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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 PRISM] 2026년 하반기 필자 모집(지원 마감)

053. 시장 안팎의 질문, 항구에서의 실험

[PP PRISM 3호] 독립기획자·해양미술연구 최민영 인터뷰

2026.11.07 | 조회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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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

PP PRISM 3호의 기고자로 소개하는 최민영은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독립기획자로, 부산의 대안문화 공간과 미술 비평지에서 활동을 시작해 전시, 출판, 아카이브 연구, 공공예술 프로젝트 등 여러 영역을 오가며 지역 예술의 자생성과 지속 가능성을 고민해 왔다. 올해에는 미술 거래의 투명성을 실험하는 아트페어 《예술무역항 2026》을 기획 및 총괄감독했으며, 최근에는 문화예술 기획 및 연구 단체인  ‘심도시각’을 기반으로 부산 원도심의 장소와 공동체를 재조명하는 공공예술 프로젝트 《모두의 풀이》를 마무리했다.

제도와 시장 바깥에서 출발한 예술은 어떻게 스스로 지속할 수 있을까? 예술의 가치를 정당하게 교환하는 일과 공공성을 실천하는 일은 서로 대립하는 것일까? 이번 인터뷰에서는 부산의 대안적 문화예술 활동을 거쳐 부산 해양미술과 제도에 대한 연구, 작가 연구 출판, 나아가 미술의 유통 구조를 새롭게 실험하기까지, 최민영 기획자가 경험해 온 지역 예술 생태계에서의 현장을 둘러싼 고민을 나누었다.


김나연(이하 Q.) 부산에서 전시와 출판, 연구, 문화기획 등 여러 영역을 넘나들며 활동해 오셨다. 그 과정에서 쌓아오신 다양한 현장의 경험을 PP PICK 독자들과도 나누고 싶은 마음이 크다. 먼저 기획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지금까지의 활동을 두루 소개해 달라.

최민영(이하 A.) 나는 원래 미술이나 전시 기획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다. 여러 문화예술 분야에서 실무를 경험하면서 기획자로 활동을 시작한 경우다. 처음 전시 기획을 맡았던 곳은 부산의 대안문화행동 ‘재미난복수’가 운영하던 ‘스페이스 아지트’였다. 일반적인 현대미술 전시 공간이라기보다는 서브컬처, 그래피티, 스트리트 아트 등을 중심으로 전시와 공연을 기획하는 공간이었다. 한국의 1, 2세대 그래피티 작가들이 많이 거쳐 간 그런 공간이다.  20대 중반에 서브컬처 위주의 전시 기획을 하면서 부산 문화예술 씬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선배들을 알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대안공간 반디’를 접하게 되었다.

부산의 대안공간 반디에서는 미술 비평지 『B-ART』를 발행해 왔는데, 공간이 2011년 폐관하며 이후 잡지 발행도 끊겼었다. 2014년에는 지역 미술비평의 필요성과 지역 비평지가 갖는 중요성에 공감하는 이들이 모여, 발행이 중단되었던 『비아트』의 복간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 함께하며 『비아트』의 지속적인 발행을 위한 협동조합 운영 방안을 모색했다. 당시에는 문화예술계에서도 협동조합이라는 운영 방식이 활발하게 확산되던 시절이었기도 하다. 비평지를 발행하는 동시에 청사포에서 ‘스페이스 비아트’라는 전시 공간을 운영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부산의 미술 담론을 우리 스스로 생산하고 지속하려 했던 활동이었다. 잡지 발행은 다시 중단되었지만, 지역의 예술인들이 스스로 미술 담론을 만들어 가려는 움직임은 전시와 공공예술의 영역에서도 이어졌다.

