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1] 🌈 휴가 특집! 이 노래는 여기서 들어야 제맛 2탄

반갑습니다, PRIIISM입니다. 이번 한 주 어떻게 보내셨나요? 7월말 8월초 휴가철을 지나고 있네요. 저희 숑🌻, 콜리🥦, 로이🍄는 휴가를 이미 다녀왔거나, 다녀올 예정인데요. 다녀온 사람 입장에서 휴가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벌써 기억이 아득한 것이, 아직 안 다녀온 이들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옛말에 다다익선이라 했던가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휴가가 그렇습니다.

어디 휴가만 그럴까요. 음악도 그렇습니다. 휴가 동안 들을 음악도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거예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얼마든지 좋은 휴가지만 막상 가려고 하면 은근히 수고롭고 귀찮은 게 장소를 정하는 일이더라고요. 저는 평소 '여기 괜찮겠다' 싶은 곳을 알게 되면 휴대전화에 메모해놓곤 합니다. 가볼 만한 장소 역시 많이 알고 있을수록 휴갓길이 한결 편하고 즐거워집니다.

지난 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PRIIISM이 추천하는 장소와 음악 특집을 준비했습니다. 2주에 걸쳐 여섯 곳을 소개하는 셈인데요. 이곳들이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어디 괜찮은 데 없나' 싶을 때 힌트가 될 수 있다면 무척 보람찰 거예요. 장소와 함께 소개하는 노래들은 저희 세 발행자에게 각각 어떤 기억과 순간이 얽힌 곡인데, 그곳에서 구독자 님의 곡을 발견하신다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 Echo & The Bunnymen - Lips Like Sugar

이미 음악(특히 락)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충분히 유명한 펍이지만 머쓱한 마음으로 거듭 소개해본다. 라디오헤드(Radiohead)의 유명한 노래 제목을 딴 가게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브릿팝을 비롯해 다양한 인디 락을 짱짱한 스피커와 바이닐로 즐길 수 있다. 물론 신청곡을 낼 수도 있지만 음악 평론가로도 활약하시는 사장님의 고심 어린 선곡에 귀를 쫑긋 열다 운명 같은 곡을 만나는 경험을 해보기를 추천한다.

4년 전쯤 데어데어에서 <Lips Like Sugar>를 처음 듣던 순간, 나는 과장을 한 티스푼쯤 보태어 귀가 탁 트이는 느낌을 받았다. 도입부부터 둥둥 때리는 드럼은 아마 내 고막을 들이받으러 다가오는 덕통사고를 예견한 사운드일지도 모른다. 살짝 오른 술 기운에 몽롱한 채 2분 29초부터 약 1분간 이어지는 연주를 듣는 일은 지금도 내가 가장 사랑하는 순간 중 하나다.

나는 이 노래에서 브릿팝 특유의 우울이 보컬의 질감, 사운드, 전개에서 마구 풍기는 점이 좋다. 나른한 와중에 무엇도 거리낄 것 없는 듯한 나르시시즘이 더없이 매력적이다. 1980년대 활발히 활동한 영국 밴드 에코 앤 더 버니멘(Echo & The Bunnymen)의 국내 인지도는 매우 미미하지만, 콜드플레이(Coldplay)의 보컬 크리스 마틴(Chris Martin)이 이들의 열렬한 팬이라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콜플이 커버한 버전이 궁금한 분들은 이 영상으로! 노래는 2분부터 시작한다.

🥦 ABBA - The Winner Takes It All

음악은 국가가 허가한 유일한 마약이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나는 열네 살,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스스로 약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영어 선생님이 중간, 기말고사가 끝나면 백스트리트 보이즈(Backstreet Boys), 웨스트라이프(Westlife) 같은 당대 팝 아이돌 노래를 소개해주신 것이 계기였다. 그때 카세트 테이프를 하나둘 사기 시작한 것이 꾸준히 이어져서 요즘도 가끔이나마 CD를 사서 듣고 있다. CD로 재생한 음악에 오롯이 귀를 기울이는 일은 자못 황홀하다.

