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TREND REPORT "2024년 3월에 본 것"

일 하다 눈이 가는 소식을 큐레이션해서 공유합니다

2024.03.26 | 조회 1.62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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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버스백맨

🕵🏻 매달 1번 받아보는 UX 리서처의 생각

INDEX

 

  • Intro
  • 만드는 사람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 
  • 기술이 보조하는 가치, 가치를 제공하는 경험 🧹
  • 주문부터 픽업까지 '1초라도 줄여라' - [저가 커피 전문점]의 UX ☕️ 
  • 굿노트가 사랑받을 수 있던 이유는 더 나은 UX와 기다림 📝
  • AI 시대의 UX 리서치는 어떤 모습일까? 👩‍⚖️
  • 일을 잘한다는 사람의 5가지 특징 😌
  • 책나눔 이벤트

 


'춘란을 기른다, 뿌리를 기른다'에서 만든 난 ©녹비의 솔루션과 풀로장생의 공간, 레드버스백맨의 취향
'춘란을 기른다, 뿌리를 기른다'에서 만든 난 ©녹비의 솔루션과 풀로장생의 공간, 레드버스백맨의 취향

 

구독자님, 3월은 따뜻하셨어요? 돌과 나무에서도 꽃망울이 지는 3월은 무언가를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어김없는 기분을 주기도, 어느새 1년의 1/4이 지났다는 사실에 허탈함을 느끼게도 합니다. 저는 가장 좋아하는 취미인 '축구'를 하다 발을 다쳐서 운동 에너지가 많이 떨어졌지만 덕분에 더 풍성해진 위치 에너지로 4월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자연스럽고 선한 브랜드 '녹비'에서 준비해 주신 모임에서 난을 심는 경험도 했습니다. '춘란을 기른다, 뿌리를 기른다.'라는 슬로건을 건 난 클래스는 낯설지만 괜찮았습니다. 정발산동 '풀로장생'에 모여 그림을 그리는 분, 책을 쓰는 분, 더 나은 공간을 고민하는 분들과 연결될 수 있었고 공간을 가득 채운 푸르름에 둘러싸인 기분이 봄 같았으니. 4월에 봄 같은 기분을 찰나라도 한번 더 느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3월에 본 것'을 어김없이 보냅니다. 마지막엔 독자들을 위한 <글로벌 UX 연구원은 이렇게 일합니다> 책나눔 이벤트도 있으니 천천히 훑어봐주세요 📚

 


 

#1. 만드는 사람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

 

UX 리서처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과 역할은 무엇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문제 정의'로 꼽습니다. 문제만 잘 정의하면 솔루션을 찾는 건 비교적 수월하기 때문인데요. 팀 내부에 리서치 조직과 디자인, 라이팅, 프로덕트 기획과 데이터분석, 개발, 브랜딩과 마케팅, CX 운영 등의 편제가 완벽할 때에는 '문제 정의'만 잘해도 충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 특히 요즘처럼 스타트업 무대에 투자금 흐름이 줄어들었을 때에는 '문제 정의' 이외에 '솔루션 탐색', '솔루션 검증'까지 잘해야만 합니다. 최근 투자 유치를 위해 피치덱을 만들고 VC 등 잠재적 투자자들을 만난 스타트업 대표님은 정확히 1년 전과 비교해 기업가치 평가금액이 반토막 났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만큼 지금 어려운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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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정의 뿐만 아니라 솔루션까지

 

1️⃣ 솔루션 탐색과 솔루션 검증까지가 만드는 사람의 일

'문제 정의'와 더불어 '솔루션 탐색', '솔루션 검증'까지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기업이 현재 지향하고 있는 서비스의 방향이나 경쟁력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솔루션이 여러 가지라는 말은 거꾸로 말하면, 최선의 선택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입니다. 여기서 최선의 선택이란 업의 정의에 기반한 서비스 로드맵 방향과 일치하는지, 시장에서 인지된 서비스의 가치를 강화하는 방향인지, 경쟁 서비스와 비교할 때 비교우위에 있어서 사용자에게 비용을 지불할 만큼의 선택이 가능한 방향인지를 다면적으로 따져봐야 합니다.