  《무빙트리엔날레: 메이드 인 부산》(2014) 연계 프로그램 현장(출처: 문화예술 플랜비)
  《무빙트리엔날레: 메이드 인 부산》(2014) 연계 프로그램 현장(출처: 문화예술 플랜비)

당시 부산비엔날레를 비롯한 제도권 미술 행사의 불합리성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고, 부산의 예술가와 문화단체들이 함께 ‘안티 비엔날레(Anti-Biennale)’를 만들어 보자고 했었다. 다른 이슈로 조금 방향을 틀어서 중구 중앙동 원도심에서 진행한 공공예술 프로젝트인 《무빙트리엔날레: 메이드 인 부산》(2014)[1]가 만들어졌다. 당시 비엔날레 무용론들이 얘기되고 있었고,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 부산과 지역성에 맞는 이야기, 지역 미술인들이 만들어내는 것들을 이 원도심 안에서 해 보자고 했다. 당시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러 문화 단체들이 모여서 전시와 공연, 학술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나에게는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경험한 계기였다. 단순히 전시를 조직하는 것을 넘어, 지역에서 공공예술이 어떤 의제와 방향을 가져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 시간이었다.

 

Q. 이후에는 부산 지역 작가의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부산바다미술제의 장기 발전 방향을 연구하는 프로젝트에도 참여하셨다. 더불어 개별 작가의 작업을 기록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오랜 역사를 지닌 미술 행사의 기록과 제도를 살펴보는 작업이었을 텐데, 각각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는가?

A. 부산의 지역 출판사 ‘호밀밭’에서 일했던 경험이 중요했다. 당시 나는 편집자보다는 문화예술 행사와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일을 담당했는데, 지역의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출판사에 있다 보니, 오랫동안 활동해 온 작가의 작업과 시간이 축적된 책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산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예술가의 작업과 그가 만들어온 장면들을 기록해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렇게 그래피티 작가 구헌주의 작업을 연구하고 아카이브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구헌주 작가는 ‘재미난복수’의 주요 기획자로 활동하며 부산의 서브컬처 문화 형성에 기여해 온 인물이자, 꾸준히 자신의 작업 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이기도 하다. 약 2~3년에 걸쳐 한 작가의 작업을 연구하고 비평하면서, 개별 작가의 작업을 기록하는 일이 곧 지역 예술사의 기초를 닦고 기록하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경험했던 때다.

이후 ‘부산바다미술제'[2]의 장기 발전 방향을 연구하는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1987년부터 약 40년 가까이 이어져 온 바다미술제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그간 축적된 자료와 기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연결하는 일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전시의 역사와 그 안에 담긴 예술적 실천을 어떻게 기록하고 다음 세대에 전할 것인지 고민하게 된 계기였다.  당시 연구는 바다미술제의 장기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데 목적이 있었기에, 전시 자체보다는 운영 체계나 향후 발전 방향을 다루는 정책 연구에 가까웠다.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행사가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작업이었다. 그런데 오히려 그 과정에서 전시의 역사와 큐레토리얼한 관점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단순히 행사를 어떻게 지속할 것인가뿐 아니라, 그동안 어떤 미술적 논의가 이루어졌고 앞으로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을지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아가 ‘해양미술’이나 ‘해양예술’이라는 영역이 과연 성립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도 갖게 되었다. 바다와 해양은 서로 다른 의미를 지닌다. 부산은 흔히 해양도시로 불리지만, 그 해양성이 예술의 영역에서 어떻게 다루어질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부산의 해양미술을 연구하고, 관련 자료를 축적하는 작업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Q. 출판과 연구 활동과 함께 2019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온 《시장밖예술》 프로젝트의 이야기도 궁금하다. 여기서 말하는 ‘시장’이  제도권 예술의 구조를 가리키는지, 아니면 작품이 거래되고 유통되는 시장을 뜻하는지 궁금하다. 한편 최근 기획하신 《예술무역항 2026》은 오히려 예술의 거래를 적극적으로 실험하는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시장 바깥의 가능성을 질문하는 일과 새로운 거래의 장을 만드는 일은 언뜻 상반되어 보이기도 하는데, 두 프로젝트는 어떤 문제의식으로 연결되는가?

