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프로브톡 시즌 2

시즌 1 (23.10~24.05)

[프로브톡 92화] 임포스터 증후군? ②

2024.05.01 | 조회 222 |
0
|

프로브톡

일하는 조직과 개인의 경험을 나눕니다

지난 레터에서 임포스터 증후군을 살짝 다루었었죠. 그 원인으로야 너무나 다양한 배경이 있을 것이기에 각설하고, 오늘은 일반적으로 낮은 자신감과 높은 불안을 가진 분들과 임포스터 증후군의 차이를 중심으로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A는 꼼꼼하고 성실하며 일중독이란 말을 많이 듣습니다. 일을 빠르고 완벽히 해낸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러다 크진 않지만 실수를 하곤 본인을 강하게 탓하며 괴로워 했습니다. 내가 어떻게 보일까, 이런 걸 대체 왜 놓쳤을까, 사람들이 뭐라고 할까에 괴로웠죠. 원래 이런 거 잘 못하는데 드러났다고, 팀장에게 깨질 걱정도 컸지만 스스로 괴로움이 더 컸습니다. 그러면서 예민해지기 시작하고 일 전반에서 또 실수할까 두렵기 시작했습니다. 이 와중에 중요한 프로젝트가 맡겨졌죠. A는 과도할 정도로 몰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얼핏 보면 매사 자신감 없고 소극적인 팀원과 혼동하기 쉬운 게 임포스터 증후군입니다. 하지만 가장 큰 차이라면 임포스터 증후군의 유형은 자신감이 없고 불안해 한다 해서 소극적이고 무능한 게 아니라는 점이에요. 이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적극적으로 일을 합니다. 일중독자가 많은 유형이거든요. 앞서 임포스터 증후군은 성공한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심리기제 중 하나라 했었죠. 말 그대로 성공할 만큼 일을 아주 잘해내는 사람들이고 이들이 드러내거나 옆에서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저런 심리기제가 있다는 것도 눈치채기 어려울 만큼 일에 진심이에요. 

https://bityl.co/Pc7t
https://bityl.co/Pc7t

편의상 일반적으로 업무 성과가 좀 낮고 자신감이 낮은 유형을 L로, 임포스터 증후군의 유형은 I로 정리하겠습니다. 

L은 직업이나 학력, 커리어 수준에 관계 없이 누구에게나 발생 가능합니다. 동기가 뭔지는 다 알 수 없어도 스스로의 무능감을 크게 인식해요. 그래서 일에 대한 동기 자체를 내기가 어렵습니다. 이걸 어떻게 내가 해, 못할 거 같은데라는 불안부터 엄습합니다. 또는 특정 상황과 별개로 일상적으로 소심하거나 불안해 하기도 합니다. 일반 불안은 실제 능력이나 성과 수준과 무관하고 이로 인해 업무를 회피하거나 하더라도 쉽게 포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I는 다릅니다. 끊임 없이 본인의 능력과 성취를 의심하고 운으로 돌리지만 이들은 기본적으로 일을 썩, 아주 잘해내는 사람들이죠. 본인의 능력에 대한 인식도 합니다. 다만 가진 능력보다 덜 인식할 뿐. 이들은 일에 매우 적극적이고 과도하리만치 몰입하며 최선을 다합니다. 못할까봐보다는 잘해내기 위해서. 하지만 일을 해낸 데에 자기 능력의 기여를 낮추는 게 문제인 거죠. 

왜 L과 I를 비교하느냐. 

회사에서 이런 팀원이 있다면 미묘하게 둘의 피드백이 달라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L에게 I를, I에게 L을 위한 피드백을 잘못 주면 별 효과가 없을 테니까요. 


L의 경우에는 전반적인 성실성이나 장점을 구체적으로 언급해 인정하고 격려해 주는 방식으로 피드백합니다. 또렷하게 뭔가를 잘한다 할 만한 건 없을 수 있어요. 하지만 대체로 성실하고 열심히 해내려 하기에 이들은 작은 성과라도 꾸준하게 칭찬하고 격려하는 게 필요할 수 있습니다. 실수에 대한 피드백이 중요한데요 지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므로 실수의 원인과 (실제 큰 일이 아니라면) 괜찮고 어떻게 앞으로는 개선하면 될 거란 구체적 방안을 같이 이야기 해주면 좋습니다. 이들은 자신감이 회복될 수 있게 하는 조언과 방안을 함께 주는 것이 효과적이죠. 

반면 I는 조금 다릅니다. 이들은 꽤 일을 잘 해내는 사람들이고 성취 경험도 많이 있습니다. 근성도 있지요. 그러므로 전반적인 동기부여는 별 소용이 없습니다. 구체적인 업무 실적, 객관적인 성과, 그걸 해내는 과정에서의 언행이나 대응을 콕 짚어 잘한 부분을 상기시켜 주는 게 더 낫습니다.  

