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왜이렇게 실수가 많지…설마 내가 ADHD?

오늘은 성인 여성 ADHD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는 현대인에게 꽤 익숙한 질병인데요. 흔히 ADHD는 ‘산만하고, 가만히 있지 못하는’ 모습으로 알려져 있죠. 하지만 여성에게 나타나는 ADHD는 조금 다릅니다. 겉으로는 조용하고 차분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끊임없는 생각으로 인해 집중력이 떨어지곤 합니다. 할 일을 자주 잊어버리거나 중요한 약속을 놓치는 일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부주의가 아니라 ‘조용한 ADHD’의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 다룰 내용은

🟪 늘어나는 성인 ADHD 환자

🟪 증상 없는 '조용한 ADHD'를 아시나요?

🟪 여성 ADHD, 진단이 늦어지는 이유는…

🟪 나도 설마? 성인 ADHD 자가진단 테스트

🟪 ADHD 증상을 완화하는 ‘이것’

늘어나는 성인 ADHD 환자

ADHD는 선천적, 기질적으로 주의력을 조절하는 대뇌 전두엽 기능의 발달 부족으로 발생합니다. 부주의성, 과잉행동, 충동성이 특징이며 보통 만 5세 이후부터 증상이 나타나죠. 그러나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낮은 인식 탓에 오랫동안 진단조차 받지 못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성인 ADHD는 아동 ADHD와는 다르게 증상이 눈에 잘 드러나지 않아 성인이 되어서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에는 지나치게 뛰어다니거나 기어오르는 행동으로 주목받았다면, 성인이 된 후에는 직업을 자주 바꾸거나 카페인이나 알코올 중독 형태로 나타나는 식이죠.

최근 몇 년 사이, 성인 ADHD 판정을 받는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대 이상 환자가 2019년 1만8,105명에서 2023년 8만9,664명으로 5배 이상 늘었는데요. 하지만 이는 실제 환자 수가 갑자기 증가했다기보다는, 성인 ADHD가 아동 ADHD에 비해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는 점도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성인 ADHD의 전 세계 유병률은 2.8%이지만, 실제로는 진단받지 못한 성인 ADHD 환자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문가들은 ADHD 개념이 미디어를 통해 많이 알려진 데다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전에는 병원을 찾지 않았던 환자들이 진단을 받게 된 영향이 크다고 설명해요. 또 2013년부터 성인 ADHD 진단과 치료에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면서 병원을 찾는 환자 수도 자연스럽게 증가했다는 것이죠.

여성 ADHD, 진단이 늦어지는 이유는…

여기서 주목할 점은 성인 여성 환자 수의 급격한 증가입니다. 2030 여성 중 ADHD로 병원을 찾는 이들은 2017년 1만603명에서 2021년 2만9,990명으로 182.8%나 폭증했거든요. 이는 그동안 진단받지 못했던 여성 ADHD 환자들이 조금씩 발견되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은 남성에 비해 ADHD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일까요?

우선 사회적 편견이 큽니다. 남자 아이들의 산만한 행동은 쉽게 눈에 띄어 조기에 진단받기 쉬운 반면, 여자 아이들은 얌전하거나 다소 부주의한 성격 정도로 여겨지며 방치된다는 것이죠. 실제 30년 넘게 ADHD를 다뤄온 미국의 임상심리학자 앨런 리트먼 박사는 “초기 임상 연구가 과잉행동이 심한 백인 남아를 중심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여성과 다양한 인종의 데이터에 큰 공백이 생겼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ADHD가 있는 여아의 최대 4분의 3이 진단받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죠.

또한 여성은 월경, 임신, 출산, 완경 등 생애 전반에 걸쳐 겪는 다양한 호르몬 변화로 인해 ADHD 증상이 더 악화될 수 있는데요. 그 이유는 에스트로겐이 주의력과 집중력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ADHD 환자들은 도파민 분비가 적거나, 도파민이 신경세포 사이에 오래 머물지 못하거나, 도파민을 적절히 사용하는 뇌의 시스템에 문제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에스트로겐이 급격히 변동하거나 감소할 때 도파민의 활성도 함께 저하되기 때문에 여성들의 ADHD 증상이 더욱 악화되는 것이죠.