A. 《시장밖예술》은 음악가 정태춘과 박은옥[3]의 활동에서 출발한 프로젝트다. 2019년 정태춘 선생님의 데뷔 40주년을 계기로 시작했는데, 당시 나는 정태춘 선생님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런데 그분이 음반 사전심의 철폐 운동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고, 음악의 유통 구조나 시장 중심의 문화예술 환경에 대해서도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 오셨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와 함께 그분이 이야기한 ‘시장 밖 문화’라는 말이 하나의 질문으로서 다가왔다. 과연 시장 밖에서 예술을 할 수 있을까, 제도 밖의 예술은 가능한가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말의 의미에 공감하시는 분들이 함께 모여 여러 분야의 예술가, 연구자들과 전시와 아카이브, 출판, 동아시아 작가들과의 교류를 시작하면서 시장과 제도 바깥의 가능성을 연구하는 프로젝트가 되었고, 지금까지도 형태를 조금씩 바꾸어 이어오고 있다.

이후 ‘또따또가'[4]의 공고를 본 이후 이전부터 함께 일해 온 동료들과 ‘원도심 콜렉티브’를 결성했다. 사진과 디자인 작업을 하는 임소영 작가, 문화예술 기획자 문건호와 함께하는 팀이다. 최근 마무리한 《예술무역항》은 역시 이들과 협력하며 행사 운영과 현장 실행을 함께 한 프로젝트다. 부산이 무역항 도시라는 점에서 착안한 이름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 담고 싶었던 것은 예술이 거래되고 유통되는 구조를 새롭게 보여주는 일이었다. 시장 밖 예술이 가능한지 고민하며, 반대로 우리가 이미 들어와 있는 시장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그 안의 규칙을 다르게 만들 수는 없는지 함께 생각했다. 특히 미술 작품의 거래 과정이나 가격, 판매 이후 작가에게 돌아가는 수익 등이 충분히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에 관심을 가졌다. 그렇다면 우리가 직접 거래의 과정을 공개하는 아트페어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싶었다.

  《예술무역항 2026》 현장 사진(제공: 최민영)  
  《예술무역항 2026》 현장 사진(제공: 최민영)  

일반적으로 아트페어가 끝나면 작품을 몇 점 팔았고 매출이 얼마나 발생했는지 성과를 발표한다. 하지만 실제로 어떤 과정을 통해 거래가 이루어지고, 그 수익이 작가에게 얼마나 돌아가는지 일반 관람객이 알기는 어렵다. 미술계 안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갤러리와 작가의 수익 배분 구조를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관람객에게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예술무역항》에서는 작가와 주관 측의 수익 배분을 7 대 3으로 정하고, 이를 현장에 공개했다. 작품이 판매될 때 작가에게 얼마가 돌아가는지 보여주는 방식이었다. 처음에는 미술시장에서 이러한 방식을 불편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한 번쯤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기존의 거래 관행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산에서 활동하는 독립기획자로서, 오히려 이러한 방식을 과감하게 시도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작품을 사고파는 행위 자체와 거리를 두고 있기보다, 오히려 시장 안으로 들어가서 그 거래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누구에게 어떤 가치가 돌아가는지 질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나아가 이러한 거래와 유통을 투명히 드러내는 것이 지역사회 안에서 어떻게 순환하고, 지역 예술가들의 지속적인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보고 싶었다. 결국 두 프로젝트 모두 기존의 시장 구조가 아닌 다른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Q. 공공/사회/참여예술은 시장의 거래와 판매 구조와는 반대항처럼 여겨지곤 하지만, 예술의 거래 방식을 보다 투명하고 접근 가능하게 만드는 것 역시 공공성의 한 실천으로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총괄감독하신 《예술무역항》에서는 어떠한 구성을 통해 시장성과 유통, 거래를 통한 공공성, 혹은 다양성의 경험을 만들고자 했는가.

