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4] 🍄 몬트리올이 가르쳐준 재즈라는 신세계

안녕하세요, 여러분. 잘 지내셨나요? 위드 코로나 시대에 인사드리는 로이🍄입니다. 이곳저곳에서 조금씩 우리 일상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구독자님의 일상은 잘 회복되고 있나요? 무엇보다 구독자님의 삶이 안녕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일상이 회복되면 제가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은 역시 ‘해외여행’이에요. 새로운 세상을 탐험하는 것을 좋아하는 저는 하늘길이 막힌 지난 2년 동안 무척 답답하게 보냈답니다. 그만큼 가고 싶은 나라, 도시 리스트로 많이 쌓였네요. 구독자님은 해외여행 좋아하시나요? 가능하다면 어디를 가장 먼저 가고 싶으신가요?

제 인생에서 가장 길었던 해외여행은 캐나다 몬트리올에서의 1년간의 여행이었어요. 유학도 아니었고 어학연수, 워킹홀리데이도 아닌 그저 체류에 불과한 머무름이었으니 여행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합하겠네요. 단 한 번도 쉬어보지 못한 채 맞이한 20대의 끝자락을 어떻게든 의미 있게 보내고 싶었죠. 낯선 곳에서 살아보았던 그 여행은 무척 행복했습니다.

물론 음악도 참 많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그 시절 처음으로 재즈에 빠졌어요. 하필 몬트리올로 떠나기 직전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본 영화가 ‘라라랜드’였는데요. 마침 몬트리올도 재즈로 유명한 도시였지 뭐예요? 위드 코로나로 시작해 해외여행, 그리고 재즈까지 이어지는 이상한 로직으로 오늘은 몬트리올에서 머물던 그때부터 알게 되어 즐겨 듣는 몇몇 재즈 그리고 그에 비슷한 음악을 소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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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uke Ellington - Isfahan

몬트리올에서 머물던 시절 특별한 수입이 없던 나에게 외식은 사치 중의 사치였다. 그럼에도 일주일에 한 번은 재즈바에 들렸다. 음식 값에 공연료에 팁까지... 한번 재즈바에 방문하면 과장해서 일주일 치 생활비를 써야만 했다. 그래도 좋았다. 반드시 이 시간이 필요했다. 이름과는 달리 반지하 Downstairs에 위치한 'Upstairs Jazz Bar'를 주 1회 방문하는 것은 마치 나에게 예배와도 같았기 때문이다. 한 주 아끼고 아껴 산 나에게, 특별한 문화생활 없이 드라이한 삶을 견뎌온 나에게 허락된 음악 신의 은총을 받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좋아하는 형님 부부와 함께 찾은 그 날은 조나단 터전 트리오(Trio Jonathan Turgeon)의 공연이 있었다. 피아노, 더블베이스, 드럼으로 구성된 이들의 섬세하고도 부드러운 연주에 까닭 없는 감동이 느껴졌다. 맛있는 음식, 아름다운 선율, 적당한 대화와 소음, 부부의 마주 잡은 두 손, 완벽한 시간이었다. 특히, 도입부 부터 단번에 마음을 빼앗긴 곡이 있었는데, 당시 재즈 문외한이었던 나에게는 생소한 곡이었다. 연주를 마친 조나단(Jonathan Turgeon)에게 그 곡의 제목을 물어봤더니 그는 친절하게 <Isfahan>이라고 알려주었다.

<Isfahan>은 가장 영향력 있는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밴드 리더, 그리고 수많은 재즈 스탠다드를 남긴 듀크 엘링턴(Duke Ellington)의 앨범 [The Far East Suite]에 수록된 곡이다. 마찬가지로 전설적인 색소포니스트 조니 호지스(Johnny Hodges)의 색소폰 연주가 매력적인 곡이지만 피아노 연주도 아름답다. 그래서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원곡 대신 그날 받았던 감동을 나누기 위해 그 당시 연주와 가장 비슷한 느낌의 피아노 버전으로 소개한다. 원곡이 듣고 싶다면 여기 링크를 통해 들어보시길 바란다.

