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53] 🥦 구독자 님은 당최 재즈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반갑습니다, 콜리🥦입니다. 구독자 님은 한 주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모처럼 활기찬 일주일을 달리고 있습니다. 지난주 공지한 PRIIISM 발행 1주년 기념 오프라인 행사 덕분에요! 일 년 전 뉴스레터를 처음 띄울 때만 하더라도 저로선 전혀 생각지 못한 일이었거든요.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빠르게 참석 신청을 해주셔서 그만큼 더 행사를 잘 꾸려야겠다는 설렘과 기분 좋은 압박을 동시에 느끼고 있습니다.

뭘 하면 좋을까? 이건 어떨까? 하는 행사 기대로 마음이 들떠 있습니다. 진정하자고 생각할 정도로요! 식상할지 모르겠지만 초심으로 돌아간달까요. '한 주 동안 내 귀를 사로 잡았던 음악'을 나누자는 PRIIISM 발행 취지를 떠올렸습니다. 매번 고민 끝에 고른 곡을 소개해왔습니다만 때때로 '지금' 듣는 곡보다는 주제에 치우쳐서 노래를 고를 때도 있었거든요. 이번에는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음악을 들고 왔습니다. 바로 재즈입니다.

뉴스레터 제목에서부터 이미 많은 분들이 알아보셨을 것 같습니다. 근래 들어 부쩍 재즈에 관심 들이게 된 데에는 몇 유튜브 영상이 한몫했습니다(영상1, 영상2, 영상3). 당시 마침 재즈 입문서를 읽고 있던 터라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이죠! 코로나19로 자가격리 생활을 하면서 재즈를 틀어놓고 혼자 팔다리를 휘적이다 콜록 콜록 잔기침을 내뱉곤 했답니다. 그렇게 재즈에 재미를 붙이게 되었는데요. 그중에서도 요새 가장 많이 듣는 세 곡을 만나보시죠.

📧 추신1, PRIIISM 뉴스레터는 상단의 '🌏웹에서 보기' 버튼을 누르면 보다 쾌적하게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추신2, PRIIISM 발행 1주년 기념 오프라인 행사는 현재 대기 접수가 가능합니다. 뉴스레터 맨 아래를 참고해주세요!

🥦 Jon Batiste - I Need You

2021년 1월 국내 개봉했던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을 보셨는지. 재즈 피아니스트라는 꿈을 애써 외면하면서 음악 교사로서 쳇바퀴 굴리듯 지루한 일상을 보내는 조가 꿈에 그리던 재즈 클럽에서 연주할 기회를 얻는다. 그러나 하필 그날 조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벌어진다. <소울>은 삶이 퍽퍽하게 느껴질 때 보면 좋은 작품이다. 영화에서 수시로 흐르는 음악도 훌륭하다.

<소울>의 사운드 트랙은 두 가지로 나뉜다. 현실 세계에서 연주되는 재즈와 가상 공간에서 나오는 엠비언트 사운드인데, 각각 재즈 피아니스트 존 바티스트(Jon Batiste)와 인더스트리얼 록밴드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의 트렌트 레즈너(Trent Reznor)가 맡았다. 존 바티스트란 인물에게 호기심이 쏠렸다. 일전에 소개했던 로이 하그로브(Roy Hargrove)의 세션으로 활동했단다. 관심에 불이 붙었다. 때마침 그의 새 싱글이 나와 있었으니 바로 <I Need You>였다.

뮤직비디오가 재미있다. 사진 작품 앞에 한 여성이 멈춰선다. 존 바티스트가 슥 다가가지만 반응이 그리 좋아보이지 않는다. 그러자 그는 액자 속 음악을 불러낸다. 피아노, 콘트라베이스, 드럼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데 아니 이것은 스윙이 아닌가. 그것도 매우 스윙하고 있다! 그 리듬이 어찌나 신명나는지 액자 속 인물들이 살아 춤추기 시작한다. 존 바티스트가 남다른 춤사위와 함께 다시 한 번 여성에게 구애한다. "I just need you, you, you" 과연 그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 Bill Evans - Waltz for Debby

이제 재즈를 좀 들어보려는데 귀가 턱 막히는 장벽을 만났다. 다름 아닌 비밥(Bebop)이었다. 재즈는 1930년대 들어 미국에서 대중화되었는데 그 중심에 스윙(Swing)이 있었다. 시간이 흐르며 스윙은 점점 돈 많은 백인들의 춤 곡처럼 변해갔고,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40년대 비밥이 일어났다. 스윙이 리듬과 멜로디 위주라면 비밥은 즉흥 연주에 집중한다. 찰리 파커(Charile Parker), 디지 길레스피(Dizzy Gillespie)가 대표 주자다.

