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34] 🍄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마지막을 기념하며

안녕하세요, 여러분! 로이🍄입니다. 잘 지내셨나요? 저는 지난 3주 동안 몸도 마음도 바쁘게 보낸 것 같습니다. 먼저는 저도 요즘 러닝에 빠져 있는데요. 생애 처음으로 하프 마라톤을 달려보았습니다. 오래 달리기에 큰 장기가 없는 저에게는 일정한 페이스와 호흡으로 더 빠르지고 않고 느리지도 않게, 생각한 시간대에 들어오는 것이 목표였답니다. 다행히 그것을 이뤄 매우 기뻤답니다. (무릎이 여전히 좀 시리긴 하지만요)

다음으로는 오늘 레터의 주인공이기도 한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마지막] 공연을 2회차나 즐겼다는 것입니다. 이미 PRIIISM 뉴스레터 최다 태그 뮤지션이기도 할 만큼, 대놓고 저의 애정을 독차지 하고 있는 밴드인데요. 지난 레터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아쉽게도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는 20년 간의 활동을 마치기로 했습니다.

대전, 목포, 제주 등 전국 각지를 돌며 공연을 마친 그들은 마지막으로 서울과 그들의 요람이라고도 할 수 있는 홍대의 [채널1969]에서 20년간의 대장정을 마쳤습니다. 저는 앵콜과 앵앵콜까지 총 3회에 걸친 [마지막] 공연 중 2회를 방문하여 그들의 마지막에 인사를 건넸습니다. 수줍게도 구남의 리더 조웅 님께는 PRIIISM의 존재를 살포시 전했고(인터뷰도 했었으니까요), 그동안 덕분에 즐겁게 무릎팍을 흔들 수 있었다고 감사의 말도 전했습니다.

특히, [채널1969]에서의 2회차 공연은 거의 4시간에 가까운, 뜨거운 파티 혹은 집회와도 같았는데요. 제 나이도 나이인지라 막판에는 조금 지쳐있기도 했답니다. [마지막]의 마지막 곡 <동해>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을 때는 "그래, 이제 됐다. 됐어"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런데, 공연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제 마음엔 "다시 또 보고 싶다", "이제 못 본다고 하니 너무 서운하다"는 마음이 일어났습니다. 

그동안 즐거운 음악을 들려주셨고, 즐길 수 있었음에 감사한 마음이 먼저 들었지만, 결국 마음 속 깊은 곳에 들었던 감정은 '서운함'이었습니다. 이제 영상으로나마 남아있는 라이브와 앨범 속 음원을 들으며, 구남을 추억하고 즐기는 것만이 남았습니다. 서운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앞으로 또 다시 펼쳐질 다양한 길들을 응원하고자 합니다. 혹시 또 모르지요. 다시 꺼졌던 자동차의 엔진에 불이 켜질지도요. 그때 다시 두 팔 벌려 이들을 환영해야겠습니다. 

오늘은 이들의 마지막을 기념하며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가장 대표적인 노래들로 뉴스레터를 구성해보았습니다. 이제는 꽤나 시간이 지난 네이버 온스테이지에서의 라이브인데요. 조만간 [마지막] 공연의 라이브 실황 영상도 올라올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때 한번 더 여러분께 소개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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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 건강하고 긴 삶

“무릎팍을 움직여보자”며 시작되는 <건강하고 긴 삶>은 구남의 라이브 공연에서 인트로를 지나 본격적인 메인 시퀀스로 진입하는 신호탄과 같은 노래다. 조웅의 그루브 넘치는 기타 리프가 시작되면, 관객들은 환호와 함께 리듬을 타며 점점 음악에 몰입하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이 노래의 백미는 가사에 있는데, 시적인 가사에는 곡이 발표된 당시의 구남과 조웅의 마음이 담겨있는 듯 하다. 

고향 동네의 어느 늦은 밤, 할 일도 없고 시간만 많아 동네 뒷산의 저수지까지 오른다. 관리된 듯 안된 듯 적당한 풀숲이 우거진 저수지는 달빛을 품은 덕분에 거울처럼 빛나 아주 어둡지도 않고 적당하다. 유난히 둥근 달을 바라보다 괜히 지난 날의 후회와 누군가의 얼굴이 떠오른다. 적당한 건강을 위해 매일 콩밥을 지어 먹는 일상과는 달리, 내 손목에 찬 시계는 어느새 방수 기능을 잃어버렸다. 이 저수지의 밤이 그리움만 더욱 짙게 만드는데, 그리움에만 빠져서 무엇할까? 그럴 때일 수록 내 손에 들려 있는 기타나 쳐야지! 마음 속 그리움을 모두 덜어내 저 깊은 저수지에 꽁꽁 숨겨버려야지.

