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97] 🌻 봄에 어울리는 노래일까요 아닐까요?

올해 1분기의 마지막 목요일에 편지를 부치는 숑🌻입니다. 어느덧 3월의 끄트머리란 사실부터 놀라운데 이렇게 표현하니 시간이 더욱 쏜살같이 느껴지네요! 구독자님에게 1분기는 어떤 인상으로 기억될지 궁금해집니다. 제 경우는 꽤 압축적으로 희로애락을 겪은 나날이었기에 하루하루가 직전처럼 선명하네요.

새로운 계절이 눈앞의 풍경으로, 살갗에 닿는 공기의 온도로 분명하게 실감나는 요즘입니다. 한편으로 성큼 다가온 계절만큼이나 PRIIISM에게 있어 의미있는(?) 숫자가 가까워지고 있어요. 이번이 97호, 그러니까 다음 달 중순이면 벌써 100호째의 편지를 부치게 됩니다. 1년이 52주니까 조만간 2주년을 맞이하게 되고요!

세 자리수 차례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쌓아올린 시간을 어떤 모습으로든 기념해보고 싶어요. 저희끼리도 나름대로 머리를 맞대고 있답니다. 다음 주쯤 100호 특집을 대비한 이벤트를 공지할게요! 그 전에, '100호에선 이런 내용을 다뤄보면 좋겠다'는 의견이 혹시 있으시면 아래 버튼을 눌러 자유롭게 말해주세요 💃🏻

오늘도 제가 평소 즐겨 듣는 노래들로 자유롭게 엮어봤습니다. 봄에 어울리는 노래라고 할 수도, 아닐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익숙할 수도, 낯설 수도 있는 곡들이겠죠. 늘 그랬듯이 즐겁게 읽고 들어주세요.

프리즘 의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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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델리스파이스 - 고양이와 새에 관한 진실

재작년 가을쯤 델리스파이스의 노래를 한 곡 소개한 적 있다. (검색해보니 무려 22호!) 그들의 노래라고는 <고백>, <차우차우> 같은 메가 히트곡만 알던 시기에 <항상 엔진을 켜둘께>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러면서도 어딘지 순애보가 느껴지는 밴드만의 분위기만큼은 균일하구나, 정도의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최근 <고양이와 새에 관한 진실>을 처음 들은 날은 그 당시보다도 더 즐거운 기분으로 한 곡 반복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모르는 델리스파이스의 명곡이 이렇게 많았다니! 은유적인 가사와 어딘지 냉소적인 분위기, 근사하면서도 끝이 살짝 찢어지는 기타 리프에 취향을 난사 당하고 말았다. 지금으로부터 20년도 넘는 과거에 발매된 앨범에 뽀얗게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지금의 감성을 덧대는 경험도 그저 소중하다.

이 노래는 2000년 2월 발매된 델리스파이스의 세 번째 정규 앨범 타이틀곡이다. 제목 끝에 'Radio Edit'가 붙은 버전과 'Or 허구'가 붙은 오리지널 버전으로 나뉘어 있다. 후자의 경우 원곡보다 3분 정도 러닝타임이 길고, 추가된 분량은 알 수 없는 비명소리로 채워져 있다. 앨범 전반적으로 흐르는 우울한 분위기에 매력을 느꼈지만 개인적으로 이 부분까지 품을 수는 없었다... 정말 궁금한 사람만 검색해서 들어보길 추천!

🌻 Oasis - Be Here Now

연초의 레터에서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달리기에 대해 쓴 에세이를 읽고 있다고 적었다. 사실 그때는 달리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도 나가서 직접 뛰어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야외 운동에 나서기에 너무 추웠으니까. 날씨는 운동을 거부하기에 가장 만만하고 든든한 핑계니까! 그러다 슬그머니 날이 풀리던 2월부터 조금씩 달려보기 시작했고, 3월엔 10km 마라톤에도 출전했다(뭔가 급전개!).

하루가 다르게 아침 공기가 사랑스러워지는 요즘은 출근 전 모닝런을 하고 싶어 러닝화를 드릉거릴 정도다. 아침과 밤의 뜀박질은 정말 다른 매력을 지닌다. 하루가 시작한 지 얼마 안된 무렵 심박수를 기분 좋게 끌어올리고, 잠에서 깬 지 얼마 되지 않은 동네 천변의 곳곳과 두 발로 인사하는 기분이란 모닝런이 주는 특권이다.

음악 큐레이션 레터인데 너무 달리기 얘기만 써버렸다. 원래 어느 분야든 갓 입문한 사람이 가장 뭣 모르고 수다스러운 법이다. <Be Here Now>는 나의 올타임 넘버원 밴드 오아시스(Oasis)가 1997년 발매한 동명의 3집 앨범에 실렸다. 어딘가 찢어지는 듯 반항적인 도입부, 중간중간 장난스러운 피리 소리도 매력적이지만 가장 좋아하는 포인트는 노래의 첫 가사다. "Wash your face in the morning sun!" 그날 하루의 첫 햇살을 온 얼굴로 받으며 달릴 때 흥얼거리기에 이보다 더 적절한 노래는 없다.

🌻 Zior Park - FALLING FROM THE SKY

최근 지올팍(Zior Park)이란 아티스트를 새로 알게 되었다. 내 주변 많은 이들도 겪었듯 올해 초 발매한 <CHRISTIAN>이란 곡이 숏츠 알고리즘에 자주 떠서였다. 하도 많이 노출되어서 바이럴 논란도 돌았다고 들었는데, 그래도 귀에 입장하는 노래의 첫 소절이 매력적이니까 사람들의 스크롤을 멈칫하게 만든 게 아닐까?

요즘 자주 듣는 그의 노래는 작년 6월 발매한 싱글 <FALLING FROM THE SKY>다. 오피셜 뮤직비디오는 따로 있지만, 기괴한 분위기가 그다지 내 취향은 아니어서 일부러 다른 영상 링크로 가져왔다. 사실 앨범 아트부터 풍기는 괴짜 같은 면모가 노래 자체에서는 두드러지지 않는다. 되려 독특하고 중성적인 톤의 목소리, 동화 속을 나는 듯한 곡의 분위기에 빠져들어 몽롱해질 뿐이다.

지올팍에 대해 내가 아는 정보는 그가 2018년 데뷔했고, 지금은 마미손이 만든 레이블에 소속되어 있으며, 대부분의 노래를 영어로 작사 작곡한다는 정도다. 아직 많은 노래를 들어본 건 아니지만 본인만의 세계관과 의미를 노래에 적극적으로 담는 모습이 건실하게(?) 느껴진다. 꾸준한 음악가에게는 숏츠 알고리즘보다 더 확실한 기회의 신이 손을 내밀 테다. 그의 신보를 앞으로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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