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35] 🌻 음악을 듣기 싫어진 적 있나요

한 주도 잘 지내셨나요? 숑🌻입니다. 연말이 머지않은 시점입니다. 이미 연말에 이르렀다고 봐도 되겠죠. 느끼지 않을래도 길거리를 걷기만 해도 연말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집니다. 나뭇가지와 하늘 사이를 화려하게 채우던 단풍은 낙엽이 되어 대부분 떨어졌고 사람들의 옷차림이 두터워지고 있어요. 스타벅스에선 캐롤이 흘러나온지 오래인 데다 크리스마스 메뉴를 선보이면서 새빨간 컵 홀더를 끼워주고요.

구독자님은 연말 루틴이 있나요? 저에겐 일단 다이어리를 사는 일입니다. 중학생 때부터 매일 일기를 써 오면서 2013년부터는 몰스킨 포켓 사이즈에 정착했거든요. 일기장 업체의 시즌은 가을, 빠르면 늦은 여름부터 시작한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저는 매년 9월 말쯤 늘 구매하던 사이트에서 얼리버드로 판매하기 시작하는 몰스킨을 주문하면서 저만의 연말을 시작합니다.

일찌감치 연말을 대비한 만큼 든든하고 알찬 일정으로 채워보려고 해요. 연말을 잘 보낸다는 정의도 기준도 천차만별이겠지만, 저는 한 해를 돌아볼 여유와 시간이 넉넉한 상태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소중한 사람들과 모여 앉아 저마다의 연말을 돌아볼 때 충만하고 차분한 심신이고 싶어요. 봄은 생동하느라, 여름은 뜨거워서, 가을은 뿌려온 것을 수확하느라 바빴으니 겨울만큼은 느긋하게 웅크리고 있어도 괜찮을 테니까요. 모두들 나만의 멋진 연말을 기다리고 계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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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vid Bowie - Sound And Vision

몇 주간 노래를 거의 듣지 않았다. 마음이 분주할 땐 음악을 듣는 일마저 부담스러운 인풋으로 느껴졌다. 정적만이 확실한 휴식이었다. 업무가 절정으로 바빠서 매일 야근하던 시기는 지나갔는데도 여전히 마음이 제 자리에 있지 않다고 느낀 날이 많았다. 그나마 음악을 듣고 싶을 때면 가사 없는 재즈나 클래식만 들었다. 어떻게든 사람 목소리를 듣지 않아서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BGM 없는 일상이 하루하루 칙칙하고 재미없어진다고 느꼈다.

데이빗 보위(David Bowie)의 <Sound And Vision>의 도입부를 듣던 순간의 기분은 마치 이 곡의 노랫말과도 비슷했다. 3분 길이의 노래가 시작되고 절반이 지날 때까지 보위의 목소리는 없다. 한참이나 이어진 경쾌한 멜로디 너머로는 차갑고 파란 방에서 새로운 축복을 기다린다는 내용의 가사가 흐른다.

<Sound And Vision>은 1977년 발매된 보위의 열한 번째 정규 앨범에 실렸다. 심각한 마약 중독과 편집증에 시달리던 그가 심신의 재가동을 위해 애쓰던 시기기도 했다. 무감한 상태에서 무언가-창작이든, 새로움을 보고 듣고 느끼는 감각이든-를 기다리는 듯한 곡의 메시지가 마음에 와 닿았다. 작은 것에 감탄하고 감각을 활짝 열어놓던 시기로 분명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도닥여주는 것만 같았다. 분명 그랬던 시기가 있었으니까.

🌻 림킴 - 널 어쩌면 좋을까

11월 말이면 첫눈이 내리기도 했던 것 같은데 올해는 그렇게 춥지 않은 것 같다. (내가 너무 껴 입고 다녀선가..?) 기온이 꽤 떨어지나 싶으면 다시 온화해지거나 추적추적 가을비가 떨어진다. 아무려면 가을이 조금은 연장되는 느낌이라 좋다. 주머니 밖으로 손을 꺼내놓아도 그닥 시리지 않은 이 날씨를 한껏 누리고 있다.

아주 두툼한 목도리보다는 허전한 목에 가볍게 두르는 머플러 같은. 김예림의 목소리는 나에게 그런 이미지다. (활동명 '림킴'은 왜인지 여전히 조금 어색하다) 길을 걸으며 목소리를 듣는 일만으로 목과 귀의 온도가 조금은 오르는 것만 같다. <널 어쩌면 좋을까>는 2013년, 그가 경연 프로그램을 마친 이후 처음 발표한 앨범에 실려 있다. 이 사실 때문인지 그 시기에 얽힌 풋풋한 기운 탓인지, 듣고 있자면 마음이 따끈하고 부드러워진다.

🌻 Yo La Tengo - Autumn Sweater

너무 많은 자극에 지쳤을 때, 그래도 음악을 들을 힘이 조금은 남아 있을 때 요라텡고(Yo La Tengo)의 음악을 자주 들었다. 벨벳 언더그라운드를 떠오르게 하는 나직한 보컬과 조근조근한 멜로디는 요즘처럼 차차 날이 차가워지는 날씨에 맞춘 듯 어울린다. 이들을 언제 처음 들었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이렇게 숨쉬듯 들어 왔는데도 이제껏 PRIIISM에서 소개한 적 없었다는 사실에 혼자 놀랐을 뿐이다.

1984년 미국에서 결성한 밴드인 요라텡고의 정체성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인디'일 듯하다. 이들의 모든 앨범을 들은 건 아니지만 다루는 장르가 상당히 다채롭고 유유하게 흘러가면서도.. 결코 '상업적'이지 않다는 느낌이다. (인디와 상업을 분리하는 태도는 이제 너무 올드한가? 아무튼..) 결성 초기부터 30년 이상 멤버가 바뀌지 않은 점도 이들의 음악 색깔에 영향을 줬을 테다. 말하자면 인디밴드계 노포 맛집을 소개하듯 요라텡고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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