결국 많은 여성들은 어린 시절 ADHD를 진단받지 못한 채 성장하고, 성인이 되어 일상생활의 집중력 저하, 감정 조절의 어려움 등을 겪으면서 뒤늦게 문제를 인식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여성 ADHD 진단이 늦어지는 데에는 사회적 편견이나 생물학적 요인 외에도 한 가지 중요한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조용한 ADHD’가 여성에게 훨씬 더 흔하다는 점이에요. 이로 인해 본인이나 주변 사람은 물론 전문가조차 쉽게 눈치채기 어렵습니다.

증상 없는 '조용한 ADHD'를 아시나요?

“가족, 친구, 심지어 저 조차도 ADHD라고는 전혀 의심하지 못했어요”

한국 사회에서는 ADHD는 ‘산만하고 충동적인 사람’이라는 이미지로만 인식되어 왔습니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뜬금없는 말과 행동으로 주위를 당황시키는 아이 말이죠. 하지만 모든 ADHD가 그렇게 드러나는 것은 아닙니다. 충동성과 과잉행동이 눈에 띄지 않는 조용한 ADHD도 존재합니다. 바로 주의력 결핍 우세형 ADHD입니다.

주의력 결핍 우세형 ADHD는 충동 우세형 ADHD와는 달리 멍하고 산만한 모습이 주요 증상입니다. 특히 여성에게서 이런 유형이 더 흔하게 나타나는데요. 겉으로는 조용하고 차분해 보이지만, 내면에서는 끊임없는 생각과 산만함으로 인해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것이죠.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거나, 해야 할 일을 미루다 잊는 일이 반복됩니다. 또 사람과의 대화 중에도 다른 생각이 떠올라 집중하지 못하고, 멍하게 있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하고요.

책상에 오래 앉아 있어도 성과가 잘 나지 않기 때문에 직장에서는 성과 부족으로 질책을 받는 일이 늘어나면서 자존감이 낮아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실제로 조용한 ADHD 환자 중 상당수는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로 병원을 찾았다가 뒤늦게 ADHD를 진단받는다고 해요.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가 적다 보니 본인이나 주변 사람조차 ADHD를 의심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한 것이죠. 본인이나 가족의 의심이 없다면 의사조차 발견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나도 설마? 성인 ADHD 자가진단 테스트

성인 ADHD로 인한 더 큰 문제를 막기 위해서는 환자 스스로 질병을 인지하고 치료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가보고척도(ASRS)를 통해 성인 ADHD를 자가 진단할 수 있어요. 총 6개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짙은 색상으로 칠해진 부분에 표시한 문항이 4개 이상이면 성인 ADHD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요. 정확한 진단을 위해 추가적인 검사와 면담을 받는 것을 추천합니다.

ADHD 증상을 완화하는 ‘이것’

ADHD는 약물치료를 통해 비교적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질환입니다. 전두엽 기능을 활성화하면 일상생활이 훨씬 수월해지죠. 따라서 ADHD가 조금이라도 의심된다면 가능한 빠르게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ADHD는 어린 시절부터 증상이 발현되기 때문에 치료를 받지 않으면 학습 부진, 사회생활의 어려움, 낮은 자존감 등의 문제로 이어지거든요.

ADHD 증상을 완화하는 습관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규칙적인 운동, 건강한 식습관, 충분한 수면 등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중요한 일정 메모하기, 타이머를 활용해 집중도 높이기 등의 습관을 들이는 것도 성인 ADHD 치료에 효과적입니다. 특히 성인 여성 ADHD 환자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습관은 운동인데요. 약물 치료만큼은 아니더라도 ADHD 증상을 완화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