재즈 초심자인 내게 비밥은 너무 어려웠다. 무슨 의미인지 가닿을 수 없는 예술 작품을 만난 느낌이랄까. 빈틈이라곤 조금도 허용하지 않을 것처럼 악기가 연주되니 음악이 아니라 소음으로 느껴졌다. 끝까지 다 듣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참고로 다음에 소개할 곡은 하드 밥(Hard Bop)으로 분류되는데, 비밥의 순한 맛이라 보면 된다). 비밥이 어렵기는 당시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40년대 비밥을 지나 50년대 재즈 씬은 쿨 재즈(Cool Jazz)가 주도했다. 격정적인 비밥과 달리 쿨 재즈는 차분하고 세련된 느낌을 선사한다.

빌 에반스는 쳇 베이커(Chet Backer), 데이브 브루벡(Dave Brubeck) 등과 더불어 쿨 재즈를 상징한다. 특히 빌 에반스는 '재즈계의 쇼팽'이라 불릴 정도로 클래식에도 조예가 깊고 서정적인 음악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두꺼운 뿔테 안경에 포마드로 정갈하게 넘긴 머리며 거북목이 심히 우려되지만 거의 건반에 빠질 것처럼 연주에 몰두하는 특유의 자세도 인상적이다. <Waltz for Debby>는 빌 에반스가 자신의 조카 데비 에반스를 보고 썼다고 한다. 과연 빌 에반스의 다른 노래, 특히 그가 음악 활동 후반기에 낸 음악들과 달리 명랑한 감성이 묻어난다.

🥦 Art Blakey & The Jazz Messengers - Moanin'

재즈를 듣다보면 계속 마주하게 되는 단어가 있다. 블루 노트(Blue Note). 노트란 음계를 이루는 음 하나 하나를 가리킨다. 우리가 아는 도레미파솔라시도 음계는 총 7노트인 셈. 여기서 미-파와 시-도는 반음, 나머지는 온음씩 간격을 두며 음(노트)을 높여간다. 블루스(Blues)와 재즈에서는 이러한 음계에서 벗어나 미(3음)와 시(7음)를 반음씩 낮춰 얼핏 불협화음처럼 들리게 연주하는데, 여기서 재즈 특유의 분위기가 연출된다. 이를 블루 노트라 칭한다.

블루 노트가 무엇인지 각종 지식백과를 참고해서 정리해봤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고? 괜찮다. 중학생 때 음악 과목에서 23점 받은 나도 그렇다. 알면 더 좋겠지만 몰라도 재즈를 즐길 수 있다. 블루 노트는 1939년 설립된 미국의 대표적인 재즈 음반사 이름이기도 하다.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 소니 클라크(Sonny Clark) 등 소위 재즈 전설들을 거쳐 현재 진행형인 노라 존스(Norah Jones)까지, 내로라 하는 재즈 뮤지션들의 앨범이 블루 노트 레코드에서 나왔다.

배경 설명이 길었다. 아트 블래키 앤 재즈 메신저스(Art Blakey & The Jazz Messengers)의 <Moanin'>을 소개하기 위해서였다. 1958년 블루 노트 레코드에서 나온 동명의 앨범 [Moanin']에 수록된 곡이다. 주거니 받거니 하는 선창과 후창(Call & Response)으로 시작한다. 먼저 피아노가 간결한 메인 테마를 들려준다. 몸을 풀었다 싶으니 색소폰, 콘트라베이스, 피아노 솔로 향연이 펼쳐진다. 집중력이 좋을 때는 몰입하게 되지만 솔직히 듣기 힘들 때도 있다. 경계선에 걸쳐 있는 셈이다. 이렇게 취향의 영역을 넓히는 시도는 여전히 내게 매력적이고 짜릿한 일이다.

PRIIISM 발행 1주년 오프라인 행사가 궁금하다면

행사 소개 및 대기 접수 페이지 넘어가기

🎤 이번 주 소개드린 노래와 글은 어떠셨나요?

링크로 자유롭게 의견을 남겨주세요. 👉🏻 https://forms.gle/fCh3VBhXtHCCkaci8

📬 PRIIISM은 3인의 발행자가 매주 순차적으로 발송합니다. (숑-콜리-로이 순)

📌 PRIIISM이 마음에 드셨나요? 그럼 수줍게 구독과 공유를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