 

2️⃣ 솔루션을 만들 때 빠지기 쉬운 2가지 함정

솔루션을 만들 때마다 쉽게 빠지는 함정은 '새로운 것을 만들겠다는 부담'과 '기존에 없던 것을 만들겠다는 고집'입니다. 그렇게 해서 리모컨에는 쓰지 않는 버튼이 쓰는 버튼보다 더 많아졌죠. 새로운 것이 중요할까요? 유용한 것이 중요할까요? 새롭지 않아도 쓰기에 좋은 것을 만들어야 합니다. 모두가 혁신을 이야기하지만 대부분의 서비스는 혁신적이라는 이유로 사용자에게 사랑받기보다 당장 나에게 유용함을 주기 때문에 선택받곤 합니다. 만드는 사람에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내가 사용자가 되어야 합니다.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비용이 비싸거나 유지, 관리가 어렵기 마련입니다. 세상에 있던 것을 좀 더 유용하게 바꾸는 쪽이 훨씬 더 빠르고, 당장 필요한 것을 찾는 사용자에게 효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해야 합니다.

 

⟪만드는 사람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2. 기술이 보조하는 가치, 가치를 제공하는 경험 🧹

 

가장 최근에 나온 다이슨 청소기를 사용하면서 문득 든 생각을 정리합니다. 공급자들은 모두 가치 있는 것을 만들고 그것을 통해 수익을 내려고 합니다. 사용자는 어떨까요?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더라도 분명하고 명쾌한 가치가 있을 때에 비용을 지불합니다. 많은 경우 1) 재미있거나(FUN), 2) 유용하거나(USEFUL), 3) 빠르거나(TIME SAVING) 속성을 가진 서비스와 콘텐츠, 경험에 지갑을 열죠. 여기서 쉽게 빠지는 함정은 새로운 기술이 무조건 가치에서도 우월하다는 것입니다. 항상 그렇지 않다는 것을 반드시 숙고하고 "내가 사용자여도 지갑을 열 것인가?"라는 질문에 망설임이 없어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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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진단의 시대

센서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심박수, 산소포화량, 이산화탄소와 포름알데히드까지. 센서는 감각기관을 닮아서 냄새, 소리, 먼지, 빛, 움직임 등을 탐지합니다. 기계에 더 많은 센서가 달려있으면 그만큼 탐지할 수 있는 자극이 많고 알릴 수 있는 정보가 풍족합니다. 대신 더 무겁고 전력소모가 많을 것이며 가격도 비싸겠죠. 트레이드오프가 발생합니다.

 

2️⃣ 센서의 한계

센서는 상황을 진단하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시끄러운 소리, 눈을 찌푸리게 하는 악취, 갑자기 늘어난 미세먼지, 너무 어두워진 복도, 매트리스 위에서 뒤척이는 움직임까지 탐지할 수 있죠. 그러나 탐지하는 것 이외에 그 정보를 해석해서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센서의 일이 아닙니다. 센서는 그 자체로 상황을 개선하지 못하죠.

 

3️⃣ 다이슨의 더 나은 청소 경험

새로 나온 다이슨 청소기는 옵틱 클리너 헤드에서 레이저를 발사하여 마룻바닥의 먼지를 쉽게 볼 수 있도록 돕습니다. 눈이라는 감각기관을 통해 먼지를 식별하여 얼마나 오염이 심한지 판단할 수 있도록 하죠. 그다음 몸체의 피조센서는 헤드가 빨아들이는 먼지의 크기와 양을 측정해 자동으로 흡입력을 조절합니다. 먼지가 많으면 터보 모드로 먼지를 빠르게 빨아들이죠.

 

4️⃣ 청소를 더 깨끗하게, 빠르게, 즐겁게

초록색 불빛이 비추는 곳에 먼지가 있고, 그 먼지를 없애면서 공간이 깨끗해지는 경험은 청소를 하는 재미가 됩니다. 마치 Pizza Warm 게임을 떠올리면서 여기저기 사이사이에 숨은 먼지를 없애며 '깨끗해진다'라는 감정을 느낍니다. 이처럼 새로 나온 청소기는 센서를 통해 환경의 변화를 인지하고 자동으로 최적화된 모드로 작동하여 '청소를 깨끗하게', '청소를 빠르게', '청소를 즐겁게' 하려는 사용자의 과업을 달성하도록 돕습니다.