🍄 Diana Krall - Little Girl Blue

몬트리올에 살던 나는 일종의 현지 동기화(?)를 위해 음악도 캐나다 아티스트의 음악을 들어야 한다는 소심한 강박감이 있었다. 마침 몬트리올은 북미의 파리라고 불릴 만큼 예술과 음악으로 유명한 도시가 아닌가? 매년 캐나다 최대 규모의 Montreal Jazz Festival도 열린다. 캐나다와 재즈 하면 단 한 사람이 떠오른다. 바로 캐나다가 낳은 세계적인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보컬리스트인 다이애나 크롤(Diana Krall)이다. 

국내에서는 일부 재즈 마니아를 제외하고서는 무명에 가깝지만, 그녀는 세계가 인정하는 재즈 아티스트다. 3번의 그래미상을 수상했으며, 1,500만의 앨범 판매량을 기록했다. 빌보드 매거진은 그녀를 2000년대 가장 위대한 재즈 아티스트 중 한 명으로 꼽기도 했다. 이러한 업적에 캐나다 정부는 그녀에게 가장 최고위의 훈장인 Oder of Canada 훈장(Officer 등급)을 수여했다. 전 생애에 걸쳐 공적을 남긴 캐나다인을 기리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녀의 가장 큰 공적은 재즈의 대중화라고 할 수 있겠다. 자칫 어려울 수 있는 재즈를 다양한 뮤지션과의 협업, 스타일의 변화, 편곡 등을 통해 선보인 것이다. 그래, 우리는 너무나도 익숙한 L-O-V-E, Fly me to the moon, Let it snow 같은 음악을 들을 때 가장 행복하다. 게다가 고혹적이고 로맨틱한 그녀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다니 귀 호강이 따로 없다.

몬트리올을 거닐며 가장 많이 들었던 곡은 Little Girl Blue였다. 인권을 노래한 위대한 재즈 보컬리스트 니나 시몬(Nina Simone)의 데뷔 앨범 타이틀 곡이지만 나에겐 다이애나 크롤의 목소리로 듣는 버전이 오히려 편안하다. 이것이 그녀의 가장 큰 강점이다. 나 같은 막귀가 들어도 정말 편안하다는 것, 나도 재즈 좀 들을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 말이다.

🍄 Mateo Stoneman - Esta Tarde Vi Llover

캐나다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콜리🥦와 제주도 여행을 갔다. 꽤 오랜만이었던 것과는 달리 어제도 그제도 한국에 계속 있었던 것만 같았다. 1년간의 타지 생활은 마치 짧은 낮잠처럼 찰나같이 느껴졌다. 내내 춥기만 했던 캐나다와는 달리 제주도는 새봄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금오름으로 향하는 길, 거리를 수놓은 갈대 풀은 봄 기운을 담은 햇살에 황금빛 춤을 추고 있었다.

운전을 맡은 콜리🥦가 요즘 즐겨 듣는 음악이라며 애플 뮤직을 틀었다. 햇살만큼이나 따뜻한 피아노 멜로디에 기타 선율이 더해진다. 낯선 언어로 들리는 가녀린 목소리. 마테오 스톤맨(Mateo Stoneman)이라는 생소한 가수의 노래 <Esta Tarde Vi Llover(Yesterday I Heard the Rain)>다. 어쩜 이렇게나 지금, 이 순간의 분위기와 잘 어울릴까? 

미국인이면서 스페인어로 빈티지한 쿠바 노래를 부르는 그는 쿠바의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에 영혼을 빼앗겨 자신의 이름 조차도 미국식 Matthew에서 Mateo로 변경했다. 그가 완벽하게 <Esta Tarde Vi Llover>를 소화할 수 있는 것은 그의 독보적인 음색 덕분일테다. 적어도 나에게는 이 노래의 원작자인 아르만도 만사네로(Armando Manzanero)나 위대한 토니 베넷(Tony Bennett)보다 마테오 스톤맨 버전이 더 좋다.

정통 재즈는 아니지만, 부디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길 바란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던 그 날의 제주처럼 계절이 변화하는 요즘만큼 이 노래를 소개하기에 좋은 때도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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