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11] 🌻 바쁘고 더운 유월,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

한 주도 잘 지내셨나요? 숑🌻입니다. 어느덧 한 해의 절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군요. 여름이란 계절의 내핵을 향해 하루하루 성큼성큼 나아가는 느낌이에요. 그치만 여름이 다 저물고 나면 '아, 뭐했다고 한 해가 다 갔지!' 하며 뻔한 레파토리를 읊게 될지 몰라요. 여름을 진정 알차게 즐기는 자만이 한 해의 허무를 덜 느낄 수 있다, 저는 늘 이렇게 주창하고 있답니다.

저는 한때 여름을 '네 번째로 좋아하는 계절'이라 꼽아 왔어요. 그냥 제일 싫어하는 계절이란 의미죠. 그러다 3년 전쯤부턴 '두 번째로 좋아하는 계절'까지 위치가 격상했습니다. 러닝, 크로스핏 등 본격적으로 땀 흘리는 운동을 즐기게 된 덕분이었어요. 땀을 줄줄 흘리는 순간이 스스로 자연스러워지니 마음의 시야가 트인 기분이라고 할까요. 햇빛을 받아 폭발하듯 생생한 채도의 식물들, 시원시원하고 멋진 사람들의 옷차림, 뭐든 더 청량한 풍경 같은 것들을 기쁘게 바라보게 됐어요.

그래서 올해 여름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껏 기대할 만한 즐거운 사건들을 달력 군데군데 꽃피워 놓기도 했어요. 친구들과 궁금했던 국내 도시에 1박 2일 여행 가기, 배 타고 섬에 가기, 락 페스티벌, 크고 작은 공연까지! 구독자 님이 올 여름 기대하고 있는 사건은 무엇일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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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BH - Saturday On The Balcony

근 3주 간 나의 근황이라면, 바빴다. 그저 바빴다고밖에는 말할 수 없다. 며칠씩 연달아 야근을 하니 기본적인 사고회로가 점차 짧아진다고 느끼고 있다. 하루하루의 업무가 시험 문제 같고 동시다발적으로 꽉 붙든 문제가 한둘이 아니라 손에 쥐가 나는 느낌이다. '이번 주만 버티자'는 생각을 10주 넘게 지속하고 있다. 근데 정말 이번 주만 지나면 괜찮아질 것 같은데...? (무한 굴레)

12BH의 음악은 이렇게 꽉 찬 밀도로 바쁜 일상에 선선한 자연풍처럼 힐링이 되어 줬다. 이름이 생소한데, 이들은 2023년 데뷔한 한국 밴드고 '원 투 비 하이(want to be high)'로 읽는다. 제목처럼 마치 토요일 오전 발코니에서 여유 부리는 순간을 닮은 <Saturday On The Balcony>를 포함해 <Oh emily !>, <Singing Bird>를 자주 들었다. 나사를 잔뜩 조인 듯한 나날에 잠시 고맙게 스친 산들바람으로 이들의 목소리를 기억하게 될 듯하다.

🌻 화이트 - W.H.I.T.E

그 옛날 '윈앰프'를 쓰셨는지? 알송과 비슷한 음악 재생 프로그램인데, 노래를 다운 받아 듣던 시절 애용했다. 레트로한 디자인에 테마 컬러도 내 맘대로 바꿀 수 있었던 기억. 당시 들었던 2000년대 초반 추억의 명곡들이 무수하지만 화이트의 노래는 추억이라 칭하기 모호하다.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주구장창 무수히 듣고 있으니까.

사실 5월 말 발매한 아이유의 새로운 리메이크 앨범을 듣다가 화이트를 다시 떠올렸다. 아이유가 다시 부른 <네모의 꿈>을 듣는데 내 취향에는 영 아쉬웠던 것이다. (목소리마저 각진 듯 정직하고 결백해야 하는데 아이유는 너무나 감미로워...)

그러다 <W.H.I.T.E>를 다시 들었다. 제목은 화이트라는 그룹명에서 따 왔는데 '음악이 줄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즐거움 (We Have an Ideal Taste of Enjoyment)'란 뜻이라고. 음악 감독으로서 가진 유영석의 멜로디 감각이 폭발한 앨범이기도 했다. 음악이 주는 긍정적인 고양감이 시작부터 끝까지 흘러 넘친다. '램프의 요정을 따라서~' 흥얼거리다 보면 현실의 팍팍함이 잠시 잊히면서도 아무 생각 없이 즐겁게 듣던 어린 시절이 떠올라 아련하기도 하고.

🌻 Elton John - Honky Cat

'이 계절엔, 이 달엔 꼭 이 노래를 들어야 해!'라는 나만의 규칙이 있으신지. 추운 동지 날이면 팥죽을 먹고 정월 대보름에 부럼을 깨 먹듯 특정 시기에 그 음악을 들어야만 시간을 제대로 보내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내게 있어 엘튼 존(Elton John)은 매년 유월을 대표하는 가수다. 이유는 단순했다. 언젠가의 유월에 그의 전기 영화 <로켓맨>을 인상 깊게 감상했기 때문이다. 화려하지만 외로운 아티스트의 삶을 진지하게 조명하면서도 온몸을 들썩이게 하는 뮤지컬 영화의 요소까지 놓치지 않은 영화였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재밌게 보셨다면 <로켓맨> 또한 분명 후회하지 않을 선택!)

<Goodbye Yellow Brick Road>, <Your Song>, <Rocket Man>까지 소개하고 싶은 그의 명곡이 많지만 날이 날이니만큼(?) 무더운 날씨에 경쾌하게 들을 수 있는 곡으로 골라 소개해 본다. <Honky Cat>은 1972년 발매한 엘튼 존의 다섯 번째 정규 앨범에 실렸다. 도시의 삶에 환멸을 느끼며 시골 생활을 추억하는 노랫말인데, 리듬에 맞춰 고개를 까딱이다 보면 후끈한 공기도 조금은 산뜻하게 느껴진다. 뮤지컬 형식의 연출이 두드러지는 영화 속 노래 씬도 함께 첨부해 본다. 엘튼 존으로 완벽하게 분한 테런 애저튼의 끼 넘치는(?) 걸음걸음이 인상적이니 이왕이면 영상과 함께 감상해 보시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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