 

5️⃣ 진단만 하는 것은 기술, 처방까지 하면 경험

만약 피조센서를 통해 터보 모드를 작동하지 못하고 헤드에서 나오는 초록색 빛을 통해 내가 사는 공간에 먼지가 많다는 것만 보여준다면 어떨까요? 불편한 진실을 보여주는 것에서 그칠 겁니다. 기술은 그 자체로 가치를 담보하지 않습니다. 비용을 지불하는 고객은 센서만큼 정직합니다.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기 위해 더 비싼 청소기를 구매할 고객은 많지 않으니까죠. 공급자는 기술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항상 경계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답은 '기술'이 아닌 '경험'에 있습니다.

 


 

#3. 주문부터 픽업까지 '1초라도 줄여라' - [저가 커피 전문점]의 UX ☕️

 

롱블랙을 만드는 타임앤코가 선보인 새로운 테크 미디어, Ep9과 협업한 첫 번째 플레이입니다.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바나프레소, 더 벤티, 백다방까지. 길을 걷다 보면 저가 커피 전문점들이 유난히 눈에 띄는데요. 저가 커피 전문점은 빠르게 확장 중인 '유망 사업'이지만, 맹점도 명확합니다. 소비자가 대체재를 쉽게 찾을 수 있단 거죠. 원두 품질이나 맛으로 격차를 벌리기 어려우니 경쟁 업체에 잠식당하지 않으려면, 처음부터 '사용자 경험'이 고려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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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좋은 UX는 관습적이다

"엘리베이터는 목적이 명확해요.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목적지에 빠르고 편히 도착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모든 과정이 관습적이어야 해요. 문이 좌우로 열리고, 층별 버튼으로 누르고, 수직으로 이동해야 하죠. 엘리베이터는 수단이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2️⃣ 주문: 고객에게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하는 커피 체인이 고객을 끌어들여요. 첫 번째, 가장 가까운 매장을 (앱에서 바로) 알려주는 것. 두 번째, 매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인할 수 있는 곳이죠"

 

3️⃣ 메뉴 탐색: 피로감을 줄여야 한다

"원하는 메뉴를 빠르게 찾는게 가장 중요해요. 1초라도 헤매게 만들면, 바쁜 고객에겐 '피로감'으로 다가옵니다. 저가 커피 전문점을 찾는 고객은 처음부터 원하는 음료가 명확한 편이거든요."

 

4️⃣ 대기: 통제감을 쥐어주자

"여기서 통제감이란 한마디로 고객이 '상황을 주도적으로 선택하고 있다'는 느낌이에요. 내가 주문한 메뉴가 '제대로 준비되는지', '내가 원하는 시간에 받을 수 있는지' 알 수 있어야 하죠."

 

5️⃣ 픽업: 싸인펜 메모가 최선일까?

"관찰해보니 손 메모는 온도와 날씨의 영향을 받더라고요. 뜨거운 음료는 종이컵에 적어 선명하지만, 얼음이 든 음료는 투명 플라스틱 뚜껑에 적으니 눈에 잘 안 띄어요. 한여름 음료컵에 물방울이 고여 지워지기도 하죠. 픽업의 기본인 '내 것 잘 찾아가기'가 어려운 거예요."

 

 

출근시간, 점심시간에 관찰해 보면 사무실로 향하는 많은 직장인들이 스마트오더로 주문을 해두고 자신의 음료를 미리 찾아가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주문하는 과정에 걸리는 시간을 줄여야 출근여정에 지장이 없기 때문이죠. 오히려 매장에 방문해서 직원에게 직접 주문하려고 하면 제조하느라 여념이 없는 직원이 당황했던 경험도 있었습니다. "주문은 키오스크로 하시면 됩니다"라는 답변을 받은 경우도 많았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제공하는 UX(사용자 경험)에 대해서 살펴보세요 사용자 여정, 멘탈 모델, 메뉴의 구조화, 정보 탐색, UX 라이팅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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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커피 전문점]의 UX

 


 

#4. 굿노트가 사랑받을 수 있던 이유는 더 나은 UX와 기다림 📝

 

아이패드를 쓰는 사람이라면, 특히 애플펜슬까지 세트로 사용한다면 '굿노트'는 지금 사용하고 있거나 사용해 본 적이 있거나 앞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앱입니다. 2011년 선보인 '굿노트' MAU는 2,400만 명이고 1년에 만들어진 노트의 숫자는 2022년 기준 19억 권입니다. 아이패드 누적 판매량이 6억 대 넘는 정도이고요. '굿노트'가 흥미로운 건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는 현재진행형 서비스이면서 13년 동안 투자를 단 1번, 적자 없이 창업자가 혼자 개발해서 유지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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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과생의 필기 어려움'에서 출발한 서비스

굿노트는 대학생이던 '스티브 챈'이 스스로 '이과생의 필기 어려움'을 겪으면서 만든 서비스였습니다. 300페이지가 넘는 교재와 두꺼운 노트를 들고 다니는 것이 페인 포인트였고 노트북을 갖고 다녀도 타이핑으로 수식을 쓰는 게 어려웠죠. 2010년 아이패드가 나왔고, 첸은 2011년 굿노트1을 출시했습니다.