음악이란 약을 흡입한 것 자체야 중학생 되기 한참 전부터였다. 주무대는 부모님 자동차였다. 차를 탈 때면 늘 노래가 틀어져 있었다. 소위 '올드팝'이라 칭하는 곡들이 머리를 스친다. 들으면 '아 이거!' 할 법한 노래들 말이다. 그러니까, 오늘날 내가 음악에 나름의 취향을 가진 데엔 부모님의 '조기 투약'이 한몫 한 셈이다. 그중에서도 많이 들은 음악이 아바(ABBA)다. 아바는 7~80년대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통산 앨범 판매량이 무려 3억 7천만장을 상회하며, 비에른 보리(테니스 선수), 볼보(자동차), 스카니아(자동차)와 함께 스웨덴의 4대 자랑으로 불릴 정도였다고 한다.

무수히 많은 아바의 히트곡 중에서도 <The Winner Takes It All>은 특히 많은 사랑을 받았다. 차가운 질감의 건반 소리 때문인지 이 곡을 들으면 나는 왠지 추운 겨울이 떠오른다. 스포츠 중계를 보면 엔딩을 이 곡이 장식할 때가 있는데 <The Winner Takes It All>은 제목이 절묘해서 그렇지 사실 승리, 승부에 관한 노래가 아니다. 이 곡은 아바 멤버이자 실제 부부였던 아그네사 펠트스코크(Agnetha Faltskog)와 비요른 울바에우스(Bjorn Ulvaeus)의 이혼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곡이고, 따라서 사랑 노래로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의미야 어떻든 <The Winner Takes It All>은 비장미가 느껴질 정도로 드라마틱 한 전개가 일품이다.

🍄 Takeuchi Mariya - Morning Glory

우리나라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도시 중 하나인 경주. 그리고 경주를 사랑하게 된, 그리고 경주를 가야만 하는 이유가 된 공간 위켄드커먼을 소개한다. 금, 토, 일 주말에만 운영하는 바틀샵 위켄드커먼은 감히 말하건대, 경주를 트렌디한 로컬 플레이스로 재해석하고 있는 대표적인 공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황리단길 말고)

역시나 좋은 점은 황리단길을 벗어난 조용한 곳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다. 경주역에서 남쪽 방향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황오리 지하도가 위치한 사거리가 있는데, 그곳에 위켄드커먼이 자리하고 있다. 위켄드커먼은 슈퍼마켓 풍전상회를 기준으로 좌우 두 공간으로 나뉘어져 있다. 

한 쪽은 사장님 부부와 반려견 꽁치가 쓰시는 키친과 바, 그리고 원테이블이 있다. 음료를 여기서 고르면 되는데, 해외의 다양한 로컬맥주, 특히 흑맥주를 고를 수 있다. 고르기 어렵다면 사장님께 문의해보자. 초인싸력을 자랑하시는 여자 사장님께서 취향에 맞춰 맥주를 추천해주신다. 다른 공간에는 프라이빗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아지트로 마련되어 있다. 이곳에는 사장님 부부의 덕력을 예상할 수 있는 수많은 만화책들이 전시되어 있다. 

사운드클라우드에 별도의 믹스셋을 만들어 놓으실 만큼 음악 선곡에 진심이신 사장님 부부께서는 턴테이블로 고품질의 배경 음악을 선사하신다. 어떤 음악으로 위켄드커먼을 소개할까 고민하다 남자 사장님과 아주 잠깐이지만 Yamashita Tatsuro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었고, 마침 Takeuchi Mariya의 음악을 선곡하신 적도 있어 두 뮤지션의 공통점을 찾아 Yamashita Tatsuro가 그의 아내 Takeuchi Mariya에게 선사한 <Morning Glory>를 뽑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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