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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브톡 시즌 2

시즌 1 (23.10~24.05)

[프로브톡 99화] 각기 다른 이들과 함께 한다는 것 ③

일잘하는 사람들의 소외

2024.05.17 | 조회 2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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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브톡

일하는 조직과 개인의 경험을 나눕니다

반려견 두 마리와의 산책 중 상념으로 시작한 이번주 주제가 마무리 되어 갑니다. 콩보리를 대하는 마음으로 회사에서 사람들을 대했다면 그렇게 욕을 먹진 않을 텐데란 말을 농담처럼 한 적이 있는데 글을 쓰다 보니 그렇지도 않았겠다 싶었어요. 

마냥 보리에게 너그럽고 다른 팀원들에게 배려하라며 요구하는 리더가 과연 좋은 리더일까란 생각이 들었거든요. 나는 콩이었던 적은 없나 하면 꽤 있었던 것도 같습니다. 연차가 올라가며 프로젝트 리딩할 기회가 증가하기도 하고 후배들과 일할 일도 많아졌으니까요. 

몇 번은 리더가 현저히 역량이나 경험이 떨어지는 팀원을 대놓고 제게 맡긴 적도 있어요. 모나고 급한 성격에 옆에 끼고 앉아 다그쳐 가며 일을 하는 편이라 더디고 늘어지는 과제가 기한에 임박할 때, 그냥 가르치라고 등의 이유였죠. 설명하고 달래도 보고 화도 내보았지만 개선 기미 없는 동료에게 폭발한 적도 여러 차례 있어요. 이 상황이 반복되며 팀장에게 화를 낸 적도 있구요. 가장 크게 폭발했던 건 계속 상의하며 리더의 적극적 개입과 의사결정을 요구했음에도 방치하다 연말에 제게 고과를 양보하라는 얘길 할 때였죠. 

고과야 조직이 너 이 정도야 하겠다는데 뭐 얼마나 뭐라 할 수 있겠냐 하지만 이번에도 ~하면 나가란 얘긴데 그럴 수는 없지 않으냐며 고과 TO가 한정적이니 이해하란 말에 1년 간 참았던 감정이 터져 버린 적이 있습니다. 부서이동을 하든 퇴사를 하든 안일하고 무책임한 당신과 더 이상 일하고 싶지 않다고요. 

그 리더는 이런 식으로 팀의 모든 일을 대해왔기에 다른 팀원들의 불만도 상당했어요. 그리고 1년 만에 다른 조직으로 사실상 좌천되었죠. 덕분에(?) 퇴사는 하지 않았지만 이미 제 마음은 마냥 예전 같진 않았고 해당 동료에 대한 감정은 완전히 틀어져 버렸죠. 

이런 얘긴 조직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이의 높은 책임감과 이타심을 결과적으로 다른 동료나 리더가 이용하는 경우를요. 보통은 일을 좀 더 잘 한다 하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을 지원하고 리더는 급하면 그냥 당신이 하라며 일을 맡기죠. 믿을 수 없고 급한데 어떻게 맡기느냐는 이유를 대면서요. 

조직에서 콩이 같은 이들은 모두 인정 받느냐. 적어도 제 경험상 그렇진 않았습니다. 물론 월등히 드러나는 이들은 승진이든 고과든 핵심인재든 하면서 조직의 인정과 여러 수혜를 받긴 합니다. 하지만 그런 이들은 극히 소수이죠. 그 외 묵묵히 할 일 하고 남의 몫도 채우는 일잘러들은 일 잘한다는 칭찬 외에 그냥 일만 할 때가 많습니다. 

늘 덩치 크고 제게 집착에 가까운 애착을 보이는 보리가 저를 독차지 하려 하고 저도 아픈 보리를 더 챙기다 보니 콩이는 늘 한발자국 떨어져 저를 봅니다. 공을 던져도 보리가 독차지 하니 지금은 보리를 막고 콩이에게만 던져줘도 쳐다만 봐요. 언저리에서 서성이지만 보리가 밀고 들어오면 물러나죠. 그런데 콩이만 오라 하고 안아 주면 이런 애교쟁이가 없습니다. 어느날 콩이를 배위에 올려 쓰다듬다 갑자기 미안해졌어요. 이렇게 사랑받고 싶고 관심 받고 싶은 녀석이 10년 넘게 보리에게 치이고 있었구나 해서요. 

조직에서 핵심인재나 일잘한다는 사람들은 희생을 은연 중에 요구 받곤 합니다. 알아서 잘하니까 괜찮다면서요. 잘하는 건 당연하고 덜 잘했다 뭐라 한 소리 듣습니다. 거기에 소위 착하다, 배려심 많다 하는 이들은 늘 뭔가 손해보는 느낌으로 일을 더 떠안습니다. 리더의 가장 믿을 만한 사람이지만 그래서 리더의 배려에서 소외되는, 결과적으로는 가장 만만한 사람이 되어 버리기도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동기부여라는 말을 잘 쓰지 않습니다. 인사쟁이로 살며 구성원 동기부여라는 키워드는 늘 연구대상이고 업무계획 때마다 들어가 있었지만요. 대신 동기라는 건 타고 나는 거라 간주해요. 애초에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으로. 

조직이나 리더는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타고난 동기를 깎아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일 잘하는 게 죄도 아니고 일 못하고 부족한 게 벼슬도 아닌데 종종 모두를 잃는 리더십을 보이고 있지는 않을까요? 편파적으로 특정 대상에게 동기부여라는 명목으로 다른 누군가의 동기를 깎아 먹고 있는 건 아닐까요? 우린 정말 조직 운영과 동기부여를 잘 하고 있는 걸까요? 

내 주변 리더의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 혹시 가장 만만한 사람이 되어 있진 않은지, 동료 중 나도 모르게 '당연'을 기대하는 사람은 없는지요.

프로브톡 시즌 1의 마지막 주제는 ~해야 한다가 아니라 나름의 각자 생각해 보기로 마무리 하려 합니다. 여러분의 생각이 늘 궁금하지만 이번 레터는 많은 분들이 같이 생각해 보면 좋겠다는 기대를 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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