어느새 나도 그 저수지 앞에서 기타 소리를 들으며 손을 들고 몸을 흔들며 한밤의 댄스를 추게된다. 처량함에 깊이 빠져들 때쯤 외치는 조웅의 한 마디 “내 기타는 뭐라고?” “락앤롤!” 괜한 후회와 슬픔, 그리고 처량함에 빠져있지 말자. 그저 기타 그루브에 몸을 맡기자. 락앤롤이 우리를 다시 살게 해줄 것이다. 

🍄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 도시생활

라이브 공연이 절정으로 무르익어 갈 때 쯤, '아직 지친거 아니지? 큰 거 간다'는 듯 <도시생활>의 전주가 시작된다. 관객들은 다시 한 번 환호성과 함께 방방 뛰며 슬램을 한다. <도시생활>은 어쩌면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라는 밴드를 가장 잘 설명하는 곡일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밴드가 그렇듯 첫 앨범에는 그들의 꿈과 이상이 분명 다 녹여져 있을 텐데, 그중에서도 가장 강력하고 에너제틱한 곡이 바로 이 곡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타이틀이라는 이름에 모자람이 없는 곡이다. (도시생활이 수록된 구남의 1집 앨범 [우리들은 꺠끗하다]는 EBS 스페이스 공감이 20주년을 기념해 선정한 2000년대 한국대중음악 명반 중 하나로 뽑혔다)

당시 노래를 만들었던 조웅과 임병학이 어느 지역 출신인지는 모르겠지만(두 사람은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다), 도시생활 가사로 미루어보아 적어도 큰 도시는 아닌 어느 한적한 지방 출신이려나 싶다. 시골에서만 살기에는 젊음이 아까운게 아니라 "도시에서만 살기엔 젊음이 아깝다"는 가사가 재미있다. 어쩌면 서울 사람들이 시골에 대한 낭만으로 노래하는 것일 수도. 어쨌든 이 가사를 가장 힘있게 부르면서 뛰고 즐기는 것이 이 노래의 묘미다.

이들의 [마지막] 앵콜 공연을 보러 홍대 채널1969에 방문했다. 다양한 나이대의 관람객들이 구남의 마지막 공연을 즐기러 모였다. 서울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모였으려나, 이들은 도시에 살면서 어떤 것들을 그리워하고 있을까? 나도 내 고향을 떠나 이곳 도시에서 산지 어언 15년이 가까워지고 있다. 나는 여기서 무엇을 찾고 헤매고 있을까. 여전히 도시의 생활, 지겨울 만큼 하고 있다.

🍄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 장단

이 노래가 시작된다면, 구남의 라이브 공연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것일테다. 조선 사이키델릭, 조선 그루브라고 불리는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정수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곡이 바로 <장단>이다. 아마 구남의 팬이라면 누구나 가장 먼저 구남하면 떠올리는 대표곡이자, 가장 사랑하는 곡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쩌면 구남의 정체성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노래.

<장단>은 아주 오래 전, 조웅이 서울 부암동 언덕의 한 친구집 창고에서 작업한 곡이라고 한다. 오갈 데가 없는 몸도 마음도 가난했던 아티스트는 그러한 와중에도 가슴에서 떠오르는 심상을 따라 이 곡을 작업했다. 구남의 끝이 다다른 지금, 이제는 공연장에서는 모두가 이 <장단>에 맞춰 춤을 춘다. 구남은 [마지막] 공연을 마치고 "이 노래를 모두가 함께 부르고 춤추는 것만으로도 이미 꿈을 이룬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구남의 [마지막] 공연이 열리던 공연장에서 <장단>이 울려퍼지자 밴드 멤버 뿐만 아니라 스탭 등 모두가 함께 무대에 올라 춤을 췄다. 심지어 앵골 공연에서는 관람객들도 함께 무대에 난입해 춤을 췄다. 구남의 장단에 맞춰 너도나도 덩실덩실 몸을 흔들었다. 장단은 노래 자체가 흥겨운 음악과는 달리 조금은 쓸쓸한 가서 덕분에 여러가지 감정이 드는 노래다. 그래서인지 누군가는 울면서 춤을 추는 듯 하기도 했다.

이런 노래를 다함께 부르고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나도 괜히 울컥했다. 20년 동안 계속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는데,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마지막을 보고 있자니 서운하다. 그래, 지금 구남을 떠나보내는 내 마음은 서운함이다. 이 라이브를, 더 많은 작품을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무척 서운하다.

그러니 다시 돌아와도 괜찮겠다. 번복이라는 것 사실 쉬운거다. 두 팔 벌려 환영해주는 우리가 있으니, 꼭 다시 돌아와주길 바란다. 영원하라!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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