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찰스 멜턴
인간이라면 느끼는 다양한 외로움이 있다. 나의 정체성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한국에서 5년간 살기도 했다. 내 친구들은 한국인인데 나와 쓰는 언어가 달랐다. 나는 늘 남들과 달랐다. 나와 다르게 생긴 사람들과 살았고, 늘 내가 속한 공동체에서 다르게 보인다는 것도 인지하며 살았다. 공동체에 잘 녹아들어 살아온 편이지만 그럼에도 반(半)한국인 혹은 반미 국인이라는 인식은 고립감을 느끼게 했다.
내가 믿는 철학은, 인간은 정체성에 관한 자문을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 삶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일 중 아직 처리하지 못한 진보도 50살 혹은 60살에 만날 수 있다. 조의 입장에서 <메이 디셈버>는 그의 성장기기도 하다. 대개의 성장담은 청소년이 어른이 되는 이야기를 담지만 삶엔 여러 성장의 순간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조는 방사선사로 살며 육안으로 보지 못하는 인간의 내부를 촬영하는 사람이지만, 정작 스스로의 속내는 진단하지 못했다.
# 수학자 허준이
저를 잘 정립된 학자로 인식하던 분들이 제 고민과 막연함, 망설이는 모습 등을 보면서 거꾸로 안도감과 자신감을 갖는 것 같아요. 필즈상 받은 허준이도 본질적으론 별 차이가 없구나, 어려운 과정을 거치는 건 매한가지구나. (…) 연구는 100번, 1000번 시도해도 계속 실패의 연속입니다. 아주 긴 시간 동안 아무 보상이 없다가 어느 날 ‘아, 이렇게 되는구나’ 하며 큰 즐거움을 주지요. 저도 100일 중 99일은 ‘오늘도 허탕쳤구나’예요.
어떤 대상을 이해하는 데 첫 번째 겪는 어려움은 적당한 언어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예요. 인간은 언어에 기반해 사고하는 종(種)이니까요. 적당한 언어를 개발해 그 대상을 기술하는 시기가 오지만, 그 언어라는 틀이 강제하는 편견도 있어서 결국 더는 나아갈 수 없는 지점에 도착합니다. 그럴 땐 허물어야 해요. 그동안 발전을 가능하게 한 프레임의 편견을. 저는 정확히 그 일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젊은 학자들이나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자신이 어떤 것에 흥미를 느끼고 좋아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큰 자산이라는 겁니다. 어떤 행위를 즐긴다는 것은 훼손되기 쉬운 종류의 자원이에요. 그 가치를 스스로 인식하고 안전하게 보호해야 해요.
필즈상 수상자도 수학 너머 일상에서는 버거운 난제가 있었다. 부탁 거절하기, 운전과 주차, 교육과 양육···. 그는 “세상에 쉬운 일이 드물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며 컴퓨터와 인공지능 발전에 기여한 수학자 존 폰 노이만의 말을 인용했다. “사람들이 수학이 단순하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면, 삶이 얼마나 복잡한지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삶에 비하면 수학은 복잡하지 않고 간단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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