 

2️⃣ 좋은 노트가 주는 본질적 경험

챈은 사용자 경험에 집요하게 몰두했습니다. 2010년부터 1년 동안 몰스킨 노트를 여러 뭉치 사서 만져보고 써보면서 종이에 쓰는 경험을 분석했습니다. '좋은 노트'라면 펜과 종이에서 느낄 수 있는 고유의 감각을 디지털에서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었죠. 그래서 굿노트는 잉크가 종이에 번지는 느낌을 가장 잘 구현하고 있습니다.

 

3️⃣ 사용자가 원하는 유용함에 대한 발견 - '보정하지 않기'

출시 첫날부터 수익을 냈습니다. 당시 가격은 1.99달러(약 2,500원). 5년 가까이 은 1인 개발자로 개발을 이어갔고 그러던 중 2015년 애플펜슬이 등장했습니다. 종이만 있던 '굿'노트에 펜이 더해진 거죠. 챈은 사용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사용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내 글씨체를 보정하지 말아 달라"는 의견에 따라 펜끝 선명도와 압력 민감도를 0~100%까지 조절해서 자신의 필체를 보정하는 통제권을 기능으로 구현했습니다.

 

굿노트를 구축하는 게 어려운 건 아니었습니다. 유저의 피드백이 (일하는) 주요 동기였죠. 최악의 상황은 유저에게 뭔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받는 것이었습니다.

스티브 챈, 2019년 앱 코다(App Coda) 인터뷰에서

 

4️⃣ 다꾸족이 원하는 3가지 핵심 니즈

굿노트가 성공하는 데에는 '다이어리를 꾸미는' 다꾸족의 니즈를 파악한 것이 주효했습니다.

 

  1. 자유로움 - 다이어리를 꾸밀 때 필요한 '스티커' 기능을 굿노트에서 '프리핸드'라는 기능으로 구현했죠. 마치 잡지에서 원하는 이미지를 잘라 가위로 자려서 다이어리에 붙이는 것과 비슷하죠. 포토샵을 거치지 않아도 원하는 '스티커'를 굿노트에서 쉽게 할 수 있게 된 겁니다.
  2. 유연함 - 다이어리의 크기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습니다. 첫 페이지는 A4 규격이지만 다음 페이지는 A3로, 그다음은 A4로 다시 바꿔가면서 속지를 바꿔갈 수 있는 거죠. 디지털 노트에서 쉽게 구현할 수 있는 기능으로 유연함을 극대화했습니다.
  3. 정체성- 단순히 펜 색과 두께를 선택하는 것을 넘어 만년필, 볼펜, 화필 등 펜의 종류를 선택하고 펜끝 선명도와 압력 민감도를 조정해서 자신의 필체를 원하는 대로 디지털 기록으로 남길 수 있습니다.

 

5️⃣ 요금제를 바꾼다는 것과 버티는 일

작년 8월, 굿노트6를 출시하면서 구독방식으로 요금제가 바뀌긴 했지만 굿노트가 현재의 위상에 이르는 데에는 필기 앱 쌍벽으로 불렸던 '노타빌리티'라는 경쟁 서비스의 실책이 트리거가 되었습니다. 2021년 11월 1일, 노타빌리티는 예고 없이 '가격 변경' 공지를 올리고 단건 판매해 온 앱을 연간 구독제로 바꾸겠다고 선언했습니다. 1만 5,000원을 1회만 내고 구매해서 사용하던 서비스를 매년 1만 5,500원을 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자 반발이 거셌습니다. 결국 노타빌리티는 이틀 만에 사과문을 냈죠. 그때 굿노트는 9,900원의 단건 판매방식을 작년까지 유지했습니다. 2020년 MAU 200만 명의 서비스는 2023년 MAU 2,000만 명으로 10배 증가했죠.

