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01] 🎙️ 건강하고 길게 노래하는 삶,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안녕하세요, 로이🍄입니다.

오늘 이 뉴스레터를 열어보신 구독자 님, 정말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오늘은 평소와는 다른, 특별한 레터로 인사드리려고 합니다. 바로 올해부터 음악 큐레이션과 함께 새로운 인터뷰 시리즈를 시작하게 되었기 때문인데요.

오랫동안 다양한 음악을 소개하며, 언젠가 저희가 사랑하는 뮤지션들의 이야기도 함께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이제 그 첫걸음을 내딛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뮤지션을 소개해 드릴 예정이니, 기대와 응원 부탁드립니다.

제가 PRIIISM을 통해 가장 많이 소개해 드리기도 한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이하 구남)는 아마도 우리나라 출신의 밴드 중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독보적인 정체성을 갖고 있는 밴드일 것입니다. 한국적인 소울 등으로 표현되는 그들은 지난 20년간 '우리 안에 있는 무언가를 다듬어 음악으로 표현하는 일'에 몰두해 왔죠.

2010년대 초반이었던가요. 서울의 한 음악 페스티벌에서 처음 구남을 알게 된 후, 이어폰을 넘어 각종 페스티벌과 클럽, 단독 공연 등 다양한 공간에서 그들의 음악을 만나왔습니다. 그들의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제가 경험하고 들은 구남은 늘 '건강하고 긴 삶'을 영위하며 음악을 해오고 있고, 또 지금도 그러한 음악을 지금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들과 직접 소통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정말 기쁩니다. 구독자 님께서도 이 인터뷰를 통해 구남의 음악과 한 걸음 더 가까워지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구남을 만나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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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시리즈로 만나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다면 마음껏 추천해주세요. https://forms.gle/fCh3VBhXtHCCkaci8

Q. 2007년 1집 [우리는 깨끗하다]로부터 많은 시간이 지났습니다. 오랫동안 구남을 이어오고 있는데, 지금 구남을 음악하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그동안 여러 인터뷰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무대에서 벌어지는 '순간성'에 큰 희열을 느끼는 팀이고요. 그 큰 기쁨이 저희의 원동력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더불어, 긴세월 저희 공연을 즐겨주시는 팬분들이 있어 가능한 일이죠.

Q. 가장 최근에 발매한 앨범 [1969]는 채널1969에서 라이브로 원테이크 녹음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저 역시도 구남의 첫 공연을 채널1969에서 봤죠. 마치 홈그라운드처럼 느껴지는데, 채널1969는 구남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저희가 전국으로 공연을 하러 다니고, 심지어 해외 활동도 많이 해온 편이지만, 사는 곳이나 생활의 범위로 생각해보면, 기본적으로는 한 지역을 기반으로 한다고 말할 수 있고요. 그 지역이 저희가 출발한 홍대이고요. 그 홍대에 저희의 현재 홈구장 같은 곳이 채널1969인 셈이죠. 채널1969는 저희에게 그런 의미입니다.

Q. [1969]에서 가장 좋았던 곡은 <불발>과 <동해>였습니다. 먼저 <불발> 이야기를 해볼까요? 기타 리프 덕분인지 매우 강렬한 시작이었는데요. 특히, <돌멩이 같은 주먹을 주머니에 박아 둔 채로 청춘이 다 닳도록 혁명은 오지 않았네>라는 가사는 뭔가 자조적인 느낌마저 듭니다. 어떤 마음으로 이 곡을 만들었을까요?

젊은 시절, 어떤 사람들은 혁명을 꿈꾸죠. 그건 다만 정치적인 의미를 말하는 건 아니고요. 뭔가를 이뤄내겠다는 포부, 새로움을 만들어 내겠다는 희망 같은 건데요. 지나고 보면, 그건 출발하는 지점에 가졌던 '동기'라는 에너지 그 자체인 것 같고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에너지는 소진되기 마련이잖아요? 저희도 많은 시간을 보내오며, 느껴지는 그 시들함에 대해 노래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곡의 느낌은 오히려 반대로 더욱 강렬하게 표현하려고 시도한 것 같습니다.

불발 | Seoul Life 투어의 중 서울 연희동 연희이비인후과에서

Q. 앨범 전반적으로 느껴지는 자조적인 분위기와는 다르게 마지막 트랙 <동해>는 사뭇 로맨틱합니다. 저 역시도 속초나 강릉 등으로 자주 여행을 가는데요. 서울-양양고속도로를 타고 설악산을 넘고,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대관령을 지나 마침내 마주하게 되는 푸르른 바다를 느껴봐서 그런지 더욱 저에게 로맨틱하게 다가왔답니다. 구남에게도 특별한 추억이 있었던 걸까요? 가사 속 오래전 추억과 그 기억이 궁금합니다.