저는 대단한 성취를 해낸 사람은 아니지만 I의 경향을 가지고 있는데요. 예전에 별 거 아닌 실수를 한 적이 있어요. 안 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대세에 지장은 커녕 해프닝으로 넘어갈 정도의 일이었습니다. 빠르게 대응도 잘 했구요. 하지만 그걸로 며칠 간 얼마나 괴로워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일하다 말고 문득문득 '아, 그거..'라며 스스로를 질책했죠. 그러다 팀장님과 면담 중에 이런 말씀을 드렸어요. "혼을 내실 만도 한데 왜 아무 말씀 안 하세요?"라구요. 그때 팀장님께서 "본인이 알아서 처리했고, 더 괴로워 하는데 내가 굳이 거기에 무슨 말을 더할 필요가 있나"란 말씀을 해주셨죠. 그러면서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 너무 자신을 몰아가지 말라고도 했습니다. 지난 몇 주 간 제가 한 일들을 하나하나 짚어주며 이런 것들을 잘 해냈는데 왜 작은 실수에 괴로워 하냐구요. 

좋은 리더들을 많이 만났고 좋은 피드백의 수혜를 얻으며 성장했지만 이때의 피드백이 제겐 참 와닿았던 부분이었어요. 간접적으로 자신을 몰아댄다, 지나치게 예민할 필요 없다는 말씀을 저런 식으로 표현하신 거지요. 그리고 다른 구체적인 성과들을 예로 들며 하나에 매몰된 시야를 넓히고 그 중 점 하나일 뿐이라는 걸 환기시켜주었으니까요. 이때 제게 잘 하고 있다, 자신감을 가져라 같은 포괄적인 피드백을 주었다면 그냥 감사합니다 하고 말았을 거에요.

개인적 사례이긴 했지만 조직생활을 하며 면담 현장에서 보면 I들은 비슷한 거 같습니다. 사람마다, 상황마다 적절한 피드백의 톤은 차이가 나겠지만 I 유형은 포괄적인 칭찬과 격려는 별 도움이 안 된답니다. 이미 알아서 셀프동기부여 잘 하고 있지만 더 잘하고 싶고 100 중 80만 내 능력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칭찬도 구체적이어야 하거든요. 

보통 완벽주의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그만큼 신중해지고 속도가 떨어지기 쉬운데 I들은 속으로 엄청 고민하지만 일이 미적거리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완벽주의로 인해 뭐가 미뤄질 수 있느니 하는 일반적인 피드백은 별 소용이 없죠. 대신 번아웃을 경계하며 관찰하고 적절하게 한 번씩 끊어주며 소모되지 않게 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해집니다. 

앞서 잠시 언급했던 나탈리 포트만은 여배우로 유명세 덕에 하버드에 입학했다 할까봐, 다른 동창들을 보며 내가 여기 낄 주제가 되는가란 괴로움에 일부러 더 어려운 과목을 수강했다고 합니다. 더 많이 공부했다고 하죠. 코스 내내 주눅들고 힘들어 했다는 그녀는 6개 국어를 구사합니다. 심지어 아인슈타인 조차 본인의 성과 대비 너무 과분한 칭찬을 듣고 있다며 불안해 했다고도 하지요. 

그래서 이들에겐 어떤 성취에서 너의 어떤 점이 그걸 해내게 했다고 딱 짚어 줘야 하는 거구요. 다른 사람도 같은 기회가 있었다면 다 했을 일이라 생각하니 너여서 이렇게 했고, 비교가 아닌 당신의 어떤 능력과 태도가 이런 식으로 발휘되었던 거다 처럼 이야기 해주는 게 효과적이랍니다. 

실수를 했다면 괜찮다는 말은 접어 두세요. 그들에겐 하나도 안 괜찮으니까요. 대신 잘하고 있는 것들, 잘 한 것들의 사례를 언급하고 전체적인 부분에서 이게 얼마나 작은 것인가를 인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이들에겐 요란한 칭찬이 되려 역효과를 일으키기 쉬워요. 그러니 칭찬은 쿨하게~ 담백하게, 대신 앞에서 말씀드린 구체적으로 너의 ~ 가 ~해서란 식으로 해도 충분합니다. 

 

금요일 레터에서는 임포스터 증후군인 사람이 리더로 있을 때 어떤 갈등이 있을 수 있는지로 마무리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I를 이야기 할 땐 주로 I인 당사자 개인 입장에서 이야기 하는데 이들이 리더이면 분명 팀에 영향을 미치니까요. 

한 주의 가장 심리적, 신체적으로 다운되는 날이라는 수요일입니다. 골짜기가 아니라 봉우리에 서있다 생각하시고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다 느끼는 가뿐한 하루가 되시길 바라며..

**********************************************

스타트업과 함께 뜁니다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프로브톡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 2024 프로브톡

일하는 조직과 개인의 경험을 나눕니다

뉴스레터 문의 : ask@the-prob.com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070-8027-2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