 

  1. 노타빌리티는 이미 앱을 구매한 고객까지 구독제 전환을 하게 만드는 패착을 범했습니다.
  2. 이때 노타빌리티는 고객이 느낄 주관적 가치에 대해서 고려하지 못했습니다. "왜 이미 산 걸 또 사야해?"라는 의문이 드는 지점을 해소하지 못했고 친절하게 커뮤니케이션하지 못했죠.
  3. 2023년 8월, 굿노트도 구독제로 모델을 변경했지만 이전 버전을 쓰는 유저는 추가로 구매할 필요 없도록 기존 기능을 유지하도록 했습니다. 굿노트는 쌍벽으로 불리는 경쟁 플레이어가 없어진 상황까지 최대한 기다렸고 생태계를 구축했죠.

 

Ep9 - 세계 1등 필기앱 [굿노트], 다꾸족 감성 품은 UX의 비결

 


 

#5. AI 시대의 UX 리서치는 어떤 모습일까? 👩‍⚖️

 

AI 시대의 UX 리서치 모습을 소개하고 전망하는 강의 제안을 받았습니다. 어떤 것이 그대로이고, 어떤 것은 달라질지 명확한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 AI 관련한 책을 몇 가지 읽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당장 관찰하는 것은 AI 시대에 생성형 AI를 업무에 써야만 할 것 같은 FOMO, 도구의 함정에 빠지는 모습입니다. 업무에 ChatGPT로 대표되는 AI 도구를 활용해야만 할 것 같은 생산성에 대한 압박을 느끼면서 뭐라도 해보는 거죠. 이게 전부는 아닐 겁니다. 이미 ChatGPT 보다 cluade의 성능이 더 나아졌고, 새로운 도구들은 사진에서 비디오로 나아가듯 계속 나올 테니까요. 확실한 건 AI와 협응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건데요. 미국 전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 구글 전 CEO 에릭 슈밋, MIT 학장이자 컴퓨터 과학자 대니얼 허튼로커가 공동 집필한 책 <AI 이후의 세계>에는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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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생각의 많은 부분을 AI에게 위임한다. 하지만 정보는 그 자체로 설명되지 않는다. 어떤 정보가 유용하게 쓰이려면, 적어도 의미가 있으려면 문화와 역사라는 렌즈를 거쳐 이해돼야 한다. 정보에 맥락이 더해질 때 지식이 된다." - 'AI 이후의 세계'

 

AI 시대의 UX 리서치의 5가지 모습

 

1️⃣ 빠르지만 완전히 확신할 수 없는 결과물

AI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대한 명확한 판단과 인식이 필요합니다. 마치 UX 리서치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것처럼 말이죠. 이미지 1장을 입력하고 휴리스틱 기반으로 예상되는 사용성 문제를 UT 없이 분석하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결과물을 확신하느냐의 문제는 여전히 UX 리서처의 역할이 될 겁니다.

 

2️⃣ 학습을 시키는 주체의 편향

GIGO라는 말이 있습니다. Garbage 데이터를 Input하면 Garbage 결과물이 Output으로 나온다는 것이죠. 맥락을 학습시키기 위해 필수적인 데이터가 무엇이며 그 데이터에 편향과 오차가 없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 될 겁니다. 학습시킬 수 있는 데이터는 이미 진행한 리서치 결과물을 토대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혀 다른 도메인, 업종, 디바이스 기반의 비즈니스를 진행하려는 상황에서 이 결과물은 편향될 수밖에 없습니다.

 

3️⃣ 디지털 윤리와 정무적 감각

디지털 윤리 차원에서 판단하는 주체는 여전히 UX 리서처일 것입니다. 접근성과 관련해서 AI는 기존의 판단이나 여론, 평가결과를 활용해 제안할 수 있겠지만 새롭게 생기는 규제나 플랫폼에 요구되는 정무적 감각까지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정무적 판단능력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 되어야 합니다. 양보해야 하는 순간이나 멈춰야 하는 지점, 이기지 말아야 하는 순간에 대해 판단하는 것은 UX 리서처의 몫입니다.

 

4️⃣ 인간미를 더한 비구조적 리서치

정무적 감각이 규제와 여론, 브랜드에 대한 불매운동 등에 관한 것이라면 인간미나 유머에 대한 영역도 여전히 AI 시대에 완전한 위임을 하기 어려운 영역일 겁니다. 인간적인 UX에 대해 학습을 충분히 시키더라도 인간이 아닌, 인간에 가까운 AI라는 점을 고려하면 맥락적이고 비구조화된 UX 리서치는 쉽게 대체될 수 없을 겁니다.