그쪽에 오랜 친구들이 몇 있고요. <동해>라는 곡은 그들 중, 속초에 사는 친구가 제안해서 만들어진 곡입니다. '칠성조선소'를 운영하는 친구인데, 그들이 진행하는 문화사업의 일환으로 동해를 주제로 곡을 의뢰받았고요. 그때가 마침 앨범을 준비하던 중이라, 앨범에도 수록하게 되었습니다. 그밖에 강릉에 전집, 사천진에 물회집 등 종종 찾는 곳이 몇 있긴 합니다. 다 이런저런 추억으로 생겨난 단골집들이죠.

동해 | 서울-양양 고속도로에서 이 노래는 무조건 들어야 한다.

Q. 앨범 발매 이후 진행한 'Seoul Life(서울 라이프)'라는 투어에서는 특이하게도 이비인후과에서 라이브를 진행했습니다. 재미있고 독특한 공연의 모습이었습니다. 혹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Seoul Life(서울 라이프)'라는 기획은 서울의 여러 장소를 연주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고자 만들어진 기획인데요. 그중 한 곳이 지인의 병원이었어요. 특별한 이유라기 보다는 그냥 재밌을 거 같아서... 아무튼 '서울 라이프'는 또 언제고 열릴 겁니다. 왜냐하면, '서울 라이프' 때문에 구매한 장비들이 많거든요. 손익분기점이 멀었습니다.

Q. 구남의 노래를 듣다 보면 역시 한국적인 사운드라는 느낌을 꾸준히 받는 것 같아요. 1집 [우리는 깨끗하다]의 <도시생활> 등이 그랬고 2집 [우정모텔]의 <장단>, <건강하고 긴 삶>, 그리고 3집의 [썬파워]의 <피>, [1969]의 <봄에 핀 꽃>도 그렇고요. 꾸준히 이러한 스타일이 나오는 그 근본적인 배경은 무엇이 있을까요?

기본적으로 음악에 우리들의 'Soul'을 담고 싶은데요. 우리가 아무리 제임스 브라운을 좋아해도, 혹은 마일스 데이비스나 데이빗 보위를 엄청 좋아했어도 그것은 온전한 우리의 것이 될 수 없기에, 그 닿을 수 없는 모자람을 쫓느니 차라리 우리 안에 있는 무엇을 움켜잡아 보는 겁니다.

Q. 예전 앨범 이야기를 해서 말인데, 만나서 가장 이야기해 보고 싶은 곡은 2집 [우정모텔]의 <건강하고 긴 삶>이었습니다. 제목이 매우 인상적이었고 가사는 시적이라 마음에 꼭 간직하던 곡이었습니다. 건강하고 긴 삶은 구남만의 삶의 태도인가요? 무엇이 건강하고 긴 삶일까요?

건강하고 긴 삶이란... "몸이 건강하고, 실제로 긴 시간을 영위하며, 마음이 자유롭고, 정신이 또렷하며, 미소가 훌륭한 그런 삶"이 아닐까요. 마침 그 주제로 곡을 써보고 있어서 이런 얘기들을 열거했습니다.

건강하고 긴 삶 | 가장 좋아하는 라이브. 건강하고 길게 살고 싶다.

Q. 4집 [모래내판타지]에서는 뭔가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메시지들이 담겨 있는 듯했습니다. SNS를 통해 여의도 탄핵 집회에도 공연하시는 모습을 봤어요. [망한 나라에서 산다]라는 플래그와 함께요. 이 망한 나라가 어떻게 하면 다시 살 만한 나라가 될 수 있을까요?

너무 어려운 주제지만, 하나의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자기 자신과 더불어 이웃과 공동체를 귀하게 여길 줄 알아야 하며, 삶 속에서 돈보다, 경쟁하고 이기는 것보다, 더 나은 스스로의 가치를 발견하고, 추구하는 사회의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은 할 수 있겠습니다.

Q. 지난해 화제를 모으고 종영한 드라마 [정년이]의 OST 중에서 <목포의 눈물>을 조웅 님께서 부르셨습니다. 조웅 님께서 드라마 OST라니 의외이면서도 반가웠습니다. 참여하게 된 스토리와 작업 후기를 들려주실 수 있나요?

[정년이] 드라마의 음악 감독님께 의뢰를 받았어요. 원래 옛 노래들을 좋아하는 입장이 있었지만, 막상 불러보니 쉽지는 않은 작업이었습니다. 차분한 곡이지만, 깊은 호흡으로 부르다 보니 어지럽기까지 하더군요. 그래도 집중해서 몇 테이크를 녹음해서 보냈더니, 그중에서 첫 번째 테이크를 쓰셨습니다.

Q. 지난해까지 [1969]의 활동을 마무리하셨습니다. 올해는 어떤 계획을 세우고 계시나요?

올해는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20주년입니다. 아마도 숨 가쁜 한 해가 될 것 같고요. 연초부터 국내외의 이런저런 공연과 작업에 대한 기획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에 대비하여 제 개인적으로는 생전 처음으로 PT를 받고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