A. 그 부분에서는 원도심 콜렉티브 구성원인 동료들에게 배운 것이 많다. 특히 문건호 기획자는 장애 예술이나 젠더 문제, 전통적인 장인의 문화예술적 가치를 알리는 일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다. 처음에는 미술 작품을 판매하는 아트페어에 이런 활동들이 함께 등장하는 것이 낯설게 보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히려 서로 다른 예술의 영역을 구분하지 않고 하나의 공간에서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우리는 예술을 장르별로 구분하는 데 익숙하고, 장애 예술과 비장애 예술, 전통 공예와 현대미술도 구분해서 소개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질문을 안고서 《예술무역항》에서는 전통무형유산 장인의 작업과 현대미술 작품을 함께 소개하고, 드랙 아티스트를 초청해 공연도 진행했다. 시민과 예술가,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작품을 보고 공연을 즐기는 경험을 만들고 싶었다.

부산의 지역성을 이야기할 때 ‘혼종성’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부산은 오랫동안 외부의 다양한 문화가 드나들며 형성된 도시이고, 무역항이라는 개념 자체도 서로 다른 물자와 문화가 오가는 장소를 떠올리게 한다. 그렇다면 부산에서 기획하는 예술 행사에도 그런 다양성이 담길 수 있을 것이라 보았다. 꼭 어떤 공동체를 대상으로 삼고, 그 공동체에 맞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만이 공공예술의 역할이 아니라, 오히려 서로 다른 경험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만나고, 각자의 방식으로 예술을 접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공공성의 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Q. 공공예술의 실천에서 공동체라는 개념을 어떻게 이해하고 참여를 이끌어낼 것인지 설계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이다. 특히 지역사회에 기반한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 기획자가 설정한 방향과 실제 참여자들의 관계를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도 중요하다. 그동안 활동하면서 이러한 공동체적 관계를 어떻게 고민해 오셨는가.

A. 솔직히 말하면 나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운영하는 일에 익숙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작업 방식도 아니다. 공공예술에서는 공동체의 참여와 관계 맺기를 당연한 가치로 이야기하지만, 정작 어디까지 공공성을 유지해야 하고 공동체의 요구를 수용해야 하는지는 항상 고민스럽다. 예술가나 기획자가 자신이 하고 싶은 기획의 방향을 먼저 설정해 두고 그 안으로 공동체를 들어오게 하는 방식이 되기도 한다. 물론 공동체 안에서부터 출발하는 작업도 있지만, 공공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에서는 이러한 관계가 생각보다 복잡하다. 그런데 공공예술의 개념이나 담론이 충분히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 문제를 해결할 책임이 기획자와 예술가에게 주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혼자 독단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보다는 동료 기획자들과 함께 일하면서 서로 다른 의견과 관점을 받아들이려고 해왔다. 《예술무역항》에서도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동료들이 제안해 주었고, 그것을 함께 구현하면서 배우는 점이 많았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모두의 풀이》도 이러한 고민과 연결된다. 부산 원도심은 젊은 세대가 떠나고, 오랫동안 그 지역의 역사를 기억해 온 어르신들이 고립되면서 세대 간의 단절을 겪고 있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공동체의 관계를 다시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 질문에서 출발해 과거 마을의 공동체 문화를 살펴보게 됐다. 예전에는 마을마다 당산나무가 있고, 마을의 안녕을 빌며 함께 굿을 하고 잔치를 벌이곤 했다. 실제로 부산 중앙동에도 당산제와 관련된 역사와 활동이 남아 있었다. 우리는 이를 조사하고 지역 주민들을 만나면서, 오래된 마을의 의례를 오늘날의 예술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예술가들이 지역의 역사와 이야기를 바탕으로 전시와 공연, 놀이를 만들어 보는 것이다. 억지로 사람들을 모아 공동체를 만들기보다는, 과거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함께 살아왔는지 되짚어 보고 그것을 오늘의 경험으로 제안하고 싶다. 그것을 통해 공동체가 회복될 수 있을지는 결국 그 자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판단할 문제일 것이다.

