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33] 🥦 요즘 나도 모르게 이 곡들을 흥얼거려

반갑습니다, 콜리🥦입니다. 하늘은 청명하고 땅 위에선 단풍이 농익는 계절입니다. 길가의 은행나무, 공원의 단풍나무가 노랗고 붉게 물들었네요. 봄날에 돋아나는 연둣빛 새싹에서 생동감이 느껴진다면, 가을날 나뭇잎들이 노랗고 붉고 푸른(소나무 같은 상록수) 모습에선 절정미랄까요, 화려함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아쉽게도 그런 화려함은 잠시뿐입니다. 단풍잎이 땅에 떨어지면 화려함이 이내 쓸쓸함으로 변모하니까요. 그러니 화무십일홍은 단풍에도 적용될 수 있는 말이 아닐까 싶네요.

이번 가을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시월 중순에 덥석 겨울이 와버린 듯 추워서 올해 가을은 생략되는 걸까 서운했지만 이후로 날이 풀려서 다행히 가을 날씨가 유지되고 있네요. 가까운 산과 들로 나들이를 가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여의치 않다면 가까운 공원이나 동네를 평소보다 느긋하게 걸어보는 것도 좋겠네요. 두리번 두리번 거리면서요. 유유자적. 그러다 좀 춥거나 쉬고 싶어지면 근처 카페에서 따뜻한 라떼를 홀짝이면 정말 좋겠고요. 붕어빵도 좋겠습니다(전 팥으로만 먹습니다).

낮엔 따뜻하지만 아침과 밤엔 제법 쌀쌀합니다. 추위를 많이 타는 분에겐 춥게 느껴질 것 같아요. 모쪼록 환절기 건강 잘 챙기시길 바라요. 오늘 PRIIISM은 최근 재발견한 것을 계기로 자주 듣고 있는 곡, 새로 알게 되어 자주 듣는 곡, 이런 날씨에 꺼내 듣는 곡으로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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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Doobie Brothers - What A Fool Believes

벌써 딱 한 달이 지났다. 열 시간 넘게 비행할 일이 있었다. 항공기에서 잠을 잘 자는 편이 아니라서, 매번 항공기에서 제공하는 영상물이나 휴대전화에 미리 다운 받아놓은 음악과 팟캐스트에 의지해 시간을 보낸다. 버틴다고 표현해도 좋겠다. 이번에도 몽롱한 채 팟캐스트를 좀 듣고, 잠시 졸고, 뭐 볼 거 없나 리모콘을 누르다가 다큐멘터리 하나를 만났다. 이름하야 <Yacht Rock: A Dockumentary>. 오호라 요트 록 다큐멘터리라니, 냉큼 재생 버튼을 눌렀다.

요트 록은 예전에 PRIIISM에서 아주 짤막하게 언급한 적 있는데, 두비 브라더스(The Doobie Brothers)의 <What A Fool Believes>가 요트 록을 상징하는 곡이다. 이번에 다큐멘터리를 보며 알게된 것은, 이 곡에서 노래한 마이클 맥도널드(Michael McDonald)가 그 주인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요트 록에서 대단히 중요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역시 노래 실력 때문이다. <What A Fool Believes>만 들어봐도 예사롭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냥 들으면 발랄한 반주와 겹겹이 쌓인 아름다운 화음에 귀를 빼앗겨 잘 모를 수 있으나 일단 음이 높고, 진성과 가성을 넘나들며, 후렴구로 가면 숨쉴 틈이 거의 없다.

이러한 보컬로서의 매력 덕분에 마이클 맥도널드는 두비 브라더스뿐만 아니라 스틸리 댄(Steely Dan)에서도 노래했고 물론 솔로로도 활동했다. 마이클 맥도널드의 목소리가 맘에 든다면 일단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요트 록을 접해보는 것을 권한다.

🥦 Joe Pass - The Song Is You

예전엔 무슨 매력인지 알 수 없었던 음악을 하나둘 재발견 하는 것은 반갑고도 즐거운 일이다. 앞서 소개한 요트 록이 내겐 그런 경우다. 그리고 몇 년 전부터는 '인스트루멘탈(Instrumental)'이라고 분류되기도 하는, 노래 없이 악기 연주만으로 이뤄진 곡도 그렇다. 즐기기 위해서는 노래가 있는 곡에 비해 품이 더 들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노래가 있는 곡보다 대체로 듣기 편안한 것도 그 매력에 한몫한다.

조 패스(Joe Pass)는 1970~80년대를 풍미한 재즈 기타리스트다. 가만 들어보면 연주가 굉장히 빠른데 소란스럽지 않다. 옥구슬 굴러가듯 또랑또랑하게 연출된 여섯 개 기타 줄을 섬세하게 연주하는 것이 조 패스의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The Song Is You>는 1973년 발매된 [Virtuoso]에 수록되어 있다. 상승과 하강을 오가는 선율에 귀가 즐겁다. 등장하는 악기라고는 조 패스의 기타 단 하나뿐이지만 지루할 새가 없다. 이 곡이 수록된 앨범 제목 'Virtuoso'의 뜻이 '거장, 명연주자'다. 그 대담한 앨범명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 최유리 - 오랜만이야

아침과 밤에 제법 춥다. 아직 한낮엔 따스하지만 아침과 밤 공기에서 겨울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날이 추워지면 나는 따뜻한 질감을 주는 곡을 재생 목록에 추가하곤 한다. 나와 같은 분들에게 최유리를 권한다. 드라마 O.S.T. 등으로 대중적으로 이미 많이 알려져 있어서 따로 소개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최유리는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싱어송라이터다. 보듬어주는 듯한 따뜻한 목소리가 매력적이다.

<오랜만이야>는 지난해 봄에 싱글로 발매되었다. 노랫말이 목소리만큼이나 감성을 촉촉히 적신다. 바쁜 일상을 아등바등 살아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지칠 때가 있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원래 내가 맞나 싶을 때도 있다. 그럴 때 듣는 <오랜만이야>의 후렴구 첫 마디, "날 사랑해도 돼"는 묘하다. 이 문장은 이런 나를 사랑해줄 수 있냐고 묻는 것 같기도 하고, 사랑해달라고 손을 내미는 것 같기도 한 것이 묘하다. 곰곰이 듣게 하는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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