 

5️⃣ 목표설정을 통해서만 나아가는 AI

목표를 스스로 설정하기보다 주어진 입력문에 따라 행동하는 AI는 스스로 지향점을 찍기 어렵습니다. 그렇다 보니 목표가 명확한 상황에서는 인간보다 더 빠르게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결과를 내놓을 수 있겠지만 새로운 목표가 추가되거나, 환경이 바뀌었을 때는 기준점을 수정해야 합니다.

 

 


 

#6. 일을 잘한다는 사람의 5가지 특징 😌

 

저는 지금의 회사를 다니기 전까지 4년 넘게 재택근무 형태로 일을 했습니다. 수도권 외곽에 있는 마당 있는 집에 사는 것이 큰 행복이었고 후회 없는 결정이었죠. 앞으로도 계속 재택근무를 하거나 하이브리드 근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시절을 지났습니다. 이젠 판교, 용산, 신사동, 압구정동, 강남역, 삼성역, 종각역, 계동으로 출근하고 이동하며 '일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기입니다. 치열하게 고민해 본 적 없던 '일의 본질'에 대해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책 <일을 잘한다는 것>의 서문에서 구노스키 켄은 원격 근무의 의미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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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 근무의 가장 큰 의미는 지금까지 자신이 해오던 일이나 업무를 다시금 진지하게 생각해 볼 기회를 얻었다는 데 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뀜에 따라 자신의 일에 어떠한 차이가 발생했는지, 무엇이 달라지고 무엇이 바뀌지 않았는지를 다시 차근히 짚어보면 자신이 하는 일의 본질이 보일 것이다."

 

책에서는 '일을 잘한다는 것은 기술이라기보다 '감각(sense)'에 가깝다고 이야기합니다. 책의 제목이 '일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잘한다는 것'이라는 점을 눈여겨보게 된 이유입니다. 일을 잘하는 것과 잘한다는 것 사이에는 제3자의 시선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우린 모임에서 "주변에 일을 잘하는 사람을 1명 떠올려보세요"라는 질문으로 가까이에서 일을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는 사람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모임에서 떠올린 '일을 잘한다는 사람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일을 잘한다는 사람의 5가지 특징 ]

 

  1. 자기만의 '마스터피스'를 만들기 위해 일을 한다
  2. 시스템이 없을 때 자조 섞인 목소리로 한탄하는 대신 시스템을 만들거나 만들게 한다.
  3. 혼자 일하는 대신 주변의 조력을 이끌어내서 임팩트를 만든다.
  4. 조직이 정기적으로 하는 평가와 별개로 동료에게 자신의 피드백을 주도적으로 요청한다.
  5. 여유가 있고 스토리텔링에 강하며 상대의 안부를 묻거나 함께 마실 커피를 준비한다.

 

트레바리 시즌2 첫 번째 모임을 마치고, 일을 잘한다는 것에 대하여

 


2024년 3월 뉴스레터 책나눔 이벤트
2024년 3월 뉴스레터 책나눔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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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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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oon

    1
    about 1 month 전

    몹시 매우 유익합니다. 늘 기다립니다.!

    ㄴ 답글 (1)
  • 임혜정

    1
    29 days 전

    링크드인에서 노타빌리티 vs 굿노트 글 올리신 것을 보고 뉴스레터를 구독하게 되었습니다☺️ 책 나눔 이벤트에도 참여 완료했습니닷🙋🏻‍♀️

    ㄴ 답글 (1)
  • 윤서희

    1
    19 days 전

    주니어 기획자인데요,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 감사합니다 ~

    ㄴ 답글 (1)
  • 레드버스백맨

    0
    16 days 전

    안녕하세요, 뉴스레터를 보내는 레드버스백맨입니다 :) 책나눔이벤트에 20분 넘게 신청을 해주셨어요! 아쉽지만 출판사와 함께 준비한 책이 5권이라 5분을 선정하여 발송해 드렸습니다. 아쉬운 마음을 살피기 위해 3분께는 제가 갖고 있던 UX 관련한 다른 책을 보내드렸습니다. 계속해서 안부 전하면서 함께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계기를 만들겠습니다. 메일함에서 인사를 나눌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는 구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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