에는 영국의 밴드 정글(Jungle)의 조쉬 로이드-왓슨(Josh Lloyd-Watson)과 보컬로 함께 활동하는 리디아 키토(Lydia Kitto)가 작업에 참여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곡의 스타일과 전반적인 퍼포먼스에서 정글 특유의 감성과 향기가 물씬 느껴진다. 심지어 보컬 창법도 리디아 키토를 떠올리게 할 정도다. 백그라운드에 깔리는 코러스도 혹시 리디아가 직접 부른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

정글의 가장 큰 특징은 원테이크 안무 영상의 뮤직비디오인데, 이는 역시 프로듀서 조쉬의 색깔이 반영된 결과다. 르세라핌의  공식 뮤직비디오에서는 이런 특징이 잘 드러나지 않아 다소 아쉬웠지만, 다행히 퍼포먼스 뮤직비디오에서는 (완벽하진 않더라도) 원테이크 느낌의 연출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이 곡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전형적인 K-pop 아이돌 안무가 아닌, 정글 특유의 안무 스타일이었다는 점이다. 그런 안무를 온전히 볼 수 있는 영상이 있어 정말 반가웠다. (설마 안무도 정글 쪽에서…!?)

노래도 좋고, 퍼포먼스도 좋다. 첫 도입부에서 저런 안무라니... 그런데 2분 30초는 너무 짧다. 요즘 노래들은 왜 이리 짧은 걸까. 숏폼의 시대, 도파민의 시대라지만, 적어도 <3분 넘기는 음악 만들기 법> 같은 게 제정되었으면 좋겠다. 좋은 음악은 오래 듣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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