 

  부산 중구 중앙동·동광동 일대에서 열린 《모두의 풀이》(2026) 스페셜 투어 현장(제공: 최민영)
  부산 중구 중앙동·동광동 일대에서 열린 《모두의 풀이》(2026) 스페셜 투어 현장(제공: 최민영)
《모두의 풀이》(2026) 전시장 외부 전경(제공: 최민영)  
《모두의 풀이》(2026) 전시장 외부 전경(제공: 최민영)  

Q. 마지막으로 앞으로 심도시각과 원도심 콜렉티브를 통해 이어가고 싶은 활동은 무엇인지, 그리고 해양미술 연구 및 독립기획자로서 이어가고자 하는 연구의 방향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A. 우선 《예술무역항》을 가능하다면 앞으로도 계속 이어가고 싶다. 반드시 행사 규모를 크게 만드는 것이 목표는 아니고, 기획의 내용과 방법론을 더욱 정교하게 만들고 싶다. 투명한 거래 구조와 건강한 미술시장에 대한 고민이 다른 기획자와 예술가들에게도 하나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런 방법론 자체도 하나의 공공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시도가 당장 미술시장의 구조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예술 생태계에 분명 건강한 시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굳이 메인스트림에 진입하거나 유명한 작가가 되지 않더라도, 예술가가 자신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가치를 받을 수 있는 구조가 있어야 한다. 규모의 확장성 대신 이번 기획이 시도한 담론의 확장성에 초점을 두고, 같이 고민하는 형태로 나아갔으면 한다. 기획자들이 이런 고민을 해야 한다.

더불어 부산을 해양도시라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부산에서 해양이라는 조건을 어떻게 문화예술의 언어로 다루고 있는지 충분히 고민해 왔는지는 질문할 필요가 있다. 바다를 단순히 작품의 소재나 배경으로 바라보는 것에서 더 나아가, 해양이라는 조건이 예술과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 연구하고 싶다. 그를 위해 부산의 해양미술, 혹은 해양 예술이라고 하는 것들의 기초 자료 아카이브를 구축하는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바다미술제를 연구하면서도 그 역사가 충분히 기록되지 않았다는 점이 계속 마음에 남았었다. 내가 모든 연구를 완성할 수는 없겠지만, 다른 연구자나 기획자들이 그 자료를 바탕으로 새로운 논의를 이어갈 수 있도록 밑작업을 해두는 것이 무척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1] 문화예술플랜비, 「무빙트리엔날레 메이드인부산」, http://planbcoop.com/blog/project/무빙트리엔날레-메이드인부산/.

[2] 부산바다미술제는 해변을 배경으로 한 야외 설치미술 행사로, 1988년 서울올림픽의 프레올림픽(Pre-Olympic) 문화행사의 일환으로 1987년 제1회가 개최되었다. 부산역사문화대전, 「바다미술제」 참고.

https://busan.grandculture.net/Contents?local=busan&dataType=01&contents_id=GC04213032.

[3] 정태춘(1954-), 박은옥(1957-)은 한국의 포크 가수로서 일반 대중가요보다 삶과 현실, 역사 의식을 담아내 노래한 “한국적 포크”를 부른 이들이다. 둘은 음악 활동 뿐 아니라 음악계와 문화, 사회 전반에 필요한 운동을 해왔고, 특히 정태춘은 1990년대 초 사전심의 폐지운동을 이끌며 1996년 헌법재판소의 ‘가요 사전심의 위헌 결정’을 이끌어내었다. 

[4] 부산 중구의 원도심 창작공간이자 레지던시인 ‘또따또가’는 원도심의 유휴공간을 예술가들의 창작 및 활동 공간으로 제공하고, 지역 예술 활동을 지원한다. 원도심 콜렉티브의 입주자 소개는 다음 웹페이지 참고. https://totatoga.com/minyoungchoi.

 


김나연 / 독립기획자, PP PICK 에디터   nykim1123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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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 PICK은 도시의 틈에서 이뤄지는 예술활동과 실천들에 관한 소식과 해설을 정기적으로 담아냅니다. 또한 예술작품과 대중(관객) 간의 상호소통에 주목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개입과 참여에 반응하는 예술 생태계를 매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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